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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국호의 로마자표기가 최근 시민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의신문>은 3·1절을 맞아 ‘국호의 로마자표기
Korea에서 Corea로 바꾸는 것이 필요한가’라는 좌담을 마련, C를 주장하는 측과 K여도 문제없다는 측의 주장을 들어봤다. 상호토론의 장을
통해 지금 이 시대 Corea운동이 갖는 의미에 대한 전사회적 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편집자
■ [3.1절 특집] 국호 로마자표기 COREA로 바꾸는 것이 필요한가
-일시: 2004년 2월 23일
-장소:
시민의신문
-사회: 송현석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
-토론: 이상태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실장
최경봉 원광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
# 일제 조작인가 아닌가
△송현석= K냐 C냐에 대한 역사적 실증에 따르면 19세기 이전에는 C가 많이 쓰였고 19세기 들어 혼용되다
일제 강점기에 K로 고착됐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조작이 있었느냐 하는 부분이 중요한 대목인데.
△이상태= 서양 고지도상에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게 1595년이다. 그때부터 우리나라는 Corea로
나온다. Korea는 1747년 영국의 키친이 만든 지도부터 등장하며 지금까지 발굴된 200종에 달하는 지도의 90%이상이 C로 표기돼있다.
일본과 관련해서도 1876년부터 1910년까지 이러저러한 조약이 30개 정도 되는데 조약의 원문은 우리는 한문, 일본은 일본어로 되어
있지만 외국에 보여주기 위한 설명자료는 영역을 해서 배포했다. 그 자료들은 강화도조약부터 모두 C표기인 것을 볼 수 있는데 1909년의
기후각서와 1910년의 한일합방 이 두 조약만 K로 바꿔져있다. 즉 1876년부터 1908까지의 조약은 모두 C였다가 이후 두 조약만 K로
표기된 것이다.
이는 1908년 런던올림픽과 관련돼 있다. 1908년 이전의 올림픽에서는 알파벳 순서대로 입장시키는 것이 없었는데 런던올림픽부터 국가별
알파벳 순서입장이 정해졌다. 그때 왜 조선은 Chosun을 안쓰고 Corea라고도 안쓰고 K를 썼을까. K표기는 이처럼 일제의 영향력이 커져가던
시기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최경봉= 실증적 자료는 반박할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Corea가 처음에 나타나게 된 원인은 유럽과의
교류가 먼저 있었다는 게 계기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을 먼저 만났기에 C로 씌어졌던 것이다. C냐 K냐는 어느 나라하고
우연하게 조우했느냐에 따라 시작되는 문제인데 이를 두고 Corea가 이후 Korea로 나타나는 ‘원조표기’라고 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국호의 로마자표기는 한국이 역사적으로 많은 나라와 교류하면서 혼재되는 양상을 보이다 1910년대 들어 K코리아로 정착단계에 이르게 되는데
그것을 일본의 조작이라고 볼 것인가는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얘기다.
북에서는 조작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한제국 시기 우표를 보면 대한제국이 공식으로 발행한 것인데도 C와 K가 혼재돼 쓰인다. 대한매일신보와
독립신문은 K를 썼고 미국으로 초기 유학을 떠났던 서재필, 김규식 같은 근대 학자들도 한국 소개글을 K로 썼다. 역사적으로 길게 보면 C가
압도적으로 쓰이는 것은 인정하지만 근대 들어 국내지식인들이 쓴 것을 보면 K로 쓴 게 많다. 이런 점에서 K표기를 단정적으로 일제의 조작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상태= 유럽도 언어권이 다 다르다. 불어권은 C표기가 당연하다지만 영어권인 네덜란드나 영국, 미국도
Corea를 썼고 K는 18세기에 가서야 나온다. 19C 미국과 우리하고 맺은 조약도 C를 썼는데 중간에 K로 바꾼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볼
때 유럽과 처음으로 접했기 때문에 C를 썼다는 것은 좀더 생각해 볼 문제다.
