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맑은정치여성기금운동본부'의 모금 목표치를 2억원이라고 보도했으나, 이는 한국여성재단 홍보실 측에서 언론에 잘못 제공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에 목표치를 '10억원'으로 바로잡습니다.... 편집자 주

[기사수정: 12일 오전 11시47분]

▲ 여성후보자에게는 힘이 되고 '맑은정치여성기금운동본부'가 11일 낮 12시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발족식을 갖고 '2004 맑은정치 희망지기' 모집 캠페인을 시작했다. 운동본부는 향후 '희망지기'들의 기부금을 통해 여성 후보를 간접 지원할 방침이다. ⓒ김진석

▲ 여성 유권자에게는 자부심을 이날 남인사마당 한켠에 마련된 모집 데스크에서 한 유권자가 '맑은정치 희망지기' 선언문에 서명하고, 소정의 기부금을 내고 있다. ⓒ김진석

귀한 씨앗을 모으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정치개혁을 위한 '종잣돈'이다. 이 돈으로 여성 정치인을 키워보겠다는 의도다.

돈을 모을 곳은 총선여성연대·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한국여성재단. 세 단체는 11일 낮 12시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맑은정치여성기금운동본부'(공동위원장 박영숙·장상·강지원 외. www.cleanfund.org. 이하 여성기금본부) 발대식을 갖고 '2004 맑은정치 희망지기 모여라모여라' 캠페인을 시작했다.

'맑은정치 희망지기'(이하 희망지기)란 여성기금본부를 통해 여성 정치인을 '밀어줄' 소정의 후원금을 낸 이들을 일컫는 말. 엄밀히 말하면 여성 후보를 직접 후원하는 방식은 아니나 향후 여성 후보 지지운동에 쓰인다는 점에서 여성 정치세력화의 밑거름으로 볼 수 있다.

여성기금본부는 이날부터 인사동 거리에 희망지기 모집 데스크를 설치하고 기금 모금에 나섰다.

최초의 여성 정치인 '간접' 후원 운동

'맑은정치 희망지기'가 되는 방법  하나, 맑은정치여성기금운동본부의 홈페이지(www.cleanfund.org)를 통해 '맑은정치를 향한 희망지기 선언문'에 동의, 서명한 후 소정의 기부금을 납부한다. 둘, 홍보팜플렛의 희망지기 기부약정서를 작성해 우편 또는 팩스로 보낸다. 셋, 맑은정치여성기금운동본부의 희망지기 계좌(국민은행 079801-04-005547 예금주:(재)한국여성재단)를 통해 기부한다. / 맑은정치여성기금운동본부

"이번엔 꼭 여성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하늘의 절반이여, 일어나자"
"여성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
"여성 유권자의 힘을 확실히 보여주자"

희망지기 모집 거리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이 남긴 말이다. 이날 남인사마당 한 켠에 마련된 데스크를 통해 종잣돈을 보탠 시민들은 "이 돈이 깨끗한 여성 후보에게 든든한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에서 올라왔다가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는 대학 2년생 해진(부모성무표기)씨는 "남성 정치인에 비해 여성 정치인은 재력이나 조직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여성 후보들이 돈 때문에 걱정하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참했다"고 밝혔다.

