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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서로의 꼬리를 물고
'누벨바그의 거장' 자끄 리베뜨의 <알게 될거야>
2004년 02월 16일 (월)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후배 : "로맨틱 코미디라면서 다소 밋밋한 영화였어요. 웃기는 장면도 많지 않았고. 특별히 가슴 저미게 만드는 드라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러브 액추얼리>처럼 보고 나면 나도 한번쯤 사랑을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가 좋은데 <알게 될거야>는 전혀 그런 느낌이 나지 않던걸요. 선배는 어떻게 봤어요?"

   
▲ ⓒ2004 프리비전

선배 : "글쎄. 아무래도 프랑스 영화들은 할리우드 영화랑 이야기하는 방식이 다른 것 같아. 특히 이 영화는 감독이 작가주의 영화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오죽하겠어? 그래도 볼 때는 좀 지루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꽤 괜찮은 영화였던 것 같다. 여운이 남는 영화였어."

후배 : "하긴. 여운이 남을 만 해요. 결말이 그렇게 되어있으니까. 영화 곳곳에 연극이 개입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 결말을 보니까 무릎을 치게 만들더라고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런 식으로 주인공들을 한데 모으다니. 그러고 보니 영화이면서 한편으로는 연극적인 모양새가 강했어요."

선배 : "그렇지. 카메라는 대부분 주인공들의 연기에만 집중되어있고 또 까미유와 위고가 연극 무대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기도 하니까.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스크린의 배우나 무대 위의 배우나 현실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모두 연기를 하며 인생을 살아간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 그 연기를 재밌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연애의 감정이라고. 살다보면 그것을 알게 될 거라고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후배 : "글쎄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연애의 감정이 꼭 질풍노도와 같은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거라고. 감독이 말하는 것 같던데. 여섯 명의 주인공들 모두 쿨한 느낌이 오더라구요. 물론 까미유(잔느 발리바)를 둘러싼 현재 애인 위고(세르지오 카스텔리오)와 옛 애인이었던 철학교수 삐에르(자끄 보나페)의 결투 장면은 유치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나이 먹어서도 그렇게 순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배 : "맞아. 영화를 보면서 20대의 젊은 사람들도 아니고 다들 30대 40대 정도 되었음 직한 어른들이 연애 감정에 갈팡질팡하며 서로를 질투하기도 하고 들뜨기도 하는 모습들을 보니까 사랑은 사람을 나이에 관계없이 순진하게 만드는 구나 싶더라. 그리고 그 감정들 때문에 신파에 빠지거나 통속적인 줄거리로 가지 않는 것이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이었던 것 같아."

후배 : "그래도 도미니끄(엘렌 드 푸제롤레)의 의붓오빠 아뛰르(브뤼노 토데쉬니)는 좀 신파적인 인물이었잖아요. 전형적인 바람둥이 같던데 결국 까미유에게 수줍게 사랑을 고백하는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 센강가에서 도미니끄와 위고 ⓒ2004 프리비젼

선배 : "나는 도미니끄가 가장 인상적이더라. 내가 만약 위고였다면 까미유를 버리고 도미니끄에게 갔을지도 몰라. 지적이면서도 다른 여자주인공들보다 섹시한 매력이 넘치더군. 그런 면에서 위고도 참 우습더라. 도미니끄가 적극적으로 나오니까 되레 그전에 가지던 호감에서 한발자국 물러나데. 까미유가 삐에르를 찾아가니까 위고도 맞바람을 필 생각이었던 것 같던데. 결국 까미유에게 돌아가잖아."

후배 : "그런 면에서 소냐(마리안느 바슬레)도 흥미로운 인물이죠. 삐에르의 옛 연인 까미유에게 질투를 느끼다가 오히려 까미유에게 우정을 느끼게 되니까요. 둘의 우정에 아뛰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그러고 보니 아뛰르는 두 명의 여인에게서 버림을 받는 인물이 되었네요."