K를 쓴 지식인들 문제도 그 지식인들이 전부 다 미국으로 유학을 간 지식인들이란 점을 짚어야 한다. 행자부가 C표기 변경요구에 대해 답하는
말이 ‘임시정부에서 낸 독립신문도 K를 썼지 않느냐’는 건데 독립신문은 당시 미국 문화권에서 생활하는 지식인들이 만든 것이다.
문영호 조선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장 등 북측 주장에 따르면 1910년 한일합방 이후 가쓰라 내각회의에서 일제가 조선은 없어진 것이고
일본(J)이 조선(C)보다 앞에 서야만 한다는 이유로 K표기를 지시했다고 하는데 그 문서에 대해 연구해보려 한다.
△최경봉= 북한산에 쇠말뚝을 박고 창씨개명 등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되는 것들을 일제가 자행한
것을 보면 C, K문제도 알파벳 순서와 같은 문제로 그렇게 생각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 자체가 일제 조작이라 말하기에는 미국이나 서구,
우리나라 지식인들이 K를 쓰고 있었다는 점에서 단정지을 수 없다. 조선을 강점한 일제가 C, K중 K를 선택했겠지만 이것은 실제 우리가 썼던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100% 조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 "유엔은 K, 유럽은 C"
△송현석= 독일의 헤르더는 언어말살정책이 정치지배의 유효한 수단이라고 했다. 강대민족이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약소민족의 언어를 억누르고 체계적으로 분쇄함으로써 실제 이 민족의 일체성을 말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산, 창동, 산본 등 우리 지명의 3할
이상이 아직도 일제말이고 창씨개명 등의 예를 보아 국호 표기에 있어서도 일제의 의도적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당시 조선정부에서는 스스로를 어떻게 칭했는가.
△이상태= 당시 대한제국 말기 입장은 이거다라고 말할 수는 없고 결국 조약문을 갖고 얘기해야 하는데 C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100% C는 아니었다. 조약을 맺는 상대방이 C로 하자고 하면 C를 쓰고 K하자면 K쓰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측면이 있었다. 왜냐하면 당시 외국어를 공부한 사람도 별로 없었고 그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외국인이 쓴 우리나라 기행문을 봐도
C와 K가 혼재돼 있다.
그렇다면 계속 혼재되서 쓰다가 19C이후 C가 전혀 안나오는 것은 왜일까. 왜 계속 혼재되서 안쓰고 다 K로 됐냐는 점에서 K로 바꿔진
것이 일제의 조작이란 설명에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최경봉= 인정한다. 우표의 경우도 인쇄소가 외국에 있어 그곳에서 찍었는데 프랑스는 Corea, 일본은
Corean, 미국은 Korean 등 각 나라가 자기나라 관례대로 우표를 찍어냈다. 조선정부는 영문국호에 대한 인식이 확고하지 않았다.
상해임시정부가 발행한 기관지도 미국에서는 Korean Review로, 프랑스에서는 Corean Review로 나왔다. 당시 두 가지를 쓴 걸
보면 해당 나라의 일반적 정서를 인정해서 그렇게 쓴 것 같다. 유엔은 K, 유럽은 아직도 Corea를 많이 쓰고 있고, 한일합방 이후
Korea로 바뀌어간 것은 시대적 흐름이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던 것과 연관되지 않을까.
또 앞서 1908년 런던올림픽을 예로 들며 알파벳 순서입장을 관련이유로 언급했는데 인터넷을 들어가 보면 네티즌들이 런던올림픽에 우리나라가
참여한 걸로 알고 있더라. 당시 조선은 참가하지도 않았고 일본만 참가했다. 그리고 1908년의 조선은 한일합방 문서만 없었지 이미 일본의
속국이나 마찬가지였던 상황이었다.
