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양주승 대표기자

▲제28회복사골예술제 개막식 시 낭송 고경숙의 '울컥이는 봄'

울컥이는 봄/고경숙

연분홍치마  흩날리던 어머니의 각시적 얘기는
언제나 아련한 마무리로
유년의 내 귀에 복사꽃 두어 송이 피워 놓고야
잠을 재웠습니다

봄밤이 바람의 손을 잡고
동네 언저리를 돌아오고
아버지의 바튼 기침소리 마당 가득했는데
늙은 개 메리는 돌아누워 시큰둥
짖지도 않았습니다

멀리, 기차는 그리운 얼굴들
서울로 싣고가며
제 설움에 빽빽 울어댔습니다

나는
꿈속까지 따라오며
별처럼 이마에 박히던
따가운 복숭아 잔털을 털어 내느라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여전히 봄,
어지러운 꽃비가 쏟아집니다
꿈속을 헤매어 본 이들은 압니다

그리운 이름 아무리 크게 불러도
그 소리 막히고
아무리 달려가도 그 걸음
옮겨지지 않는 다는 것

어머니
당신 계신 그곳도 봄인가요?

거울 앞에 돌아 앉아 토닥토닥
분 두드리던 어머니 각시적  볼처럼
복사꽃 지천으로 흐드러지는
여기도, 여기도
울컥이는 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