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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떼기당도 안간힘을 쓰는데, 민주당은..."
추미애, 리더십부재 등 비판..."공천혁명 못하면 시한부 존재"
2004년 02월 19일 (목)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오마이뉴스 : 이한기 기자

"당내 고질병으로 번져 있는 온정주의를 강력한 리더십으로 헤쳐 나가지 못하고 공천 부적격자를 가려내지도 않고 시간만 끈다면 당은 시한부 존재에 불과하고 역사의 박물관으로 사라질 것이다. … 당의 미래와 개혁을 담보하는 공천과 선대위 구성을 촉구하며, 나의 마지막 목소리가 수용되기를 바란다."

   
▲ 추미애 의원은 최근 민주당의 위기가 지나친 온정주의와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때문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천혁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8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의원.ⓒ 오마이뉴스 이종호

19일 오후 2시30분 민주당사 기자실. 상임중앙위원인 추미애 의원은 어두운 표정으로 준비해온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공천혁명만은 민주당 총선 승리의 충분조건이 아니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 하지 않으면 안될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며 공천혁명과 민주당다운 노선과 정책을 제시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공천혁명을 제기하는 그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성명서 낭독이 끝나자마자 기자들이 "성명서 말미의 '마지막 목소리'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추 의원은 "묵묵부답(默默不答)"이라며 침묵했다. 이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탈당을 결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냐는 이어진 물음에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개혁 목소리를 낼 때마다 화합을 깨는 이단아 취급"

추 의원이 가라앉은 목소리와 무거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준비한 성명서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한나라당도 불법정치자금 수수의 원조당, 차떼기당이라는 부패의 원죄와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공천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심지어 최병렬 대표에 대한 살신성인의 용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개혁을 선도해 왔던 민주당다운 모습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그동안 공식·비공식 자리에서 무수한 논의를 했지만 할수록 점점 절벽을 만나는 느낌이다.

… 당내 인재들이 개혁 목소리를 낼 때마다 화합을 깨는 이단아 취급을 하면서 역동성을 죽여왔다. 심지어 개혁을 요구하다가 이에 미온적인 당을 떠났다가 위기에 직면한 당을 구하고자 다시 들어왔던 한 젊은 동지는 다시 절망하고 불출마 선언을 하기에 이르러도 메아리 없는 함성으로 취급될 뿐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개혁 목소리를 내는 소수의 인재들을 귀중하게 쓰기는커녕 계륵 취급을 하고 있다."

추 의원은 현재 민주당 상황에 대해 "지난해 분당했을 때보다 더 큰 위기에 빠져있다"고 보고 있다. 그가 이처럼 해석하는 데에는 지난해 전당대회 직후 반짝 상승했던 지지율이 계속 하락-정체를 거듭하고 있는데도, 민주당이 역동성과 개혁성, 미래지향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표류하며 정체성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침체된 당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도 마땅치 않고, 지도부의 의지도 박약해 보이는 현실적인 벽에 대해 그는 "상임중앙위원인 나 자신도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언저리에 머물 수밖에 없었음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이를 돌려놓을) 힘이 나에게도 없다"고 토로했다.

추 의원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자리에서 "그동안 민주당은 온건·진보노선에서 (다른 당에게) 한 번도 밀려본 적이 없다"며 "그런데도 최근 몇 가지 행보를 보면 껍데기만 민주당 간판을 잡고 있을 뿐 선택은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비단 공천 과정뿐만이 아니라 한·칠레 FTA나 이라크파병 동의안 등에 대한 정책적 입장도 어정쩡해, 다른 당과 '보수 대(對) 온건진보'의 대립각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 의원은 "정책적인 사안에 대한 토론이 없고, 아예 실종됐다"며 "그런데다 정책들이 보수 회귀적으로 되다보니까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들조차 입을 닫고 지낸다"고 한탄했다.