△이상태= 올림픽에 관련된 자료는 현재 밝혀진 게 없다. IOC 문서가 오간 게 있는지 앞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송현석= 올림픽 입장순서 얘기는 어릴 적부터 많이 들어온 얘기란 점에서 아주 없던 얘기는 아닌 듯하지만
앞으로 학계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붉은악마와 네티즌들의 C열풍에 이어 최근 시민사회와 언론사의 C코리아운동 흐름이 일고 있다.
해방정국의 반민특위와 분단 이후 반세기가 넘어서 이런 움직임이 나오는 것에 대한 시대인식은 어떠한가.
△이상태= 변증법적으로 보면 역사는 정반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하는데 우린 그걸 못했다. 조선시대는
봉건사회였고 그러면 반봉건을 외치며 이 둘 간의 사회적 모순 속에서 새로운 역사적인 질서가 나와야 했는데, 봉건의 모순을 가진 채 외세에 의해
식민지 모순이 들어오고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이데올로기 모순까지 겹쳤다. 그리고선 대한민국이 건설됐다. 역사적 청산은 안됐고 따라서 새로운
역사적 질서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사회가 바뀌어서 경제가 최고인데 친일파의 후손이 여전히 경제적 부를 움켜쥐고 상층부에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또 하나, 왜 요즘 민족의 정체성 얘기가 나오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역사에서는 ‘3세대’까지를 보는데 그게 100년이다. 3세대가 지나면
새로운 질서가 꿈틀대기 시작한다. 갑오개혁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바꾸자는 기운이 일고 있는 것이 아니겠나. Corea는 새로운 질서,
민족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발생된 요소라고 생각한다.
△최경봉= 나를 포함한 언어학자들은 Corea문제가 남북학자들이 모여 토론회를 열만큼 중요한 것인지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다. 대부분의 국어학을 하는 분들은 Corea운동을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하는 반일감정의 새로운 표현이라고 본다.
민족우월적인, 국수주의적인 색채를 띄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네티즌들의 글을 보면 일본보다는 우리가 앞에 나와야 한다는 식의 견해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Corea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그러나 ‘통일조국에서는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에선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통일이 된다면 전환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야 할 것 같고
그런 점에서 C를 얘기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을 너무 이벤트성으로 부각시켜 반일감정을 등에
업고 하는 것이다. Corea운동이 이같은 부정적 측면이 강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았다.
△이상태= 남북은 뭐든지 합의해야 한다.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그런데 이 문제는 합의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외적 국호가 합의된다는 것은 굉장한 것이다.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K는 두 번 떨어져서 써야 하지만 C는
한번에 쓸 수 있다. 하나라는 거다.
# Corea는 민족정체성 찾는 과정
△송현석= 시민사회단체에선 K는 분단과 낡은 것을 상징하고 C는 통일과 새것을 상징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남북에서 Corea얘기가 같이 나오고 있고 동시에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좋은 고리다. 새로운 질서에 Corea가 좋은 관계로 맺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경봉= 우리가 통일문제를 생각하고 남북한 합의와 단일행보를 중시하는데 C, K문제도 로마자표기의 통일이
궁극적으로 더 중요하다. 남북 로마자표기 단일안을 이미 예전에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국제 표준화 기구)에 제출했지만 단일안 자체를 남북이 안 쓰고 있다. 예를 들면 백두산을 북에서는 P로 쓰고
남에서는 B로 쓰고 있어 외국에서 보면 다른 산이 되어버린다.
달리 쓰고 있는 것을 통일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국가적으로 나서 단일표기안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ISO가 처음 남북에 표기통일을
요청했을 때 합의가 안돼서 자음쪽의 표기는 남측 방식으로, 모음쪽의 표기는 북측방식으로 합체한 것을 남북은 단일안으로 정했다. 이처럼 로마자
표기는 어차피 약속이다. 그런데 남북로마자표기안엔 현재 남북이 쓰고 있는 C를 어떻게 표기한다는 규정이 없다. K코리아를 이미 양쪽이 쓰고 있고
C는 로마자표기법에도 없는 건데 옛날에 C로 썼으니 쓴다는 식은 오히려 주체적인 측면이 떨어진다. 우리가 스스로 표기법을 정해서 쓰면 되는
문제다.
