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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용구제 도입 두고 우리당 내부 혼란
각 시민단체들의 입장도 엇갈려
2004년 02월 17일 (화)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국회 정개특위는 16일 오후 4당 간사단회의를 열어 17대와 18대 총선에 한해 26개 여성전용구제 도입에 합의한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이 제도의 도입을 둘러싸고 여성들끼리 찬반 양론으로 갈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여성전용구제란 일반 지역구 의석과 관계없이 전국을 일정 의석으로 나눠 여성 출마자들끼리만 경쟁하도록 한 여성들만의 전용경쟁 지역구를 의미한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유권자들은 일반 지역구 투표, 비례대표 투표, 여성전용구 투표 등 총 1인 3표를 행사해야 한다.

국회 정개특위는 이날 간사단 협의에서 여성전용구 26석 도입에 합의하고 26개 권역 구분은 서울과 경기 각각 5개 권역, 부산과 경남은 각각 2개 권역, 나머지 12개 시·도는 각각 1개 권역으로 나누기로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전체 의석수는 기존 273석에 26석을 더해 총 299석으로 늘어나게 된다. 만약 각당이 비례대표 여성 50% 할당 원칙을 지키고 비례대표 의석을 현 수준에서 유지할 경우 17대 국회에는 최소 49명의 여성의원이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여성 출마자들은 위헌 및 여성의 정치적 역량 제고 여부를 놓고 장외 설전을 벌이는 등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논쟁만 거듭하고 있어 여성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김현미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부단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성전용구 제도 도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반대 이유에 대해 "여성전용구제도는 여성을 마이너리그에 묶어 두는 것"이라며 "여성의 정치세력화란 여성의 정치적 역량을 키워내고 지평을 넓히자는 것인데 여기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여성전용구제가 여성을 위한다고 하지만 도리어 여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제약하는 제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김 부단장은 "평균 200만명에 이르는 여성전용구 유권자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할 경우 최소 5억원 이상이 요구되는 등 고비용 선거가 이뤄지거나 선거운동이 전혀 불가능한 사태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이는 선거가 아니라 포스터, 이력서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제도는 비례대표가 줄면서 의석수가 나오지 않으니까 편법으로 도입하자는 것"이라며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의 낭만주의적 접근이며 남성의 눈치보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서초갑 출마를 준비 중인 고은광순 중앙위원은 "일부 후보가 반대한다는 소문이 있어 오늘 오전 확인 결과 여성중앙위원 15명 중 14명이 전용구제 도입에 찬성했다"고 전한 뒤 "일단 여성의석이 30%가 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여성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것인데 지금 5∼]6명의 여성후보를 살리려고 26개를 다 죽이겠다는 것이냐"고 김 부단장의 논리를 반박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2일 이미경 여성공천심사위 특벼위원장과 김희선 여성위원장을 비롯한 여성중앙위원 18명은 여성전용구제의 도입을 당론으로 확정했음을 밝히면서 "17대 총선에서 바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당시 성명을 통해 "여성전용선구제는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여성에게 불리한 상향식 공천의 단점을 극복하고 본선 경쟁력이 있는 여성의 지역구 도전을 보장하는 가장 강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었다.

야당의 반응도 조금씩 엇갈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여성의 의회내 대표성이 5.9%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할 때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반색하고 있지만,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확대, 비례대표 축소에 대한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물타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종철 민노당 대변인은 "전국을 26개 광역으로 나누는 여성전용선거구제는 지역주의를 여전히 개선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아울러 "광역별 선거구제로 인한 대규모 사표 발생, 정치신진세력의 진입 봉쇄로 1번 영남당, 2번 호남당, 3번 충청당 등 보수담합에 의한 지역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질 소지가 많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 김 대변인은 "소선거구제가 지역대표성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여성의원이 또 한번 광역대표성을 부여받는 것에 대한 위헌여부도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각 당이 진정한 여성의 정치참여를 원한다면, 여성전용선거구제 신설이 아니라 비례대표 확대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비례대표 축소하는 여성선거구제 안된다" 
 참여연대·경실련 등 반대 논평...여성단체는 '도입 환영'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 이어 한나라당까지 여성선거구제 도입을 결정함으로써 여성선거구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정치권의 이런 논의를 반대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반면 여성단체 측에서는 '일단 환영' 입장을 발표해 귀추가 주목된다.

참여연대는 16일 발표한 논평에서 "비례대표를 늘리고 그 50%를 여성에 합당하는 것이 합리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최근 각 정당에서 지역구를 10석 가량 늘리고 비례대표를 축소하는 점을 전제로 논의하고 있는 여성전용 선거구제 도입논의는 여성의 정치적 진출을 위한 방안 중 하나라는 의의를 인정하지만 이를 실시하게 될 경우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참여연대는 그 도입에 반대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 첫 번째 이유로 참여연대는 "여성전용선거구제가 현역의원 기득권 지키기 차원과 지역구 의석수 늘리기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희석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을 꼽았다.

참여연대는 "비례대표 의석 배분시 정당지지율이 낮은 정당의 경우 의석수가 줄게 된다는 것을 우려하여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는 진보정당 등 소수정당에 배분되는 의석 수를 가능한 줄이려는 정략적 의도"라며 "여성전용선거구제는 여성정치인의 진출보다는 각 정당의 이해득실에 따른 정략적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1인 3표제의 도입이 유권자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1인 2표 방식의 투표조차 국민 60%가 모른다고 답변했다"며 "1인 3표는 지나치게 복잡한 선거제도를 도입하여 유권자의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정략적 의도를 배제한 조건에서 국민적 혼란을 최소화해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제안한 바대로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거나 동결하고 비례대표 숫자를 확대하는 한편 여성의 50% 할당을 법제화하는 것이 합리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16일 "여성전용선거구보다 비례대표 50% 공천 실천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실련은 "충분한 검토 없이 여성전용선거구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여성의 표를 의식한 것이 의식한 것 아닌가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실련은 "여성전용선거구제가 도입된다면 장애인이나 외국인 등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까지도 논의되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올 법하며 이에 따른 위헌 시비에 대한 정리 없이 졸속으로 입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이에 앞서 여성단체 측은 여성선거구제 도입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총선여성연대와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14일 논평을 발표하고 '다음 주부터 재개될 정개특위에서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이들 여성단체는 "남성의 특권을 제한한다는 면에서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차별금지법을 보더라도 '적극적인 조치'를 차별로 보지 않는다"고 밝히며 "여성선거구제가 통과된다면 국제사회에서 여성의 정치참여확대를 위한 획기적 조치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축소에 대해서는 "비례대표제는 증가되어야 하며, 절대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 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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