주부 최이자(42)씨도 "현재의 정치 부패상은 사실상 남성 정치인이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며 "여성 후보들이 더욱 많이 정계에 진출해 정치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참여 이유를 말했다.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의 회원이라는 남수정(22·경희대 2)씨도 정성을 보탰다. 남씨는 "이러한 기금이 여성의 활발한 정치활동과 여성정치신인 발굴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며 "이제 여성이 정치개혁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이날의 행사는 오는 총선에서 출마를 선언한 여성후보들에게 가장 든든한 힘이 된다. 남성 정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직력·자금력이 모자란 것이 여성후보들이 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날 모금 현장에서 만난 김희정(33·한나라당 부산 연제구 출마 예정)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선거과정에서 여성후보들은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기 마련"이라며 "이런 행사는 여성후보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한 힘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여성계의 공동 후원으로 여성 후보들이 당선이 된다면 향후 의정활동 중에도 당을 막론하고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여성 현안에 대해 힘을 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98년∼2000년까지 서울 노원구에서 시의원으로 활약했던 김은경(47·열린우리당 공천 신청자) 열린우리당 환경특별위 위원장도 같은 생각. 김 위원장은 "요즘은 지역구에서도 부패한 정치현실에 대한 염증 때문에 여성후보를 선호하는 여론이 높다"며 "이러한 행사가 여성후보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공천신청자인 양경숙(41·전 종로구 시의원)씨는 직접 모금에 참여하기도 했다. 양씨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후보도 이런 여성계의 노력으로 당선이 된다면 여성을 위한 의정활동에 더욱 앞장서지 않겠느냐"며 "모든 여성후보들의 당선을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 4.15 총선 출마를 선언한 15명의 여성 후보들. 이날 맑은정치여성기금운동본부 발대식에 참석한 각 당의 여성 공천신청자들은 여성의 힘으로 정치개혁을 이룰 것을 다짐했다. ⓒ 김진석

총선일까지 목표액 10억... 총선 후 여성정치기금 조성 계획

첫날 거리모금액은 약 200만원. 모금 목표액은 총선일까지 10억원. 아직 많이 모자라다.

하지만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 운영위원)는 이번 행사를 '여성 정치 운동사의 한 획을 긋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대표는 또 이 행사가 새로운 정치자금 지원의 방법으로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이 운동은 깨끗한 돈이 깨끗한 정치를 만든다는 취지의 행사"라며 "여성정치인을 돕는다는 의미 외에도 더러운 돈이 알게 모르게 유입되는 정치현실에서 여성이 투명하고 깨끗한 돈으로 정계에 진출, 정치개혁을 이룬다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운동본부는 이 돈을 여성 후보 지지 운동을 벌이는 여성단체들의 활동에 쓸 방침이다. 일종의 '여성후보 간접 지원'인 셈. 희망지기는 개인 뿐 아니라 기업도 될 수 있다.

모든 기부금은 '기부 약정서'를 통해 누가, 언제, 얼마를 냈는지 기록된다. 또한 모금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우편과 이메일을 통해, 일반인에게는 홈페이지를 통해 기금의 쓰임새를 공개할 계획이다.

장미정 한국여성재단 기획홍보팀장은 "개인 기부와 기업 기부 캠페인을 통해 투명한 정치자금 기부에 대한 모델을 만들고 총선 이후 남은 기금은 '여성정치기금'으로 한국여성재단 내에 적립해 여성 정책 발굴·여성지도자 양성 등에 지속적으로 쓸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이번 기금은 투명성이 생명"이라고 설명했다.

여성계 총력대응 "비례직 축소 움직임 좌시 않겠다"

▲ 총선여성연대·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11일 낮 1시30분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규탄집회를 갖고 3당의 비례직 축소 야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진석 총선여성연대·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이날 낮 1시30분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규탄집회를 갖고 "3당의 비례대표 축소 야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규탄 성명을 통해 "그간 여성계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지역 및 비례직 여성할당제 확대 실시·비례직 확대 등을 강조해왔다"며 "그러나 3당은 이같은 요구를 무시한 채 당리당략에 의한 나눠먹기식 선거법 개정을 추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들은 "3당의 비례직 축소 움직임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인구의 절반인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총선여성연대·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3당 여성광역선거구제 추진위'와 공동으로 오는 12일 오전 9시 국회 기자실에서 '비례직 축소 반대·여성광역선거구제(현재의 지역구는 그대로 두고 따로 광역선거구를 분할, 여성전용선거구로 만들어 1인3표제로 여성 후보를 한 명씩 더 선출하는 방식) 도입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