Chosun도 관례적으로 당시 외국에서 많이 알려진 Corea를 썼지만 좀더 주체적이었더라면 Chosun을 썼을 것이다. C코리아 문제도
로마자표기통일과 연동해 해결해나가는 게 미래지향적인 자세가 아닌가.
△이상태=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쓰고 있는 국호는 둘 다 Korea가 들어간다. 이미 국제화돼
잘 알려져 있는 코리아를 안 쓸 수 없고 통일이후엔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Corea가 통일국호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북은 K를 안
쓸 것이다. 결국 합의되는 것은 Corea가 유일하다.
△최경봉= 고유명의 로마자 표기인 K는 통일 이후에 써도 문제없다. Republic of
Korea(대한민국)나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앞에 것만 떼고
Korea만 쓰면 되지 않나. 아직 일제가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이 정설로 확증된 바 없는 상태에서 Corea변경은 얘기되기 어렵다고 본다.
# 로마자표기통일과 연동을
△송현석= 역사·사회과학과 언어학이라는 상이한 전공에 따라 접근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혹자는
전세계에 있는 K를 C로 바꾸자면 2조원이 든다는 얘기를 하는데 이것이 얼마나 정확한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변경에 따른 경제적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이상태= 미래지향적인 국호니까 경제적비용은 그때 가서 상의해야겠지만 도메인문제라든지 회사명칭 등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변경을 찬성하는 입장이므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아니냐고 얘기하곤 한다. 경제적비용과 사회역사적 가치는
비교할 수 없다.
△최경봉= 지금도 C를 쓰는 나라가 유럽에 많지만 다 찾아가서 바꾸는 게 아니듯이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인터넷 도메인의 경우엔 복잡하겠지만 길거리 간판은 크게 비용이 들지 않는다.
△송현석= 돈 문제로 얘기할 사안은 아니라는데 두 분이 합의하고 계신 듯 하다. 개인적으로 지난 월드컵에서
기존에 많이 쓰던 ‘Fighting’이 아니라 ‘Forza Corea(힘내라 코리아)’라는 구호가 나온 것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욕구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Corea되찾기운동이 국수주의나 국가주의로 빠지지 않고 건강한 사회운동, 문화운동, 역사바로세우기,
통일운동 등으로 나가기 위해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되는지 제언을 부탁한다.
△이상태= 통일이 되기 위해선 자그마한 것에서부터 합의를 자꾸 넓혀가야 한다. 앞서 말했드시 국호를
합의한다는 것은 굉장한 의미다. 현재 한반도기에는 아무 표시가 없는데 거기에 Corea를 썼으면 한다. 오는 아테네올림픽에서부터는
‘Corea기’를 남북이 함께 흔들 수 있게 말이다.
새 시대 국호 고민하자
△최경봉= 상징적인 입장은 가볍게 말하자면 이벤트성으로 볼 수 있다. 정말 실질적인 부분에서의 합의가
선행되는 게 남북관계나 통일을 앞당기는데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국립국어연구원이 남북표기단일안과 별도로 2000년
따로 국어의 로마자표기법을 공포한 것은 어차피 통일되면 또 바꿔야 하는데 관료들의 반통일적 사고가 빚어낸 잘못이라고 본다.
Corea문제도 로마자표기통일이 얘기되면서 함께 얘기되는 것이면 합리적으로 흐르는 것이나 국호문제를 먼저 제기하고 나오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제기가 아닌 듯 하다. 합리적, 이성적 태도가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송현석= 두 분 말씀 기저에는 모두 ‘새로운 시대의 국호와 언어’를 고민하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잘 살려야 한다는 큰 합의틀 속에 방법론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바쁘신 와중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C-K 문제를
우리사회가 함께 풀어 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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