'조순형-추미애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에 대한 물음에도 그는 "공천혁명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당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나도 역부족이어서 기존 공천 과정에서 부적격자를 한 사람도 걸러내지 못했지만 당을 살리려면 기존 공천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를 내고도 다른 당 후보에게 부역한 사람과 분당에 핵심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공천해서는 안되고, (이미 공천을 했다면) 철회돼야 한다"며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멤버와 분당 과정에서의 정통모임 등을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어 그는 한화갑 전 대표의 옥중출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런 의견이 안 받아들여질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생각한 바는 있지만, 여기에서 어떻게 내 수(계획)를 다 공개할 수 있겠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추 의원이 없는 민주당은 앙꼬 빠진 찐빵 아니냐'는 유도 질문에도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그의 침묵은 '말이 아닌 앞으로의 내 행동을 보면 알게 될 것'이라는 대답처럼 느껴졌다.


[추미애 의원 성명서 전문] "공천혁명은 선대위의 필요조건입니다"


▲ 추미애 민주당 상임중앙위원.
ⓒ오마이뉴스 이종호
공천혁명 없이는 민주당은 현재의 의석도 건지기 어렵습니다. 선대위 구성 이전에 공천기준을 정하고 공천혁명의 기틀을 새로 만들어야합니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과 대통령의 권력을 좇는 추종자들의 배신으로 민주당은 창당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분당했을 때 보다 더 큰 위기에 빠져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총선에 모든 것을 걸고 총선을 대통령 재신임투표로 몰고 가려다가 국민적 반발에 부딪치자 다시 오늘은 '개헌저지선'을 총선 이슈로 들고 나와 국회를 구성하는 총선거의 의미를 왜곡시키고 대의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도 불법정치자금 수수의 원조당, 차떼기당이라는 부패의 원죄와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공천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심지어 최병렬 대표에 대한 살신성인의 용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 민주당만 개혁을 선도해 왔던 민주당다운 모습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그동안 공식 비공식의 자리에서 무수한 논의를 했습니다만 할수록 점점 절벽을 만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당내 인재들이 개혁 목소리를 낼 때마다 화합을 깨는 이단아 취급을 하면서 역동성을 죽여왔습니다. 심지어 개혁을 요구하다가 이에 미온적인 당을 떠났다가 위기에 직면한 당을 구하고자 다시 들어왔던 한 젊은 동지는 다시 절망하고 불출마선언을 하기에 이르러도 메아리 없는 함성으로 취급될 뿐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개혁 목소리를 내는 소수의 인재들을 귀중하게 쓰기는커녕 계륵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전당대회를 통해 힘들게 만든 역동성과 개혁성, 미래지향성에 대한 약속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 두렵습니다. 상임중앙위원인 저 자신도 이를 극복해내지 못하고 언저리에 머물 수밖에 없었음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당 안팎으로 불어닥치는 강한 외풍에도 당 지도부는 모른 척 안주하고 한줌 안되는 당내 권력 사수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날 그날의 화두에만 몰두하고 리더십부재와 전략부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습니다. 민주당이 개혁과 대혁신을 통해 원래의 모습을 복원한다면 지지자들은 우리에게 다시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합니다. 선대위를 구성하기 이전에 먼저 공천혁명을 합시다. 공천의 기준과 원칙을 정합시다. 민주당에 역동성과 개혁성, 미래지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합시다. 그런 다음 선대위를 구성함에 있어 개혁인재들을 전면에 내세워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수권정당의 활기찬 모습을 보인다면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습니다.

당내 고질병으로 번져있는 온정주의를 강력한 리더십으로 헤쳐 나가지 못하고 공천부적격자를 가려내지도 않고 시간만 끈다면 당은 시한부 존재에 불과하고 역사의 박물관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민주당 후보를 내고도 다른 당 후보에게 부역한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칙도 지키지 않은 분과 분당에 핵심적인 책임있는 분들에 대한 공천은 절대 불가하고 철회되어야 합니다.

옥중출마조차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정치불신에 가득 찬 성난 민심에 부채질하는 격일 것입니다. 그분들도 억울한 점이 있다는 것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정치의 신뢰회복과 당의 사활적 문제에 관한 것인 만큼 옥중출마강행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고언 드립니다.

그런데 이런 공천혁명만으로 민주당이 선거에 승리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단지 최소한 하지 않으면 안되는 필요조건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즉 앞으로 구성될 선거대책위원회는 민주당다운 노선과 정책을 분명히 제시하고 구체적 대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정책과 비전으로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지지자들에게 적극적 지지 동기를 부여하는 충분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당의 미래와 개혁을 담보하는 공천과 선대위 구성을 촉구하며, 저의 마지막 목소리가 수용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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