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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코미디의 힘! <코미디 하우스>
'개인기'에 밀리던 정통 코미디... 탄탄한 연기와 풍자로 인기
2004년 02월 24일 (화)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기사제공 : 배성록기자

   
▲ '웃지마!'의 한 장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골룸으로 분장한 조혜련.
ⓒ2004 mbc 코미디 하우스
당초 MBC <코미디 하우스>의 시작은 미미했다. 이 프로그램은 사실 기획 동기부터 온전치 못했다. MBC 코미디는 완전히 지리멸렬한 상태였고, 반대로 KBS는 신인 개그맨들을 내세운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로 한창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시작부터 경쟁사 프로그램을 의식한 탓에 <코미디 하우스>는 <개콘>의 아류작이라는 혹평을 받아야 했다. 아니, 실제로 아류작이었다. 방청객을 빙 둘러 앉혀놓고 펼치는 '쇼'와 결합된 형식의 코미디는 연기력을 요하는 정통 코미디에 익숙한 MBC 개그맨들에게는 어색하기만 했다. 간혹 '와룡봉추'나 '허무개그'와 같은 산발적인 안타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코 <개콘>의 다수 꼭지들(이를 테면 '사바나의 아침')과 같은 장타를 날리지는 못했다.

사실 MBC 코미디의 장점은 '연기력이 뛰어난' 개그맨들이 보여 주는 '정통 코미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통 코미디'라 함은, <유머 1번지>나 <웃으면 복이 와요>와 같은 극 형식의 코미디를 말한다. 지문과 대사와 슬랩스틱한 동작들이 주도하는 '사전 녹화' 형식의 코미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 양식의 코미디는 방송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한동안 고사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개그맨인지 가수인지 분간하기 힘든 '개인기' 위주 가수들이 등장함에 따라 개그맨들의 입지가 좁아지게 되었고, 또한 유능한 개그맨들이 쇼 오락 프로그램의 MC로 나서면서 스타 플레이어는 고갈 현상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에 더해 더 이상 신세대들은 심형래식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고 웃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해야겠다. 웃음의 코드 자체가 바뀌어 버린 것이다. 따지고 보면, MBC 코미디의 몰락은 한 방송사의 문제만이 아니라 코미디 전체의 위기와도 연관되어 있었다고 봐야겠다.

이제 젊은 층은 가벼운 개인기와 말장난, 그리고 같은 세대만이 재빨리 알아들을 수 있는 '은어'로 점철된 코미디를 원하게 되었다. 기성 세대는 알아들을 수 없는, 폐쇄적 코미디 형식의 등장이다. 때맞춰 등장한 <개콘>은 기존 코미디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쇼의 형식에 음악과 안무 등을 곳곳에 배치하고, 세대적 감각에 맞는 빠른 진행과 개인기 구사 등으로 '방청권을 얻기 위해 줄을 서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또한 초창기에는 젊은 세대만을 주로 겨냥했지만, 이후에는 단막극 형식의 꼭지들을 다수 시도하면서 비교적 넓은 범주의 세대를 포괄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개콘>의 승승장구는 거침이 없었다. 반면 MBC에서 필사적으로 마련한 <코미디 하우스>는 "썰렁하다" "보고 있으면 비참하다"는 등의 네거티브한 반응을 얻으며 근근히 연명하는 처지에 있었다.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인 것은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다. 이때 <코미디 하우스>는 대통령 후보간 토론 프로그램과 코미디를 결합한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는데, 이것이 바로 '3자 토론'이다. 탁월한 성대모사 능력의 소유자인 배칠수와 이회창의 날카로운 이미지를 쏙 빼닮은 박명수, 그리고 성대모사의 또 다른 강자인 김학도를 내세운 이 꼭지는 삽시간에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긴장되고 엄숙한 토론이라는 형식과 정치라는 무게가 개그라는 형식과 만나자 놀라운 상승 효과를 일으켰던 것이다. 이 꼭지는 인터넷 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코미디 하우스> 부활의 시발점이 되었다. 분명 '3자 토론'은 MBC 코미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같은 시기 시작된 '1분 논평'이라는 꼭지도 주목할 만하다. 말더듬이 개그맨 김현철이 특유의 어투와 썰렁한 개그를 보여주는 이 꼭지는 당초에는 파일럿(본보기 프로그램으로 반응이 좋으면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한다)으로 기획되었다. 즉, 처음에는 오래 끌고갈 생각이 없었단 이야기다.

그러나 이 꼭지는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데, 이 역시 무거운 양식과 개그의 결합이 가져온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꼭지가 특히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 부분은 '논평'이라는 뉴스 형식에 대한 신랄한 비판에 있다.

흔히 TV 뉴스 프로그램에서 논평을 한다는 자들을 보면, 첨예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극히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그야말로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늘어 놓다가 주워 담지도 못한 채 끝마치기 일쑤다. 1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헛소리만 늘어놓다가 '컷트' 당하고 마는 김현철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은 엄숙한 논평위원들에 대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꼭지 역시 주안점은 심각함과 가벼움의 조화에 놓여 있다.

