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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의원들, 우리당 경선 투표 참여 논란
2004년 03월 03일 (수)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오마이뉴스 : 이한기 기자

▲ 최창환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이 2일 오후 은평을 후보경선에 한나라당원이 조직적으로 참가한 증거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달 28일 진행된 열린우리당 서울 은평을 국회의원 후보 경선에 한나라당 대의원이자 은평을 지구당의 핵심 당직자들이 조직적으로 선거인단에 들어가 투표에까지 참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은평을 경선 후보로 참여했던 최창환 부대변인은 2일 오후 "28일 열린 은평을 경선에 이재오 의원이 지구당위원장으로 있는 한나라당 은평을 지구당의 핵심 당직자 2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확인된 22명 가운데 12명은 28일 경선장에 나와 투표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최 부대변인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재오 의원과 한나라당은 도덕적·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한 열린우리당의 경선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또다른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최 부대변인은 "경선 당일 파견나온 선관위 직원이 '우리당 경선에 한나라당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이 왔느냐'고 말해 의문을 갖고 선거가 끝난 뒤 확인 작업을 벌이게 됐다"며 "지난해 6월 한나라당 대표 선출을 위한 은평을 대의원 명부와 우리당 경선 선거인단 명부를 대조해보니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 부대변인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당 은평을 경선에 전체 선거인단 1034명 가운데 이○○(갈현동) 고문, 김○○(불광3동)·백○○(갈현2동) 자문위원, 신○○(역촌1동)·이○○(역촌2동) 홍보회장, 김○○(갈현1동) 운영위원 등 한나라당 대의원이자 지구당 핵심 당직자 20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 부대변인은 "일반적으로 1000통의 전화를 해야 2∼3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할 수 있는데도 은평을의 한나라당 대의원 1147명 가운데 20여 명이 선거인단에 포함된 것은 명백한 공작정치의 결과"라며 "이재오 의원은 비열한 공작정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는 물론 정계은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과 이재오 의원에 의해 공작정치가 자행됐다고 하더라도 경선 결과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일반 당원까지 포함할 경우 열린우리당 경선에 한나라당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중앙당 차원에서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오 의원쪽 "자기네들이 선거인단 골라놓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재오 의원쪽은 "언급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의원쪽은 "상식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데도 그와 같은 문제제기를 계속 한다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자기들이 (선거인단을) 골라서 한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 (한나라당이) 관여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일축했다.

'최 부대변인이 제시한 우리당 경선 선거인단에 한나라당 대의원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 이 의원쪽은 "은평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전화를 돌렸기 때문에 (한나라당 대의원들이 우리당 경선 선거인단에) 개별적으로 포함돼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한나라당도 경선을 하다보면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 관계자가 포함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데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국민경선의 좋은 취지와는 별개로 방식 자체가 갖는 한계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은 후보 경선 선거인단을 여론조사 방식의 전화 설문을 통해 구성하고 있다. 이 전화조사 과정에서 응답자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다른 정당을 지지하거나 응답하지 않을 경우 대상에서 제외하고,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거나 지지 정당이 없다고 할 경우에만 '경선 참여 의사'를 묻고 선거인단으로 선정한다.

또한 현행법상 당원들만이 경선에 참여할 수 있어 경선 당일 투표에 참여하는 선거인단 가운데 무당적자는 입당 원서의 효력을 지니는 선거인단 참여 승낙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지난 2002년 민주당 국민참여경선 때 실시했던 '일일 당원'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이같은 일일 당원으로 입당한 뒤 선거에 참여하는 방식 탓에, 한나라당적을 지닌 사람이 우리당 경선에서 투표까지 했을 경우 '이중 당적' 금지 조항에도 걸리는 등 법적인 문제까지 제기될 수도 있다.

이에 최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적을 지닌 중앙당 대의원들이 여론조사 방식의 전화설문에서 지지 정당을 속이고, 투표 당일 한나라당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당 입당원서까지 작성해 투표에 임했다면, 이는 실정법 위반 사항"이라며 법률 검토를 한 뒤 선거방해 혐의 등으로 형사고발을 하는 등의 조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박영선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이번 사안이 아직 지도부에 보고되지 않아 이후 진행 상황에 대해서 아직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이번 사안의 진실에 대해서 중앙당 차원의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선거 결과에 대한 재심 등의 여부는 그 이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8일 치러진 열린우리당 은평을 후보 경선에서는 2차 투표까지 간 끝에 서울시 의원을 지낸 송미화 후보가 여성 후보 가산점 20%를 더해 267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207표를 얻은 최창환 후보가 2위로 낙선했다.

1차 투표에서도 송 후보가 210표를 얻어 192표를 얻은 최 후보를 이겼지만, 과반수를 얻지 못해 2차 투표로 이어졌다. 전체 선거인단 1034명 가운데 41.5%인 43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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