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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회관, 멋진 건물이 아니라 멋진 공연장이다
[황인오 칼럼]문예회관 부천시의 효자가 될 것인가 애물단지가 될 것인가
2012년 08월 12일 (일) 23:22:17 황인오 i-fire@hanmail.net

황인오 (전 부천시민연합 공동대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빈 국립오페라극장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링컨센터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바비칸센터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위상에 걸맞은 공연장 부재

   
▲ 황인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을 갖고 있고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을 전용 공연장으로 갖고 있다. 이렇듯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는 그들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거점 공연장이 있다. 우리나라 오케스트라 중 세계적 수준의 연주 실력을 갖춘 곳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꼽을 수 있다.

서울시향의 경우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에서 주로 공연을 하고 있으나 부천필하모닉의 경우 그들의 연주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전용 공연장이 없는 게 현실이다.

'부천필'이라는 훌륭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부천시는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전용콘서트홀 건립을 위해 20여 년 동안 논의해왔으며 이제 그 결실을 맺을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지금 논의되고 있는 문화예술회관은 단지 '부천필'만의 공연으로 유지될 수는 없고 위에 언급한 세계적 오케스트라의 전용 공연장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부천시청 홈페이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회관 건립에 관한 의견수렴(6.28~8.31)>에서 제기되고 있는 반대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중앙공원의 녹지 훼손
☞ '예술'에 예산을 투자하기보다는 우선 시민의 삶의 질 개선(도로공사, 녹지시설확충 등)에 투자


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찬성하는 이들이나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은 결국 '1.4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짓는 이 공연장이 과연 나에게 어떠한 편익을 줄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모든 공공 공연장 시설은 큰 수익을 얻는 사업이 아니다. 또한 운영을 위해서는 해마다 수십억에서 수백억에 달하는 예산이 들 수 있다.

따라서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공연장의 건립을 통해 '문화적 자긍심과 부천시의 위상 제고'를 이유로 설득하기에는 막연하고 시민의 삶의 질 개선과는 거리가 먼 얘기로 들리기 쉽다.

그리고 이미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러한 이유를 들어 공연장을 건립했지만 건립초기부터 운영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디자인위주의 잘못된 설계와 시공, 개관 이후 운영미숙으로 인하여 애물단지로 전락한 공연장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에 더 더욱 이런 의견은 많을 수 있다.

공연장 조성의 단계에 따른 운영계획의 필요성

공연장의 건립과 운영에 있어 대부분의 지자체가 걸어온 길을 답습한다면 부천시 역시 또 하나의 실패사례를 남기기 쉽다. 그러나 사실 이는 공연장이라는 문화시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추진한 실패사례와 공연장이 그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한 성공 사례에 대한 이해부족이라고 볼 수 있다. 공연장을 포함한 문화시설을 제대로 계획하고 지었을 때의 해당 지역의 문화적 경제적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케이스는 국내외에 다수 찾아 볼 수 있다.

해외사례로는 지역의 문화적 지형을 바꾼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과 뉴욕의 BAM, 영국의 웨스트엔드 등이 있으며, 국내사례로는 예술의전당과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다양한 공연장이 집중된 문화지구를 형성하여 지역문화와 경제를 활성화한 서울의 대학로를 들 수 있다.

언급한 해외의 사례는 모두 공연장을 건물이나 시설계획이 먼저가 아니라 공연장 또는 문화지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먼저 수립하고 이를 위해 공연장 전문가가 건립 초기부터 운영 시까지 일관되게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여 진행을 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부천시가 공연장을 건립하여 성공하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건립의 타당성 분석, 운영계획 수립, 설계/시공 지침 마련, 무대 및 객석의 배치 및 최적의 음향구현 등을 위해 공연장 운영 전문 컨설턴트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 컨설턴트는 부천시와 시민의 관점에서 무엇이 최적인지를 모색하여, 각 단계별 담당기관 및 관계자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해결방안을 찾아나가 성공적인 공연장 건립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각 자치단체에서 건립한 공연장이 대부분 실패한 원인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예컨대 공연장 건립 구상이 마련되면 앞 다투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나 카네기 홀 등을 찾아간다.