선배 : "할리우드 로맨틱 영화처럼 단순하고 명쾌한 구조도 아니고 드라마틱한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무는 주인공들의 인생이 한데 모아지는 결말은 어떤 희열을 안겨주더라. 뭐랄까? 고전이라고 불리는 소설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처럼. 초반에 지루하고 느릿한 전개를 참아내고 읽다가 어느 정도 책장이 넘어가면서부터 앞의 지루한 부분과 수미상관을 이루며 은근한 재미를 선사해주는 것처럼."

후배 : "그러게요. 하지만 이런 영화들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지는 의문이에요. 사실 저도 선배가 보여주었으니까 봤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영화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 같아요. 곱씹어볼수록 의미가 진하게 남겠지만 영화관에 와서 까지 머리를 쓰는건 골치 아프거든요."

선배 : "네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해. 그래도 가끔 다른 형식의 영화들을 보는 것이 보다 풍성한 영화의 재미를 느끼는 방법이 아닐까? 영화를 보며 현실을 잊는 것도 좋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현실 속의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인 것 같은데.

천편일률적인 남녀간의 사랑타령보다 <알게 될거야>처럼 색다른 시각의 애정영화도 나름의 재미를 가지고 있잖니? 반찬의 가짓수가 많을수록 식탁이 풍성한 것처럼. 영화도 그런 게 아닐까 싶어. 다양한 영화들이 나와야 영화 보는 재미가 더 많아지겠지."

후배 : "또 편식타령 하려고 하나보다. 영화관객들이 편식을 하는 건 좋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자기에게 재미없는 영화를 억지로 보라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는 기준들이 다 다를 테니까요. 선배도 처음에는 할리우드 영화만 좋아했었다고 전에 이야기 했었잖아요."

선배 : "그래서 이렇게 공짜로 영화 보여준 거 아니냐. 사실 할리우드 영화 좋아하는 네가 이런 영화 보면서 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잘 보더라. 한숨 돌렸지."

후배 : "에이. 선배가 졸았으면서 무슨. 연극 나오는 부분에서는 꾸벅꾸벅 거렸잖아요. 사실 저는 무척 재밌게 봤다구요. 지난번에 유럽갔을 때 보았던 파리의 시내가 나와서 얼마나 반가웠는데. 도미니끄와 위고가 거닐던 바로 그 센강을 저도 거닐었거든요."

   
▲ 소냐와 까미유 ⓒ2004 프리비젼

여섯 명의 주인공이 서로 사랑이라는 감정에 얽히면서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를 담은 <알게 될거야>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자끄 리베뜨 감독이 2001년에 만든 영화이다. 1991년 <누드모델>로 칸느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바 있는 그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현장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 중 한 명이다.

1928년 프랑스 루엥에서 태어난 자끄 리베뜨는 1950년대 초반 파리의 시네마테크를 드나들며 장 뤽 고다르, 에릭 로메르, 끌로드 샤브롤 등 후에 프랑스 누벨바그의 기수들이 될 씨네필들과 교우한다.

   
▲ 자끄 리베뜨 감독 ⓒ2004 프리비젼

1952년 영화잡지 '까이에 뒤 시네마'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필명을 날리던 그는 1960년 <파리는 우리의 것>을 통해 현장 비평가들이 직접 메가폰을 잡으며 유럽 영화계의 새로운 형식을 주도했던 프랑스 누벨바그의 서막을 알리는 감독이 된다.

2001년 칸느 영화제에서 장 뤽 고다르의 새 영화와 더불어 공개된 <알게 될거야>는 당시 일흔 셋의 노장이 만들었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참신한 감수성과 따뜻한 유머로 호평을 받았다.

여섯 명의 주인공이 서로 얽혀 가며 만들어 내는 부드러운 갈등과 섬세한 연정을 담아낸 <알게 될거야>는 거장 특유의 인생과 사랑에 대한 관조적 시선과 자연스러운 만듦새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다. 물론 자끄 리베뜨 감독의 영화치고는 짧다는 154분의 상영시간도 부담스러운 관객들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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