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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성들 '한밤중 미모 관리' 열풍
커리어우먼 이색풍속
2004년 02월 28일 (토) 00:00:00 이상미 기자 managajjang@naver.com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현정(28)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그녀와 스케줄을 조율한 적이 있다. 퇴근 후 시간 내기에 무척 인색하던 그녀가 제안한 만남의 장소는 뜻밖에도 헬스클럽이었다. 밤 9시, 방문한 헬스클럽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 시간이면 동료들과 시원한 맥주잔을 놓고 수다를 늘어놓거나, 집에서 저녁을 먹고 소파에 누워 9시 뉴스를 보고 있을 시간이다. 최근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 절정인 밤 시간을 이용하는 ‘한 밤의 뷰티 프로그램’의 현장이었다.

몇 년 사이 급성장한 뷰티 시장. 이제는 ‘다방’보다 많은 것이 ‘미용실’이고 ‘마사지 숍’이며 ‘헬스클럽’이고 ‘성형외과’, 피부과’인 세상이다.

하체·발 관리 '기본'…'등 마사지' 최고 인기..
금요일엔 24시 목욕탕·찜질방 단골손님 노릇

시간 많고 돈 많은 사람들이 낮 동안 한가하게 미용 서비스를 즐긴다면, 외모도 경쟁력인 세상에서 바쁘다고 미모를 포기할 수 없는 커리어 우먼들은 늦은 밤 시간을 이용하고 있다. 퇴근 후 집에 가서 두다리 쭉 뻗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여성들이 ‘한밤의 뷰티’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 이유로는 능력과 미모를 동급으로 여기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성들의 몸부림일 테고, 두 번째 이유는 여성들에게 외모 가꾸기가 이제는, 의식주와 같이 기초적인 욕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밥먹듯이 미용실에 가야하고 반찬을 골라 먹듯 헤어 케어, 네일 케어, 페이셜 트리트먼트를 서비스 받아야 소화가 되는 세상 말이다.

‘레이트 뷰티 프로그램’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곳은 ‘뷰티 살롱’. 낮 시간에는 얼굴, 복부, 전신 마사지가 주로 행해지는 곳이지만, 저녁엔 부위별 마사지가 단연 인기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여성들은(간호사, 학원 강사 등) 종아리를 풀어주는 ‘하체 관리’ 와 ‘발 관리’ 프로그램, 컴퓨터 앞에서 오래 일하는 여성들은 등의 피로를 풀어주는 ‘등 마사지’를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지난 바캉스 철에는 팔을 날씬하게 하는 데 효과적인 팔 관리 프로그램도 인기 만점이었다.

하지만, 부위별 마사지로는 얼굴 경락 마사지가 가장 인기. 얼굴 피부의 독소를 제거해 얼굴이 작아진다는 경락 마사지는 꾸준히 받아야만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결혼을 앞둔 경우나 인상이 중요한 직장에서 ‘큰 바위 얼굴’로 고민하던 여성들이 밤마다 출근도장을 찍을 정도로 열성을 보이고 있다.

매주 금요일의 최고 인기 코스는 대중목욕탕이다. 밤늦은 시간 혹은 24시간 하는 목욕탕이 각지에 생기면서 여성들은 한 주간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기 위해 가장 친숙하고 저렴한 이곳에 닻을 내린다. 1만원 안팎의 목욕요금에 2-3만원 정도면 온몸에서 한 바가지의 때를 벗겨 내주고, 뭉친 근육까지 잘근잘근 풀어주는 곳. 그뿐인가? 뷰티 살롱의 전문가들 못지 않은 마사지 서비스(각종 야채와 해조류를 이용한 얼굴, 전신 마사지 등등) 삯도 포함된 가격이니, 실속 있는 여성들이 모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찜질방도 금요일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찜질방은 특히 남녀가 함께 즐길 수 있어 연인끼리, 직장 동료끼리 각종 마사지 서비스를 함께 받는 풍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헬스클럽도 밤 10시는 기본이며, 24시간 하는 곳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퇴근 후 간단히 저녁식사를 마치고, 날씬한 몸매를 위해 달밤에 체조를 하는 여성들. 미용실, 네일 케어 샵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밤손님을 기다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저녁 6, 7시면 문을 닫던, 병원까지도 밤 9시에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5분 대기 중이다. 응급 환자냐고? 천만에! 여드름을 짜기 위해, 기미 주근깨 같은 잡티를 없애줄 필링(박피술)시술을 받기 위한 여성들이 주로 찾는 피부과의 얘기다.

퇴근 후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리기 위해, 혹은 건강과 아름다움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여성들. 어린 자녀들로 인해 밤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속상해 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가만 있어서도 안 된다. 요즘은 남편이나 아이나 모두 예쁘고 날씬한 엄마만 좋아하는 시대. 아이를 재운 후, 화장품 브랜드들에서 야심 차게 선보인 스페셜 마사지 프로그램이나, 피부 재생에 효과 있는 리페어 크림 등으로 집에서 셀프 마사지를 하는 것도 좋다. 모처럼 스팀 타월까지 준비해 모공에 쌓인 피지와 각질까지 모조리 뽑아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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