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에서 본 ‘아침형인간’ · ‘웰빙’ 붐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 ‘메모의 습관’…. 최근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한 주요 서적들은 자기 삶의 방식에 대한 컨설팅에 한창이다. 이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일찍 시작하면 인생을 두 배로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연초 분위기와 맞물려 사람들은 새벽 운동과 영어·어학공부 계획 세우기에 떠밀리고 있는 형편이다. 

건강·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빙(well-being)’ 붐도 일고 있다. 여기엔 TV 방송과 언론도 한몫 단단히 한다. 연예인 패널들이 다수 등장하고 전문가가 양념으로 낀 ‘건강식단’과 ‘건강목욕법’에 관한 ‘수다 방송’부터 ‘환경의 역습’을 고발하는 다큐 프로그램까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기에 더불어 ‘몸짱’ 신화는 전 국민이 ‘뱃살을 빼고’, ‘아침 일찍 일어나 줄넘기 잡기를’ 염원하거나 ‘전업주부들을 헬스클럽으로 불러 모으는’ 영향력까지 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잘 먹고 잘 살기’, ‘건강 관리’, ‘자기 관리’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높아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한때의 유행과 붐에 그칠 것인지 또한 관심이다. 시민운동가들은 ‘웰빙’과 ‘아침형인간’의 유행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자기관리와 웰빙 붐에 대한 허와 실도 짚어본다.

▲ 최근 베스트셀러로 뜨고 있는 주요 서적들은 삶의 방식과 전략에 대한 컨설팅에 한창이다. 사진 최문주 기자

#시민운동가도 ‘아침형인간’ 돼라(?)
 
 
대표급 시민운동가들의 왕성한 활동력은 혀를 내두를만하다. 새벽 4시에 기상해 신문기사를 스크랩하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밤을 새는 토론과 회의를 하는가 하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실무자들에게도 그만큼의 활동력을 요구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가 만든 ‘프랭클린 플래너’ 예찬론자로 나서기도 했던 한 대표급 시민운동가는 그 정력적인 활동 속에 무엇보다 자기관리의 철저함이 베어있어, 젊은 시민운동가들에게도 귀감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시민운동가들도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까. 

“‘아침형 인간’의 본질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영어공부하고 빨리빨리 살라’는 것은 분명 아니다. 시간에 쫓기지 말고 자기 삶의 주체가 되라는 것이 요지다. 우리 사회가 ‘조직의 시대’에서 ‘개인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제 개인이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안되는 때가 되었다. 이제 ‘셀프 리더십’이 중요해졌다는 반증이다.”
시민리더십센터 양세진 소장은 ‘아침형 인간’ 붐의 배경에는 자기관리, 자아실현 욕구가 깔려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시민운동도 이 흐름과 무관치 않다고 얘기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자기관리, 시간관리의 이유로 영어공부, 요가·운동 등을 드는데, 시민운동가에게는 이것이 시간관리, 자기관리를 통해 더욱 소중한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편이 되죠.” 정치개혁과 평화운동 등 더 숭고한 가치를 위해 더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성숙한 시민운동이 되기 위해선 시민운동가 개개인의 자기계발이 중요해진다고 말한다. 특히 20-30대 초반의 젊은 시민운동가들일 수록 이념과 이데올로기 중심의 시민운동에서 자기 삶의 가치와 자기실현 욕구를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그 갭(격차)을 줄여나가기 위한 자기점검과 성찰이 중요해진다고 설명한다.

다음은 ‘아침형 시민운동가’를 위한 양세진씨의 제안이다.

