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일용직노동자들의 노동권리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최근 검찰이 지역건설노동자 21명을 구속수배 함에 따라 이른바 '표적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건설노조사건 진상조사단'(이하 지역건설노조 진상조사위)은 12일 오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지역건설노조 탄압진상보고서'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검경의 이 같은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전국건설산업연맹 산하 지역건설노조는 지난 2000년부터 각 지역 아파트건설현장을 중심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벌이면서, 건설원청업체(시공사)와 건설일용노동자에 대한 단체협약을 체결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 해 9월 경부터 경찰과 검찰이 지역건설노조 활동이 '공갈·협박' 및 '금품갈취'라고 주장하면서 수사를 벌여왔고, 그 과정에서 지역건설노조원 21명이 수배·구속을 당했다.

이에 대해 건설노조는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한 공안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지난 해 12월 9일부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두 달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사회단체는 진상조사단을 꾸려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10일까지 대전, 천안, 경기서부지역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진상조사활동을 벌여왔다.

지역건설노조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경찰과 검찰은 피해자의 고소·고발에 의해 시작된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에 의한 고소·고발인지 밝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노조활동에 대한 '표적수사'의 성격이 짙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노조활동가가 월 20만원-60만원정도 노조전임비를 받은 것만으로 '금품갈취'로 부각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노조활동가가 한달에 20만원에서 60만원 정도 노조전임비를 받아왔는데, 검경이 몇년동안 받은 금액을 모두 합산해 마치 거액의 노조전임비를 갈취한 것처럼 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천안의 경우 조사를 받은 현장관리자가 부임하기 이전에 체결된 단체교섭에 대해 직접협박을 받아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서가 작성돼있다. 지역건설진상조사위에 따르면, "현장관리는 전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라고 진술하면서 마치 본인이 직접 협박을 받은 것으로 조서를 작성한 것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지역건설진상조사위에 따르면, 경찰 조사는 이미 불법으로 규정하고, 금품갈취 협박 등의 범죄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자백을 받으려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검찰은 건설일용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지 않은 건설원청업체 및 현장관리소장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이 법적 근거가 없으며, 따라서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협박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윤애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올해부터 건설일용직 노동자의 고용보험을 건설원청업체(시공사)가 부담하게 돼 있는데, 이는 건설일용직 노조원의 단체협상 대상이 바로 건설원청업체라는 법적 근거 중 하나다"라며, "오히려 검찰이 일용건설노동조합 활동을 못하게 하는 노조탄압행위이며, 노동조합에 대한 검찰의 후진적인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비난했다.

진상조사위는 검경 수사 즉각 중단과 구속수배자의 해제, 건설일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할 것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