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누드' 파동을 일으킨 탤런트 이승연씨와 네띠앙 기획사, 언론이 위안부피해 할머니를 두 번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승연씨 측은 위안부 누드 영상 시사회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검증을 받고 싶어하고 언론 역시 위안부 문제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이승연'이라는 연예인에 주목하는 듯한 움직임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이승연씨 측은 19일 오후 시사회를 하려던 애초 방침을 철회, 누드 필름을 완전 소각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596차 정기수요시위가 있었다. 달라진 것은 이승연이라는 연예인이 수요시위에 참석한다는 소문 때문에 몰려든 100여명의 취재진들이었다. 집회를 열기 전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이승연이 찍은 필름을 태워도 용서할 수 없다. 이승연이 일본의 교활한 행위와 닮은 꼴이다"고 소리쳤다.

강주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부장은 "12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싸워오는 동안 무관심하던 언론이 이승연 파동으로 취재하러 몰려들면서 후레쉬를 터뜨리니까 할머니들한테 두 번의 상처를 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네티앙 본사 앞에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소속 위안부 할머니와 여성단체 활동가 들이 이승연 누드 촬영 중단과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중 한 위안부로 끌려갔던 한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집회전날 위안부피해자 할머니와 잠을 자는데 밤잠을 설쳤다는 윤미향 정대협 사무총장은 "현재 일제친일파 진상규명특별법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으며, 일제강점강제동원 진상규명특별법은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상태"고 말했다.

그동안 피해할머니들의 건강을 위해 보약을 무료로 지어드리고, 무료 진료를 해왔던 179명의 대한여의사협회 회원 대표로 권혁란 대한여의사협회 회장은 '할머니들에게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연대발언을 했다.

"1940년에도 세상은 모질었고, (중략)…우리들은 그 때 세상에 없었지만, 그래도 할머니들에게 빚진 기분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들은(이승연과 기획사) 생각 없는 소수일 뿐입니다. 뒤늦게 철이 드는 늦둥이 들입니다. 노여움을 푸시고 더 이상 상처입지 마시고, 꿋꿋하게 버텨내셔야 합니다."

이양희석 전국여대생대표자협의회 회장(한양대 총여학생회 회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제국주의문제와 국가의 개인폭력, 여성인권 등의 중첩된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기념관 건립을 통해 피해할머니들의 정의와 명예를 회복해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한일대학생들의 평화모임인 '피스로드'의 회원인 마아키오 하이시 씨는 "한국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에 동참하기 위해 올해 4번째 집회를 참석하고 있지만, 전혀 상황변화는 없다"며 일본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네티즌들의 자발적 모임인 '위안부 누드 반대 카페'도 만들어졌다. 네티즌모임 운영자는 "처음에는 네티즌이 화가 나서 모였지만, 기념관 건립을 위한 네티즌 성금 모으기를 비롯,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91세 최고령 피해할머니는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며 "죽기 전에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내는 게 소원"이라고 밝혔다.

한편 네티앙 측은 19일 누드 필름을 완전소각했다. 하지만 18일 수요집회에 나온 할머니는 "만약 필름을 태운다고 해도 용서할 수 없다"며 노여워했다. 또한 오늘 소각한 필름이 원본이 아니라 복사본이라는 네티즌들의 문제제기도 각종 게시판에 등장하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승연과 기획사는 진심으로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깜짝 이벤트를 하는 것 아니냐"며 "언론도 그런 깜짝 이벤틀 따라 취재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