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꽃밥…봄볕 머금은 '향기있는 성찬'

길고 긴 겨울을 비웃기라도 하듯 당차게 차오른 봄. 움츠렸던 도시를 쓰다듬는 달콤한 바람, 따뜻한 햇살…. 이런 춘흥에 겨워 봄의 맛을 찾게되지만 딱히 먹을만한 음식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겨우내 메말랐던 입맛에 춘풍처럼 싱그러움을 더해줄 수 있는 요리가 없을까.

그 맛을 찾아 충북 청원 상수허브랜드(www.herbland.co.kr)의 레스토랑 '허브의 성'으로 향했다. 파릇파릇한 허브와 붉은 꽃이 수북이 놓여 있는 허브꽃밥, 라벤더 된장국, 보랏빛 바이올렛 꽃이 활짝 피어 있는 민트 물김치, 온몸을 휘감는 향기와 형형색색의 유혹이 '봄의 밥상'을 제대로 찾은 듯했다. 　

사실 허브요리는 일반인들에게 더 이상 낯선 음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매년 봄 손님을 사로잡는 이유는 허브가 갖고 있는 풍부한 비타민과 심신을 안정시키는 매력적인 향기 때문일 것이다. 　

허브꽃밥은 허브를 넣고 지은 밥에 노화방지에 좋은 로즈마리, 감기예방에 좋은 타임 등 20여가지의 허브와 꽃, 그리고 콩, 참깨, 무 등 각종 채소의 싹을 듬뿍 넣어 허브고추장에 비벼 먹는 음식이다.

숟가락으로 허겁지겁 비비면 향기가 달아날 수 있기 때문에 젓가락을 살살 비빈 뒤 먹어야 하는 것이 꽃밥에 대한 예의. 설레는 마음으로 한입 가득 넣고 씹어보니 상큼한 향기가 아찔할 정도로 입안을 휘몰아친다.
씹을수록 쌉싸래한 맛이 언 땅을 비집고 나온 싹들의 생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듯하다.

허브꽃밥의 또 다른 묘미는 허브고추장에 있다. 갖가지 허브를 첨가해 만든 고추장은 짜지 않으면서도 뒷맛이 깔끔해 허브의 맛을 오롯이 살려낸다.
두통과 피로회복에 좋은 마리노 라벤더를 넣어 만든 된장국도 잊을 수 없는 별미. 구수하고 편안한 맛으로, 먹을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에 민트 물김치의 달콤한 맛은 완벽한 봄의 화음을 이뤄낸다. 물김치는 설탕 당도의 300배나 되는 스테비아로 만들어 당뇨병 환자에게 특히 좋다. 　

상수허브랜드 이상수 사장은 "허브요리는 사계절 맛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봄이 제격이죠. '살아 있는 미네랄'인 싹들의 생기를 맛볼 수 있으니까요. 일상이 지친 현대인에게 허브꽃밥은 작은 활력이 될 것입니다"고 말했다. 　

한편 허브꽃밥은 일반 가정에서도 즐길 수 있다.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와 킴스클럽 강남점에 가면 상수허브랜드에서 생산된 갖가지 허브잎과 꽃을 포장해 판매한다(샐러드용 100g 2,000원선). 허브고추장은 냉장고에서 2∼3일 정도 말린 허브를 잘게 다진 뒤 고추장과 적당히 볶아주면 된다.

미국·유럽엔 감기나 불면증이 있을 때 약 대신 허브를 복용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미국에서만 한 해 1,500만 명이 허브를 구입해 복용할 만큼 대단한 인기다.

