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중.고교 신입생 가운데 원거리나 신설학교 등 비교적 교육환경이 열악한 학교에 배정된 학생과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웃에 학교를 두고 원거리 학교까지 통학할 수 없다"며 등교 거부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반면 학교와 교육청은 "어차피 모든 학생이 학교 배정에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마찰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 실태 및 학부모 반발=경기도 부천지역 중학교 배정과 관련, 상동신도시 내 LG.SK.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상일초교 학생 9백10명 가운데 3백84명은 지난 9일부터 등교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가까운 상일중학교가 아니라 통학 거리가 먼 상동중학교로 배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부모 70~1백여명은 사흘째 학교와 부천교육청에서 재배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배정 철회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등교거부를 결의해 해당 초.중학교의 학사 일정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경기도 안양시 C고교에 배정된 학부모 30여명은 10일 경기도교육청을 찾아가 배정된 학생 5백25명 모두 재배정해줄 것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학부모들은 C고교에 배정된 학생 가운데 버스로 다녀도 왕복 2시간 걸리는 원거리 학생이 많은 데다 학교 옆에 버스 종점 6곳을 비롯, 하수종말처리장.페인트공장이 몰려 있어 교육환경이 최악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부모들은 "학교 주변 야산과 안양천 주변은 일반인들의 발길이 뜸한 우범지대여서 학생들이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며 "집단시위와 함께 신입생 등록(마감 13일)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성남 분당과 고양 일산지역 학생과 학부모 상당수도 학교를 코앞에 두고 20~30분씩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중학교에 배정되자 재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로 분당의 경우 이매중 1지망자 가운데 1백20여명이, 내정중 1지망자 2백60여명이 탈락해 3~5지망 학교로 밀렸다.

또 일산의 오마.백석중학교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진학 희망조사를 벌였으나 정원을 훨씬 초과한 1지망 학생이 몰려 탈락한 지원자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 李모(46)씨는 "등하교 길이 대부분 유흥가를 끼고 있어 교육환경이 엉망"이라며 "최근 잇따른 학생 납치 살해 사건으로 불안과 공포심리까지 겹쳐 학부모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라고 말했다.

◆ 당국 입장=경기도 교육청은 일부 지역 학교에 한해 학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재배정 요구를 들어줄 경우 교육행정 공신력이 떨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번질 수 있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신도시 학부모들 사이에는 터무니없는 편견으로 특정 학교를 선호하는 경향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90% 이상 1지망 학교를 배정받고 있어 현행 배정방식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연히 근거리 학교를 1지망해야 하는 데도 학교 수준이 조금 앞서 있다는 이유로 2, 3순위 학교를 1지망하는 바람에 2, 3지망에서도 탈락하는 학생이 많다"며 "형평성과 정해진 절차에 따라 배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별다른 구제 방법이 없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