그리고는 관계자를 만나거나 사진을 찍고 건립과정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관계 자료를 건네받는다. 그리고는 몇 가지 절차를 밟아 설계를 공모하고 공모에 당선된 건축가, 또는 건축업체와 공연장 운영 전문가가 아닌 유명한 지휘자나 음악대학 교수 등 음악전문가들이 주도하여 건축한다.

만약 건립하기위한 벤치마킹 모델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카네기 홀이라면 이 공연장들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운영되는가를 정확히 조사하고 이해하고 배워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걸 모두 제대로 배우자면 1~2년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공연장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먼저 정립하고 이에 따른 시설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순서인 것이다.
 
반대의견의 올바른 이해와 분명한 설득 계획이 필요하다.

많은 공공 공연장이 해당 지자체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가운데 비교적 성공한 경우를 보자. 1998년 처음으로 구민종합체육센터 건립계획으로 출발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충무아트홀로 이름을 바꾸어 2005년 3월 개관한 서울 중구의 문예회관은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은 이유로 난항을 면치 못했다가 공연장운영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뮤지컬 전용 극장이라는 운영계획을 세운 뒤 대극장을 증설하는 등 리모델링한 끝에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민간 공연장의 경우도 LG아트홀과 호암아트홀의 경우가 뚜렷이 대비된다. 그룹 회장의 예술 공연에 대한 식견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수용하여 운영계획을 먼저 가지고 출발한 LG아트홀은 성공한 사례이지만 그렇지 않은 호암아트홀은 규모에 비해 그다지 사랑받지 못하는 공연장으로 꼽히고 있다. 

더구나 공공 공연장 건립 주체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로, 조성 및 공연 프로그램 구성ㆍ운영에 있어 전문성과 특수성이 요구되는 공연장에 대해 지자체 담당자의 세부적인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 또한 설계나 시공업체 역시 공연장이 갖고 있는 복잡한 특성을 설계와 시공에 반영하기에 한계가 있다.

결국 공공 공연장은 그 자체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 공연장을 통해 해당 지역에 많은 사람이 모여 들어 주변에 어떤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이다. 성공한 공연장에는 인근 지역민만 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부천문화예술회관이 부천과 인근 도시 주민, 즉 시당국이 제시한 500여만의 인구를 겨냥하는 것도 꼭 맞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운영 계획도 없이 건물과 시설로서 시각적 설계만 뛰어난 문예회관이라면 배후에 1.000만의 인구가 있어도 실패할 것이다. 중동 중앙공원에 지을 부천 문화예술회관이 성공적인 운영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립된다면, 그래서 문화예술 소비자들의 주목받는 공간이 된다면 이 공연장의 배후에 위치한 중․상동을 비롯한 부천의 상가 거리들이 수도권과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로 넘칠 것이며 부천시와 시민들의 품격과 문화적 자긍심도 훨씬 높아 질 것이다. 이야말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트리클 다운(滴下) 효과의 전형적 사례가 될 것이다.

부천문예회관 건립을 둘러싸고 다양한 견해를 보이는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가뜩이나 부족한 녹지 공간 훼손을 최소화하고, 뉴욕 센트럴 파크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처럼 공원 내에 설치된 공연장의 사례를 제시하고 추가적인 녹지 확보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 공연장의 경우 공연이 있는 전후시간에 다수의 사람들이 밀집되기 때문에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대중교통의 편의성, 도로와의 접근성, 주차시설의 편의성, 주차장에서 공연장까지의 동선 등을 파악하여 기대효과는 높이고 불편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다.

부천문예회관은 클래식 공연 중심의 공연장으로 건립될 예정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음향 등의 조건이 중요하다. 그러나 클래식 공연시장의 수요나 지리적인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무작정 공연 횟수를 늘릴 수 없고 공연장의 가동률 및 수익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타 음악장르의 공연도 가능할 수 있는 구조와 음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결국 막대한 예산을 들일 문예회관이 부천시의 효자가 될 것인가 애물단지가 될 것인가는 먼저 어떤 운영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시설을 만들 것인가에 달려 있다. 문화도시를 자임하는 부천시 관계당국자들의 주목을 요망한다.  황인오 (전 부천시민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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