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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①] 백선기 '옴부즈만 등정 실패기'
별빛 하나 없는 어둠 속 심연에서 퍼올리는 탄식
2012년 09월 26일 (수) 13:56:59 백선기 pcaa00@naver.com

1. 그동안 성원해주신 분들께 고마움과 죄송함을 드리며 제 부족함을 자책합니다.

작년 6월 1일 <뉴타운, 재개발 문제 출구전략과 각계각층의 역할에 대한 제언>이라는 <사발통문25>이후 16개월 만의 메세지입니다. 우선 머리 숙여 인사드립니다. 부천시정에 참여하면 그 과정에서 반관반민의 스탠스로 제 소임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잠시 멈추라라는 글을 오랜 만에 쓰려니 붓은 빠지고 먹은 메말랐는데 팔에 힘마져 다해 느리고 무디기만 한 제 글의 초식을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 지난 9월 6일, 10달을 끈 두 번째 부결, 천붕지통 보다 더 아팠습니다.

   
▲ 백선기 ⓒ부천타임즈
부결!....을 타전 받는 순간!

55년의 제 인생, 학생운동에 투신한 이후 34년의 활동과 저의 사회적 삶이 송두리째 부서져 내리고 하늘이 정말 노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추락의 아픔도 잠시, 더 큰 아픔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으니, 제 삶이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다면 그것의 8할은 지난 23년 동안 월급봉투 한번 받지 않고 지금껏 저를 보듬어준 제 삶의 동반자의 얼굴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이 상황을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점심자리도 저버리고 늦더위 햇빛을 받으며 하염없이 걷고 또 걷다가 인천행 전철을 타고 넋 나간 사람처럼 하인천 종점에 내려 난생 처음 월미도 까지 걷고 또 걸었습니다.

월미도 산에서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다가오는 바다의 파도소리는 캄캄한 막장에 선 제 가슴 속 인생의 심연에서 솟구쳐 오르는 배냇한숨과 뒤섞이고 나보다 더 아파하는 제 처의 소리없는 탄식과 부딪쳐 거세게 소용돌이쳤습니다.

오매불망 뜻이 이루어지면 가장 먼저 10여년전에  이미 작고하신 지역 어르신들의 사모님들을 모시고 꼭 식사대접을 해드려야지라고 2년 동안이나 품어왔던 제 야무진 꿈도 그 소용돌이 속에 속절없이 사라져갔습니다.

부족한 저를 거들어 기도와 말씀으로 성원해주신 지역의 어르신들과 동지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했던 그 모든 노력도 포말이 되어 파도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그 모든 것을 유보하고 일념으로 기다리고 전념해온 2년 2개월의 시간이 끊임없이 서성이는 바람에 실려 노을과 함께 수평선 소실점 너머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아득히 사라지는 공(空)의 세계는 너무도 가혹한 허무였고 중년에 들어선 제 삶과 활동의 역사에서 잃어버린 그 2년에 대한 상실감은 또다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뼈에 사무쳐 왔습니다.
             
함께 사시다 천수를 다하신 부모님의 운명 당시보다 더 큰 아픔을 한 잔 술로 달래고 새벽녘에 들어와 밤새 뒤척이며 앓는 처의 신열에 옥상에 올라 새벽하늘을 우러러 제 자신의 부족함과 원죄를 자책하며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3. 제가 참 많이 부족하고 또 부족했습니다.
통절히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스스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저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시민사회운동을 해오면서 “초월과 역사적 삶”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제 기준으로) 명리를 탐하지 않고 제 나름으로는 오직 소외된 이웃들의 인간다운 삶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평화통일, 우리 부천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향한 열정으로 걸어 왔습니다.

1995년 시의원출마, 2001년 옴브즈만추천, 2002년 도의원출마, 2002년 개혁당과 대선참여, 2006년 단체장선거 출마등의 정치활동, 제도권활동을 직간접적으로 권유 받았지만 제가 아직은 시민사회운동내에서 역할을 더 해야 한다는 판단과 함께 역할이전의 조건(회관건립, 후임자모시기, 제도권 참여명분)도 불충분하다고 보고 시민사회운동의 길에 매진해 왔습니다. 

마침내 2007년, 당시 단체장의 일탈행정의 장기화와 함께 시민사회 배제, 거버넌스체제의 와해라는 객관적 조건과 경향적으로 제도화되고 분절화되는 시민사회운동의 한계라는 주체적 조건 속에서 위의 3가지 역할이전의 조건이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고 보고 주,객관적 상황을 돌파하기위한 수단으로 정치참여를 결정한 이후 2번의 도전과 최근 옴부즈만 위촉의 길까지 5년의 제도권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 도정에서 수행한 제 미션과 활동에 대한 자긍심도 있고 정말 부천지역의 역사에서 정당하게 객관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도 적지 않으나 이 다종다양한 세상의 현실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과 입장에서 돌이켜 볼 때 심하게 말하면 전 사실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전국적인 명망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석박사 같은 특별한 자격이나 전문성도 없으면서 최소한의 재부도 없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넓혀서 보면 누구에게 밥 한끼제대로 사본 적도 없었습니다. 시민사회운동을 구실로 더 많은 사람들을 껴안고 포용하기보다는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더 익숙했습니다. 때로는 현실과 타협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제 부족함으로 인해 무엇보다도 정치활동을 포함한 제도권활동에 실기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1년 전의 옴브즈만 제안을 스스로 거부하고 이제사 자원(?)한 것은 단적인 사례입니다.

추후에 말씀드리겠지만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터무니없고 비이성적인 여러 가지 음험한 기운들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제 부족한 연유로 임명동의안을 결정할 시의원들의 인심도 제가 결국 얻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부족함속에서 현실세상의 어디에나 있는 일부의 물밑 네거티브는 물론 시민사회운동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 인과관계, 멀리는 어느 노동단체의 문제점에 문제제기, 뉴타운재개발사업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한 역풍마저 불어오는 상황을 제가 감당하지 못한 것입니다.

4. 이제 부족한 저를 희생양으로 시의회는 물론 지역사회가 상식과 공익에 기초해 정의로워지고 음습한 죽임의 관계, 죽임의 문화가 살림의 관계, 살림의 문화로 나아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번에 옴부즈만을 통해 제도권영역에서 사람노릇에 인사치레도 하면서 제가 애초에 출발했던 초심에 확고히 서서 그동안 많은 민원해결의 과정에서 나름대로 쌓아온 경험을 살려 정말 한 번 잘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제 제 부족함이 주가 되고 비합리적인 현실이 부가 되어 참담한 실패의 주역이 된 저를 희생양 삼아 우리 지역사회가 좀 더 합리적이고 따뜻해지기를 소망합니다.  

지난 1월의 1차 부결과 2월 재상정 불발, 제주유배(?)와 4월 재상정 실패, 7월 재상정과 안건보류 및 9월의 2차 부결, 그 과정과 맞물린 원구성 파동에 이르기까지 제 부족함이 많기도 했지만 참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인간의 겉과 속, 정의로움과 권모술수, 면종복배와 뒤통수치기등 지역사회의 적나라한 속살들을 보았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느낀 바를 제게도 생채기가 되겠지만 오직 우리 지역사회가 거듭났으면 하는 바램으로 <옴부즈만 등정 실패기>라는 시리즈 글로 다시 찾아 뵙고자 합니다. 중추가절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2012. 9. 26
           부천시민연합 전 공동대표 백선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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