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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거울 속의 거미줄'
2012년 10월 10일 (수) 22:06:34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부천타임즈: 양주승 대표기자

부천이 낳은 민족시인 수주 변영로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제14회 수주문학상 당선작으로  정용화(안양) 시인의 「거울 속의 거미줄」이 대상으로 결정됐다.

   
▲ 정용화 시인
수주문학상운영위원회는 10일 접수기간(8/1~8/20)에 응모된 작품 수는 해외를 비롯해 395명 3,000여편으로, 이 중 예심을 거쳐 본선에 오른 작품이 40명(200여편), 본심에서 최종 5작품 중 정용화님의 「거울 속의 거미줄」 외 4편이 당선되었다고 밝혔다.

정용화 시인은 충북 충주 출생으로 동국대 예술대학원 문창과.중앙대 예술대학원 전문가과정 수료. 동국대 대학원 문창과 석사과정, 2001년 <시문학> 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흔들리는 것은 바람보다 약하다」「바깥에 갇히다」등이 있다.

운영위는 "그간 대상 1명, 우수상 3명을 선정하던 방식을 바꾸어 올해부터 당선자 1명을 선정하고 상금 또한 1천만원으로 올린 것이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심사는 오세영 시인, 나태주 시인이 맡았으며 시상식은 오는 10월 26일 (금) 오후 3시, 부천시청 5층 만남실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거울 속 거미줄(정용 화)

덕천마을 재개발 지역
반쯤 해체된 빈집 시멘트벽에 걸린
깨진 거울 속으로 하늘이 세들어 있다
무너지려는 집을 얼마나 힘껏 모아쥐고 있었으면
거울 가득 저렇게 무수한 실금으로 짜여진
거미줄을 만들어 놓았을까
구름은 가던 길을 잃고 잠시 걸려들고
새들은 허공을 물고 날아든다

거미줄에 무심히 걸려있는 지붕 위
주인도 없이 해가 슬어놓은 고요를
나른한 오후가 갉아먹는다
간절함은 때로 균열을 만든다
한 때 두 손 가득 무너지는 인연 하나
잔뜩 움켜쥐고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가느다란 손금이 조금씩 깊어졌다
심경, 마음을 들여다볼 때 마주치는 거울 속으로
손금이 흘러들어 무수한 실금을 남겼다
균열은 어떤 부재를 품고 갈라진 틈 속마다
허기진 풍경을 흘려 넣는 것인가

무너짐이야말로 더 큰 열림이기에
거울 속 거미줄은 어떤 것도 붙잡아 두지 않는다
나를 흘리고 온 날
서까래 같은 갈비뼈 사이로 종일 바람이 들이쳤다
그러고 보면 깨진 거울은 무너지는 것을
움켜쥐고 있던 집의 마음이었음을


제14회 수주문학상 심사평(심사위원 오세영, 나태주)

수주(樹州) 변영로(卞榮魯)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수주문학상이 금년 14회째라는 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더불어 응모자의 수가 많다는 데 대해서 놀랐고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의 수준에 대해서도 놀라운 마음이 있었다. 모두가 일정 수준에 오른 작품들이었다.
 
주최 측의 요청에 따라 심사위원 두 사람은 이름이 가려지고 번호로만 표시된 40인의 응모작들을 둘로 나누어 각각 읽고 다시 돌려서 읽고 끝내는 한 사람의 작품을 골랐다. 읽는 과정에서는 힘이 들었지만 합의하여 당선작을 내는 데는 별반 이의 없이 순조로웠다.
 
응모작품을 읽으면서 대체로 느낀 점은 응모작들이 대체로 장황하다는 점이다. 결국 시라는 문학형식은 마음속 원망을 언어로 풀어내되 간결하면서도 강력하게 표현하자는 데에 그 출발점이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내면의 감흥이 뒤엉켜 있고 표현이 또한 뒤엉켜 있다 보니 자연스레 시들이 길어지면서 혼란스럽다는 느낌이 강했다. 가

능하면 짧은 형식 속에 많은 내용을 응축시키자는 것이 애당초 시의 약속이기도 하다. 또한 서사와 서정 형식이 혼동된 작품들도 다수 발견되었다. 더구나 문학상의 주인이신 수주 선생은 매우 단아한 형식미와 언어감각을 지닌 서정시인이신데 이런 점에서도 응모자들은 십분 고려해 주었으면 싶다는 소감을 가졌다.
 
결국 당선으로 결정된 정용화의 시작품 「거울 속의 거미줄」외 5편은 응모작 모두가 일정수준에 올라있을뿐더러 시가 지녀야 할 품격을 고르게 갖추고 있어서 쉽게 믿음이 갔다. 형식상 잘 짜여 있고 언어를 매만지는 솜씨가 정교했다. 한 구석도 빈틈이 없다는 점이 심사위원들 간에 오간 평가의 말이었다. 버려진 사물을 바라보는 데서 얻어진 미세한 시각이 자신의 내부로 돌아와 자아성찰의 세계를 얻어냄은 조그만 화엄의 불꽃을 만들어냄이다. 좋은 시적 재질과 정진을 좋은 시를 쓰는 데에 오래 바쳐서 이 땅의 시문학 발전에 기여해주기 바란다. 
 
이와 함께 '울음이 닿아있는 동대구로 7길 外', '철새도래지 外', '자귀나무 外', '새들이 떠나는 서쪽 하늘은 깊다 外'의 작품이 끝까지 남아 종심을 겨뤘다. 나름대로 특색이 있고 일가견이 있는 작품들이었다. 이들 작품뿐만 아니라 더 많은 작품들이 물밑에 숨어 있는데 심사위원들의 눈이 어두워 미처 발견해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크게 실망하지 말고 앞으로도 시를 사랑하며 시를 생산해내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좋은 날이 오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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