앞서 언급한 두 꼭지가 <코미디 하우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노브레인 서바이버'(이하 '노브레인')와 '웃지마!'는 그야말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는 코너들이다.

   
▲ '노브레인'의 한 장면
ⓒ2004 mbc 코미디 하우스
# 특히 근래 <코미디 하우스>의 인기를 주도하는 '노브레인'은 심각함과 가벼움의 결합을 무엇보다 오락적인 형태로 살려낸 경우라 하겠다. 이 꼭지는 기본적으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 코너인 '브레인 서바이버'를 모델로 삼고 있다.

그러나 출연진들의 퀴즈 대결 형식으로 전개되는 '브레인 서바이버'와는 달리, '노브레인'은 '대본'에 의존하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추구한다. 과거 '영구'나 '맹구'에 필적할 만한 희대의 바보 연기를 보여주는 문천식-정준하 투톱을 위한 무대인 것이다. 더구나 이 두 명의 바보들은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진지한 대사들을 '뜻도 모른 채' 남발한다.

정준하의 예가 대표적이다. "두 번 죽이는 일" "공개 수배" "편견을 버려" 등등의 말은 본래 정치-시사 프로그램에서나 쓰이는 언어들이다. 그러나 7:3으로 가른 헤어 스타일에 미간에 잔뜩 주름을 잡은 정준하가 진지한 투로 "두 번 죽이는 거예요"라고 내뱉으면, 그 엄숙함과 심각함이 정준하의 바보스러움과 어우러져 웃음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노브레인' 역시도, 심각함과 가벼움을 적절히 조화시킨 케이스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근래 인기를 끄는 '웃지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웃지마!'는 사실 <코미디 하우스>에서도 가장 '정통 코미디'에 가까운 꼭지에 속한다. '웃지마!'에는 이경실, 조혜련, 홍기훈, 최양락 등 당장 드라마에 캐스팅해도 일정 수준의 연기를 보여줄 만한 베테랑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들은 매 꼭지의 시작마다 불치병, 부모의 재혼, 유산 문제와 같은 구질구질하고 심각한 상황에 놓여 팽팽한 연기 대결을 펼친다. 흡사 아침 드라마의 극렬한 갈등 상황과도 같은 긴장된 상황 속에서, 등장하지 않던 나머지 1명의 출연자가 얼굴을 가린 채 뒤늦게 나타나 '골룸'이나 '눈썹을 밀어버린 어머니', '머리를 끈으로 묶은 의사'와 같은 어이없는 분장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 아이러닉한 상황 속에서 가장 많은 횟수의 웃음을 터뜨린 출연자가 그 날의 '술래'가 된다. 당연히 이 코너의 강점 역시 심각함과 가벼움의 결합에 있다. 잔뜩 조성해 놓은 드라마적 긴장 상황에서, 유치찬란한 분장의 출연자가 나타나 활개치고 다닐 때 기존의 무거운 분위기가 극적으로 이완되는 것이다.

'웃지마!'는 <코미디 하우스>의 새로운 실험, 즉 무거운 주제 혹은 양식과 코미디의 조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코너이다. 무엇보다도 '정통 코미디'의 스타일을 가장 많이 빌려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사실 웃음이라는 것은 상당 부분 '드라마'적 요소를 필요로 하는 것이 사실이다. 멀리 찰리 채플린까지 갈 것도 없이, 빌 머레이나 로빈 윌리엄스, 짐 캐리 같은 미국의 '코미디언'들은 하나 같이 연기에도 능한 사람들이다.

더욱이 그들이 성공한 영화 대부분은 비참하거나 슬프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을 전제하고 그 위에 유머의 소스를 가미한 것들이다. 극도로 절망적인 상황, 견디기 힘든 슬픔,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 속에서 웃음의 휘발성은 배가되는 것이다.

<개콘>이 근래 "유치하다" "가볍다" "가학적이다" 등등의 비판을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드라마를 기초로 하지 못한 가운데 특정 세대의 코드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소재 고갈과 반복적인 '폭력(언어적이든 물리적이든)'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대로 <코미디 하우스>는 웃음의 본질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정통 코미디를 '퇴물'이라며 내치는 대신, 그 고유의 장점을 새로운 시도와 효과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정통 코미디의 기반 위에, 심각함과 가벼움의 성공적인 조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근래의 경향을 보면, 이 프로그램이 확실히 '정통 코미디의 부활'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음은 더욱 분명해진다. 이는 사실 MBC 코미디의 강점이기도 하다. 연기력을 갖춘 노련한 개그맨들 없이는 불가능한 실험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코미디 하우스>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의 급조된 내용물과는 달리, 현재의 이 프로그램은 다년간 축적된 경험과 시행착오에 의해 이루어진 탄탄한 양식미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프로그램이 웃음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서 반갑다. 정통 코미디의 기사회생이라는 '대의'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반갑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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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mbc 코미디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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