월마트 등 대형 할인마트에 가면 허브를 먹기 좋게 말려 팔거나 정제·캡슐화한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을 약처럼 먹고, 약을 음식처럼 먹으라"며 생활 주변에 널려 있는 허브가 훌륭한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동양에도 '식약동원(食藥同源)'의 전통이 있다. 허브는 동양에서 생약, 약초로 통한다. 한약은 녹용·웅담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허브'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감기가 들었을 때 주로 찾는 허브는 가새풀(echhinacea)이다. 몸이 붓거나 관절염이 있을 때도 많이 쓴다. 이 허브가 자연의 항생제이며 우리 몸이 질병에 저항하는 힘, 즉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허브를 복용하면 백혈구 대식(大食)세포 활력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나 다발성 경화증이나 알레르기 등이 있는 사람이 복용해선 안 된다.

자연의 '프로작'(대표적인 우울증 치료제)도 있는데, 바로 요한초(St. John's wort)다. 잘게 썬 이 허브를 끓는 물에 5~10분 우려낸 뒤 마시면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이 먹으면 피부암이 나타나기도 하니 주의! 다른 우울증 치료제와 함께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자. 가래·기침·기관지염이 있을 때는 스페인 감초(licorice)가 제격이다.

이는 '약방의 감초'할 때 그 감초와 사촌간이다. 이 허브는 고대 이집트 시대에도 기관지염 치료에 쓰였다고 한다. 스페인 감초를 우려낸 차를 마시면 기침감기가 들었을 때 회복되는 시기를 줄일 수 있으며 삼키면 막 나오려는 기침도 멈추게 한다.

그러나 4주 이상 매일 복용하거나 하루에 석 잔 이상 마시면 심장·신장에 부담을 주고 혈압이 오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임신부나 간·신장·심장 질환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식물 의사'로 통하는 캐모마일(chamomile)은 심신의 균형을 되찾고 신경체계를 강화시켜 진정·안정 효과를 주는 허브다. 위에 탈이 있을 때도 효과 있다.

이 꽃을 우려낸 차를 마시거나 양치질·목욕(캐모마일 50g을 물 1L에 넣고 끓인 뒤 뚜껑을 덮은 채 15분 가량 우려낸 목욕물에 섞는다)을 하면 된다. 차로 마실 때는 첫 잔은 되도록 소량 들이켜 몸을 적응시켜 놓은 뒤에 본격적으로 마시는 것이 좋다.

허브 차는 음료로 마시지 말고 치료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화란국화(feverfew)는 편두통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이 허브에 든 성분이 염증을 가라앉히고 혈류의 수축을 돕기 때문이다. 과거엔 젊은 여성의 가벼운 히스테리를 치료하는 데도 썼다. 한 찻숟갈의 화란국화 잎이나 꽃에 뜨거운 물 150ml를 넣고 3분간 우려낸 뒤 하루에 석 잔씩 뜨겁게 마시면 편두통 예방은 물론 류머티스성 질환·알레르기·월경장애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단, 이 허브의 염증 억제작용은 2주~2개월 후에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임신중이나 모유를 먹이는 여성과 12세 이하의 어린이가 복용해서는 안되며, 이 허브가 잘 맞지 않는 사람에겐 어지러움증 · 속쓰림 · 소화불량·체중 증가·변비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불면증이 있을 때는 잠들기 1시간 전쯤 서양쥐오줌풀(valerian)이란 허브로 파를 만들어 마시면 효과 있다. 잘게 썬 뿌리를 우려낸 차로 마시면 불안·공포·긴장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흐려진 집중력을 강화할 수 있다. 과로로 인한 불면증, 신경성 소화장애, 위경련, 근육통등에도 효험이 크다고 한다. 부작용은 대수롭지 않다.

여성에게 좋은 허브도 있다. 블랙 코호시(black cohosh)와 신선초(angelica)다. 19세기 유럽인들이 부인질환에 사용했던 이 허브들엔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성분이 들어 있다. 그래서 폐경기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증세를 없애고 월경불순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그러나 임신부가 복용해선 안 된다. 남성에게 좋은 허브로는 톱야자(sawpalmetto)가 있다. 독일에선 전립선 비대증인 남성 10명 중 9명에게 이 허브가 처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