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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내 안에 깃들어 있는 행복
소중한 것은 멀리에 있지 않습니다
2004년 02월 23일 (월)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오마이뉴스:김민수 기자

   
▲ ⓒ2004 김민수
봄이 오는 따스한 길목에 서서 봄을 맞이하고 싶은 생각에 성산 일출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바다를 찾았습니다. 그 바다에 서서 느끼는 첫 번째 생각은 '누구는 평생 소원을 해도 한번 오기 힘든 곳에 서 있구나'하는 것이고, 두 번째 생각은 '매일 매일 바다와 더불어 이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풍경일 수도 있겠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가질 수 없고,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신비감과 기대감은 그것을 대단한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것이 없어서' 불행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지금 제 앞에 펼쳐지고 있는 풍경은 제주의 작은 농어촌 마을로 이사를 오기 전에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입니다. 더군다나 제주에서 몇년 살다 보니 이렇게 맑고 청아한 날씨가 흔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풍경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방인의 눈이요, 제주인들의 말대로 육지 것들의 시선일지도 모르죠.

그런데 저는 감히 이렇게 말합니다. 육지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제주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볼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이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분들이야 늘 보아 왔던 풍광이기에 지나쳐 버릴 수 있지만 육지 것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해 보이기만 한다고 말합니다.

   
▲ ⓒ2004 김민수

 그런데 우리의 인생의 여정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들도 이런 것이 아닌가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는 시큰둥해지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만 부러워하며 살아갈 때가 많지 않나요? 그러다가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마저도 잃어 버리고 살아가지는 않나요?

나는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가만히 돌아보니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 모릅니다. 필요 이상으로 가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부끄러워집니다. 내가 필요 이상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군가의 필요를 착취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어르신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면서 제주 사투리에 대해서 여쭈어 보았습니다. 냉이는 '난생이'고 달래는 '들래마농'인데 '마농'은 '파'를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너무 재미있지만 어렵다고 하니 무는 '놈비'요, 얼갈이배추는 '너물'이요, 고구마는 '감저'라며 계속 이어집니다. 저도 아는 제주 속담이 있다고 하면서 '우수 경칩에 굼벵이도 나도나도'라고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하니 재미있다고들 하십니다.

그냥 일상에서 쓰는 말인데 그게 뭐 그리 재미있고 어려울 것이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점점 잊혀져 가는 이러한 구수한 사투리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죠. 어르신들이 신이 나서 이것저것 가르쳐 주신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이 알고 있던 사투리를 생전 처음으로 듣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으니 우리 것이 소중하긴 소중한 것이구나 하는 일종의 그런 발견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2004 김민수

 누구나 다 지나쳐 버릴 수 있는 평범한 일,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발견하는 일을 저는 참으로 소중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나에게 가장 쉽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그것에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데 어느 특별한 것이 온다 한들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지난주에는 루게릭병 판정을 받고도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김영갑님의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저와 이웃하는 동네에 산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가 카메라도 찍은 풍광들, 언젠가 그가 섰던 자리에 내가 서기도 했는데 나는 그가 느꼈던 것만큼 처절하게 느끼지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참으로 소중한 것들이 내 곁에 왔다가 그냥 스쳐지나가 버렸구나 하는 반성을 했습니다.

소중한 것. 그것은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에게는 오랫동안 머물지만 그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에게서는 잠시 머물다 떠나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떠났을 때 발버둥치지만 이미 그 소중한 것은 다시 얻을 수 없는 것이죠. 소중한 것, 그것은 멀리에 있지 않습니다.
인생의 행복,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 우리의 일상에 있습니다. 너무 먼 곳에서 찾지 마십시오.

   
▲ ⓒ2004 김민수

 제가 고백하는 행복은 단편소설이요, 아니면 산문이요, 수필이요, 시입니다. 그 작은 것들이 모여서 장편소설을 만듭니다. 그 장편소설은 바로 인생이고, 그 짧은 순간들이 모여서 해피 엔딩으로 끝나면 그 삶은 행복했던 삶입니다.

제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슬픈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고, 소중한 일도 있고 행복한 일도 있습니다. 그 만나는 모든 것들에게 행복 또는 희망이라는 물감을 칠하다 보면 '행복하다'는 느낌이 온몸을 휘감는 순간이 있습니다.

   
▲ ⓒ2004 김민수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저 상황에서 행복하단 말이야?'

그런데 그들의 삶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멀리에서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깃들어 있는 소중한 것들을 잘 간직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절망이라고 느끼는 순간.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우리 안에 들어있는 소중한 것들, 남이 그토록 갖기를 소망하는 것들을 나는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돌아볼 수만 있다면 절망이라는 것은 우리 삶에 없을 것입니다.

절망이라고 느끼는 순간. 자연 앞에서 그 이름 모를 들풀들까지도 얼마나 진지하게 살아가는지를 바라보면 그 절망의 싹을 잘라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소중한 것은 멀리에 있지 않습니다. 이미 내 안에 들어있습니다. 


▒ 김민수 기자는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 있는 종달교회를 섬기는 목사입니다. 그의 글은 <강바람의 글모음>www.freechal.com/gangdoll을 방문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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