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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에서 몸 푸는 4월 혁명의 봄
[포토에세이] 선암사의 겨울에서 섬진강의 봄까지
2004년 02월 18일 (수)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선암사의 겨울 - 산고 치르는 남도의 봄

   
▲ 선암사 돌담에 앉은 새.
ⓒ2004 김인호
남도에 봄눈 사나흘 몰아쳤다. 전남 순천 낙안 금둔사(金芚寺)에 살짝 핀 홍매화는 강습 추위에 꽃잎 감추었다. 조계산(曹溪山) 선암사(仙巖寺) 돌담 지붕에 내려앉은 새 한 마리 참선하는지 고요하다. 목탁소리 경청하는 봄눈도 깨달음을 얻고자함인지 계곡 휘감다 하산한 바람의 간섭에 대꾸하지 않는다. 입춘(立春)이 지났지만 남도의 봄은 산고(産苦)를 치른 뒤에야 몸풀 모양이다.

   
▲ 선암사의 고드름.
ⓒ2004 김해화

선암사 팔상전 옆 동백나무
저녁 종소리 위에
꽃 한송이 살그머니 내려놓는데
하필이면 젖은 가슴
그 때 종소리 끝에 닿아 있어
꽃 지는 소리 가릴 수 없습니다.

울림 때문에 쉽게 구멍나버린 가슴속에서
희디희게 여윈 사람
향기롭게 걸아 나가 어두워지더니
실낱같은 길 한 가닥
손짓할 틈도 없이 끊기네요.

사람 하나 불러내어 새를 빚으셨군요.
어두운 운수암 쪽에서
꽃송이 만한 새 한 마리 날려보내
동백나무 꽃진 자리 꽃 빛으로 감춰주시는 부처님

종소리 끝 얹혀있던 꽃 지는 소리
그제 서야 땅에 내려앉아 핏빛이 됩니다.
그래요. 사람 하나 떠나느라고
세상이 잠시 고요하였습니다.
(김해화 시인의 '동백꽃 지는 소리' 전문)


   
▲ 연못에 잠긴 선암사.
ⓒ2004 김해화
마흔 일곱 살 철근쟁이 김해화 시인은 세상과 친하지 않다. 20년 넘게 노동자로 살면서 얻은 것은 상한 몸과 분노이다. 공친 날, 풍경소리를 들으려 선암사에 가는 것은 분노를 삭히기 위해서다. 팔상전 뒤 처마 밑에서 풍경소리를 호젓하게 듣거나 친한 꽃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상처 난 마음에 꽃 진다. 시인은 렌즈로 꽃들을 체포하지만 가혹행위는 전혀 하지 않는다. 꽃들 또한 반항하지 않는다

남도의 봄을 추적 중인 시인에게 어디에 봄이 숨었는지 물었다. 시인은 "봄이 온 줄 알고 튀어나왔던 꽃들이 시샘 추위에 놀라 도로 들어갔다."면서 "숨을 죽이고 지내던 봄꽃들이 터져 나오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철근파동으로 공쳤으니 오후에 선암사에 갈 생각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 눈 쌓인 금둔사 경내.
ⓒ2004 김해화
선암사는 불각(佛閣) 9동, 요(寮) 25동, 누문(樓門) 31동으로 도합 65동의 대가람이었다. 그러나 6·25 전쟁 와중에 소실되면서 지금은 20여 동의 당우(堂宇)만이 남아 있다. 전쟁은 봄을 부르지 못한다. 대립의 칼과 총으로는 꽃을 피우지 못한다. 죽은 자도 산 자도 잠들지 못했던 남도, 여순사건이 낳은 죽음과 죽임에 의해 남도의 봄은 피투성이였다. 이제 용서와 화해를 조계산 자락 곳곳에 뿌려야 한다.

