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양주승 대표기자

▲ 경기무형문화재 제39호 조각장 곽홍찬 선생이 자신이 제작한 윤도를 설명하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우리의 전통공예를 지키고 전승 발전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경기무형문화재 제39호 조각장 곽홍찬(56) 선생이 동판에 은입사(銀入絲) 기법의 윤도(輪圖)(를 국내 최초로 제작 완성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천시 원미구상동 영상문화단지 내 한옥마을에 입주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곽홍찬 조각장은 지난 1984년 로마교황청 교황방문 시 가톨릭 재단 의뢰로 은지팡이를  제작했으며 1988년 조지부시 미국대통령 방한 시 청와대 은기물 제작, 2010년 G20정상회담 기념전시 등  우리의 전통공예를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곽홍찬 조각장은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시대  관상감(觀象監) 윤도(輪圖)의 그림(원본)을 토대로 제작했으며 조각기법은 은입사를 이용하여 2년에 걸친 작업 끝에 올 6월에 완성했다.

▲ 은입사(銀入絲) 기법의 윤도(輪圖) 에 들어간 글자수만 무려 4600여자, 이 모든 글자를 동판을 파로 그 골에 은사를 심었다 .가로 80cm*세로 90cmⓒ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그는 "윤도(輪圖)는 동양철학에 의존해 우주의 삼라만상, 사주팔자, 풍수지리(무덤 자리나 집터)를 정할 때 풍수가(風水家)나 지관(地官)이 방위결정의 필수적인 기구로 사용하게 되면서 역(易)과 방위를 연결시켜 나타낸 것으로 조선에서는 윤도(輪圖), 중국에서는 나경(羅經)이라 불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도(輪圖)는 중심의 태극을 둘러싸고 24방위를 기본으로 하는 여러 개의 동심원에 나타낸 방위명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음양(陰陽)·오행(五行)·팔괘(八卦)·십간(十干)·십이지(十二支)가 들어 있다"고 설명하면서 "방위명 자체는 팔괘·십간·십이지가 조합되어 지상이나 우주의 모든 삼라만상을 표현했으며 이 안에는 우주의 섭리가 들어있다"고 밝혔다.

윤도(輪圖)를 제작한 특별한 동기는?

"2010년에는 하늘 별자리를 나타내는 천문도(天文圖)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2년여에 걸쳐 완성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태조 4년인 1935년에 제작됐으며 일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원래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국보인데 돌판에 새겨진 거에요.  그 천문도를 바탕으로 금속조각기법인 은입사를 이용하여 제작했다. 하늘인 천문도를 완성했으니 이번엔 지상의 윤도 차례가 된것이다.이런 문화재는 복원해서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지요."

윤도(輪圖) 은입사(銀入絲) 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윤도에 들어간 글자 수가 약 4600여자 인데 하루에 10자정도 작업했다. 세월을 녹이는 작업이었다. 어느 시절에 이걸 다하나 했는데  윤도 원본이 오래되어 일부 글자가 훼손되어 알아보기 어려웠다.  먼저 식별 가능한 글자부터 작업했다. 훼손된 글자의 식별을 고심하고 있었는데  아는 분이 우연한 기회에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수도원에서 우리나라 윤도그림을 보고  현지에서 보내왔는데 우리 것보다 더 깨끗했다. 국립박물관에 있는 윤도는 200년 이상 됐는데 선명도는 독일에 있는 것이 더 깨끗해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 동판에 홈을 파고 은사를 끼우는 일을 할 때 안경을 쓰고도 돋보기를 대야 할 만큼 섬세한 작업을 필요로 한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금속 은입사(銀入絲) 작업의 노하우는?

"금속조각에는 입사기법이라는 게 있어요. 은입사는 상감이라고도 한다. 철판위에 자국을 내어 덮는 방법으로 금속에 홈을 파서 은사를 하나씩 끼우는 겁니다. 직선과 곡선을 깊이와 넓이를 정확하고 일정하게 파는 것이  기술이다. 바닥 정으로 때려서 높낮이를 일정하게 만들어주고 다시 정으로 밑을 동서남북으로 때려주면 밑이 넓어져요. 이때 은선을 넣으면 위가 좁아서 꽉 물어주니 고정이 돼요. 그 다음 줄이나 사포로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으면 작품이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수만 번의 망치질과 은사를 뽑아내는 단순작업을 수없이 반복한다.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윤도를 만들게 되면 후손들이 분수 있는 계기가 되고 문화유산이 됩니다. 교육적 차원에서 우리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민족의 자부심을 갖게 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100년 가업이 없다. 장인이 이어지지 않으니 맥이 이어지지 않는다. 가까운 일본이나 서양에는 100년 이상 된 명품브랜드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없다. 그것이 안타깝다. 조각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지금 내가 이것을 만들지 않으면 후손들이 볼 수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만들었다."

곽홍찬 조각장의 꿈은 개인전을 여는 것.

"개인전을 여는 것이 소망인데  한 번도 못했다. 개인전을 열려면 수십점 작품으로 전시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작품하나 완성하는데 몇 년이 걸리고 더구나 그간 만든 몇 점 작품도 생활고 때문에 팔다보니 작품수가 부족하다. 옛 것을 재현, 전수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재현한 우리의 전통공예를  문화상품으로 발전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운명적으로 집안의 가업으로 부친 고 곽상진, 조부 고 곽순복, 백부 고 곽상덕으로 이어지는 전통금은공예의 일가로 현재는 그의 딸 역시 금속공예를 전공하면서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 2010년에는 하늘 별자리를 나타내는 천문도(天文圖)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2년여에 걸쳐 완성했다. 규격 80cm*90cmⓒ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곽홍찬 프로필▒1973년 부친 고 곽상진으로부터 금속공예 기능 전수(중요무형문화재 금은장 기능 지정 조사)▒1984년 교황방문시 가톨릭재단 의뢰로 은제 지팡이 제작▒1988년 조지부시 미 대통령 방한 시 청와대 은기물 제작▒일본수상 방한시 청와대 은기물 제작▒ 영국 찰스 황태자 방한 시 은기물 제작▒1997년  보광사 진신 사리함 제작▒1998년 경주불교엑스포 사리 친견함 제작▒2000년 전승공예대전 장려상 입상▒2001년 전승공예대전 입상▒2002년 통도사 불기제작▒2004년 경기무형문화재 제39호 조각장 보유자 지정▒2008년~2010년 부천무형문화엑스포 조직위원 위촉▒2010년 G20정상회담 기념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