<1. 현재 하고 있는 일들 중 자신 또는 조직의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일들을 줄여나가기. 
   2. 연차·연휴 등 자기계발을 위한 충분한 여유를 갖기.
    3. 스스로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서로 돕기.>
 
 
   # “웰빙 붐? 얼굴가리고 숨바꼭질 하는 유치원생 꼴”

웰빙 붐과 함께 유기농 식품을 찾는 이들도 꽤 늘고 있다. 덕분에 유기농 생활협동조합 등의 매출도 몇 년 새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꼭 반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한살림도 최근 들어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건강식에 대한 붐과 함께 이름만 걸어두던 회원들까지 너나할 것 없이 제품 구입량을 늘이면서 매장 물건이 동나기 일쑤가 된 것.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유기농 자연산 야채를 사놓고 ‘벌레가 먹었다’며 소비자센터에 신고를 하는 일이 생기는가 하면 물건이 모자라서 정작 일상적으로 이용하던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한살림 서형숙 이사는 “유기농을 먹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백화점 수입 유기농 코너만 가도 가격과 상관없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죠. 좋은 쌀 먹으면서 생산자와 우리 농업을 생각하는 일, 자녀와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하며 이웃과 환경과 공생하는 일을 배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한살림은 4년 동안 쉬었던 조합원 가입시 실시하는 교육을 지난 2002년 말부터 다시 의무화하는 규정을 두어 다소 ‘까다로운’ 우리 건강 챙기기, '웰빙’을 실천하고 있다.

▲ 웰빙 붐이 일면서 상업화 소비지향에 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사진은 한 대형서점의 건강&먹거리 관련 코너 ⓒ 최문주 기자

“건강이야 중요하죠. 하지만 너무 상업화되는 것 아닌가요? 요새 웰빙 붐을 보면 왜 자기 얼굴 가리고 숨바꼭질하는 유치원생들 있죠, 꼭 그 모습 같아요.” 

하다못해 목욕문화만 해도 웰빙과 함께 수많은 목욕용품과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내 몸에 좋다는, 향기롭다는 목욕을 하고서 그 화학물질들이 모두 하수구가면 어떻게 되겠냐고 서형숙씨는 반문한다.

‘친환경적인 공기청정기’, ‘쾌적한 에어컨’, ‘깨끗한 정수기’... 등 ‘웰빙’ 제품들의 등장은 더 많이 소비하라고 부추기며 ‘웰빙’의 본래 취지에는 눈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

# ‘개인적 웰빙’만 말고 ‘사회적 웰빙’ OK

“전세가 만기돼 이사를 가려고 집을 알아보는데, 길가 쪽에 마음에 드는 집이 있었지만 매연 등 아이 건강을 생각해서 오르막길이 있긴 해도 산과 가까운 집을 고르게 됐다.”
사람들이 주변 환경을 내 삶과 건강의 문제로 직접 인식하고 더불어 웰빙 붐에 동조하게 된 데는 최근 방송됐던 SBS 다큐멘터리 ‘환경의역습’의 영향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한 활동가도 이 처럼 자신의 최근 선택에 해당 방송의 영향력이 미쳤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 다큐 ‘환경의역습’ 방송 이후 친환경제품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고, 아파트에 관련 제품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적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관심이 건축전시회에 친환경 건축자재 붐이나 정수기 산업 붐으로 이어지면서 비판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안중관 시민환경정보센터 국장은 현 웰빙 문화에 대해 “건강과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를 산업이 대체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물이 나빠졌으니 정수기를 쓰면 된다’는 식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니다. 여기엔 대기오염, 도시문제, 아파트 문화 등 근본적인 환경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다. ‘웰빙’이다 ‘몸짱’이다 해서 헬스장으로 사람들이 몰린다고 하는데 중요한 건 헬스클럽 돈 많이 벌게 만드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쾌적하게 달릴 수 있는 공원을 많이 만들고 나무를 더 많이 심는 것 아닌가.”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실장은 “현재의 웰빙문화는 산업의 대체이지 환경보존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더불어 최 실장은 "환경과 삶·건강의 연관성에 대한 시민들의 의구심과 욕구는 늘고 있는데 이러한 욕구를 산업만이 채워주고 있는 형편"이라며 "시민운동과 정책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은 자성해야한다”고 말한다.
시민환경연구소는 올 상반기 환경보건백서를 낼 계획이다. 웰빙 붐과 함께 환경문제를 시민 실생활의 건강·보건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최예용 실장은 “개인적 웰빙은 돈 있는 사람의 것이 되기 쉽다. 실제 웰빙하기 위해선 사회적 웰빙 개념으로 가야한다”고 말한다. “공기청정기 바꾸는 게 웰빙이 아니라 사회적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내야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