   
▲ 필듯 말듯... 시샘 추위에 봉우리 다문 금둔사 홍매화.
ⓒ2004 김해화
선암사 스님들은 17일 순천의 노(老) 보살 49제를 올리며 극락으로 천도했다. 이승의 한(恨)은 이승에 내려놓고 저승 가는 길 편히 가시라고 마흔 아홉 날 동안 드렸던 제를 오늘 마쳤다. 선암사 승범 스님은 "여순사건 당시 한 마을 주민들끼리 좌우(左右)로 나뉘어 죽고 죽인 한이 아직도 남아 화해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자비의 마음으로 서로 용서하면서 마음에도 매화꽃이 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섬진강의 봄 - 봄꽃 흐드러진 4월이 오면 혁명과업 완수하리라

   
▲ 섬진강 푸른 하늘아래 막 피어난 매화.
ⓒ2004 김인호
섬진강 변 양지녘에 매화 조금 피었고 조계산 버들강아지의 솜털은 뽀송뽀송하다. 순천 승주읍에는 꽃다지 피었고 길섶 고랑에 핀 냉이는 푸릇푸릇하다. 봄이 완연하기 전에 선도투쟁 하며 머리 내민 놈들이다. 모두들 꽁무니를 빼다가는 봄을 놓칠 수도 있기에 앞장 선 놈들이다. 먼저 핀 놈은 먼저 지는 게 순리다. 승복한 놈은 또 다시 봄을 맞을 것이고 불복한 놈은 뿌리뽑혀 버려질 것이다.

   
▲ 청보리 익으면 봄도 무르 익으리라.
ⓒ2004 김해화
4월이 오면 악의 꽃들을 쳐내야 한다. 상식조차 무시한 악의 꽃들을 더 이상 꽃이라고 인정해선 안 된다. 고름이 살 되지 않는다. 뽑을 것들은 뽑아내고 잘라낼 것들은 잘라내야 한다. 도리를 무시한 자는 결코 도리를 다하며 사는 나라를 세울 수 없다. 4월이 오기 전에는 낙천될 자들을 낙천 되게 하고 15일이 되면 서슬 퍼런 투표의 칼날로 낙선될 자들을 엄히 단죄해야 한다.

   
▲ 봄의 전령 매화, 조금 있으면 남도의 봄이 완연할 것.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문제는 이중성이다. 한 입으로는 정치개혁을 말하고 또 다른 입으로는 향응제공을 원하는, 한 손으로는 공명선거를 외치면서 또 다른 손으로는 금품을 요구하는 부패한 유권의식을 절단내야 한다. 매춘(賣春)은 몸을 망치지만 매표(賣票)는 민주주의를 망친다. 또 다시 문제는 냉소주의다. 저만 살겠다고 돌아서서 돈을 세는 자들이 끝내 발등을 찍으면서 모두를 희망 잃고 헤매게 한다. 일관성 없는 분노는 분노가 아니라 서푼어치도 안 되는 성질일 뿐이다.

   
▲ 솜털 뽀송뽀송한 버들강아지.
ⓒ2004 김인호

푸른 하늘을 制壓(제압)하는
노고지리가 自由(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詩人(시인)의 말은 修訂(수정)되어야 한다.

自由(자유)를 위해서
飛翔(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自由(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革命(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革命(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김수영 시인의 '푸른 하늘을' 전문)


   
▲ 푸른 섬진강. 철교를 지나 조금만 지치면 바다에 닿는다
ⓒ 김인호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라 혁명하는 달이다. 시인의 시대는 혁명이 고독했겠지만 지금의 혁명은 더 이상 고독한 사업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치개혁의 대오를 이룬 혁명군들은 돌과 총이 아닌 투표용지로 피 흘리지 않는 혁명의 과업을 완성할 수 있다. 잠자는 자의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틀림없이 혁명에 동참할 것이며 심판자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할 것이다. 그리고 산에 들에 봄꽃들에게 이 시대의 혁명은 찬란했다고 보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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