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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 한 줌의 위력
바퀴벌레 퇴치 방법을 홍익인간 정신으로 밝힘
2004년 02월 12일 (목)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 지난 가을 집근처 보문천의 아름다운 은행나무 단풍길 ⓒ2004 김규환

어둔 밤 문을 열고 불을 켜는 순간 스멀스멀 기어다니던 벌레가 후다닥 숨으려고 후미진 구석지나 장 속으로 기어간다. 습하고 온화하며 청소를 자주하지 않는 도시 시멘트 집에 주로 사는 이 벌레를 보면 열에 여덟은 기겁하며 달아날 준비부터 한다.

아줌마와 아가씨의 구분법이 이 벌레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쉽게 달라진다고 한다. "어머머…"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도망가면 아가씨고, 아무 말 없이 손바닥으로 "탁" 단번에 내리치고 화장지로 싸서 휴지통에 버리면 아줌마라고 한다나.

과연 이 벌레는 뭘까? 이 벌레 퇴치를 위해 갖은 애를 써가며 시간과 돈을 들여 보지만 매번 허사다. 좋다는 약 종류별로 사다가 뿌려보고 연막을 터트려 봐도 한 달이 멀다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점령하고야 마는 벌레. 이 벌레는 거미도 아니고 개미도 아니다.

   
▲ 은행 잎 한장 책갈피로 꽂아둔 선배님들과 선조들의 지혜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2004 김규환

이 놈이 우리가 사는 지구에 나타난 것은 대략 3억 년이 넘는 고생대 석탄기(石炭紀)다. 화석(化石)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동물. 그와 함께 화석 식물로 남아 현재까지 그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것으로는 은행나무이다. 내가 여기서 은행나무와 바퀴벌레를 한데 묶는 데는 이유가 있다. 둘 다 화석으로 남아 있다는 공통점과 특수한 관계를 밝히고자 함이다.

여기서 그 수수께끼를 정리하고 넘어가자. 앞에서 말한 그 작은 벌레는 각종 전염균과 바이러스, 세균을 옮겨 홍익인간 정신에 정면 배치되는 행위를 일삼는 지구에 4000여 종이나 남아 활개를 치고 있는 바퀴벌레라는 독종(毒種)이다.

웬만해서 죽어주면 이렇게까지 심하게 욕하고 싶지 않으나 그 큰 공룡도 지구에서 멸종했거늘 아직까지 죽지 않고 지구 멸망 후에도 가까운 행성인 화성이나 금성 그리고 달에 알을 퍼트려 잔존할 가능성이 농후한 지독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바퀴가 지난해 가을 은행잎 떨어질 즈음부터 우리 집에서 죄다 사라졌다. 이보다 작은 것, 쌀만한 것, 딱정벌레만큼 대단히 큰 것까지 보이질 않는다. 무슨 매미가 날아다니는가 싶어 잡아 보면 그 놈이었다.

그 질긴 목숨은 정말 어디로 다 간 걸까? 우리 집이 싫어져 떠난 것인가? 섭섭하다. 아니면 홍어 냄새에 질식되어 옆집으로 이사라도 떠난 것일까. 두 개 면이 지하였다가 이젠 입구만 반지하인 집으로 바뀌어서 일까? 문을 열어 놓아 환기를 시킨 때문인가? 그도 아닐 성싶다.

음식물 찌꺼기를 바로바로 처리한 것도 아닌데, 그 많던 벌레가 정말이지 한 마리도 없다. 미운 정이 든 건가. 그 놈들이 안보이니 보고 싶은 마음까지 드는 걸 보면 참 사람 마음이란 게 단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 같지 않다.

아이들에게 살기 좋은 조건을 마련하지 못해 미안한 생각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그 집단에 포위되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갖은 방법은 다 동원하여 퇴치 작전 아니 전쟁에 돌입했다. 아이들과 며칠간이고 집을 떠날 때 약을 뿌리고, 소금도 뿌리고, 연막탄도 1년 동안 세 번까지 터트렸다.

   
▲ 이렇게 많은 은행잎이 우리집 방바닥에 깔려 있답니다. 바퀴벌레 한마리도 없어요. 신기하지 않습니까. 다 쓸모가 있군요. ⓒ2004 김규환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긴가 민가 너무 허무맹랑해 보이는 소식을 갖고 왔다.

"여보, 은행잎을 방에 깔면 바퀴가 퇴치된다고 해요."
"뭐 바쁜 사람 갖고 말 같지 않은 말을 들어와서는 그래요."
"그게 아니고 회사 직원이 그러던데 정말 효과 대단하다던데…."
"좋아요, 그럼 내가 은행잎은 주워 오리다. 그 다음은 알아서 하시오."

그런 대화를 나누고 며칠이 지났다. 막바지 낙엽이 흩날리며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렸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마저 떨어져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날 오후. 나는 은행 줍는 것에는 별 관심을 쏟지 않고 은행잎을 한 대야 가득 들고 집으로 왔다.

흙과 매연, 먼지를 씻어내고 하루쯤 널어 말렸다. 말려서는 가져 온 김에 아내와의 약속을 어기고 방 구석구석 장판을 들어올려 자르르 깔았다. 그걸로 작업 끝.

며칠 후였다. 몇 마리 구석에서 바퀴벌레가 힘없이 나오더니 5일째부터는 아예 자취를 감추고 세 달여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어릴 적 책갈피에 노란 은행잎을 넣었던 게 단지 모양 좋으라고 그런 것이 아니라 온갖 잡균을 막아줬다는 새로운 깨달음이듯 분명 은행잎이 바퀴벌레 박멸 효과를 보인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은행이 익을 때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이유는 초식동물 공룡에게 은행 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종족보존의 한 방법이었다고 한다. 약 2억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중생대 쥐라기 시대부터 지금까지 질긴 생명력을 보이며, 화석 식물의 대표 종으로 남아 있게 된 생명의 신비가 경이롭다.

 오늘 난 이 신비로움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얼마 전 스님 한 분이 농사법 하나를 일러주었다. 홍천에 사신다는 그 분은 자그마한 암자에 사시는데 고추를 매년 이어짓기 하다보니 고추가 역병 등 잔병치레를 많이 해 수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단다. 그런데 어느 해 주변에 있는 은행잎 썩은 퇴비를 밭에 대강 뿌리고 심었더니 그 뒤론 그런 현상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고 한다.

   
▲ 은행잎 떨어진 천변. 이걸 모아왔습니다. 올 가을엔 더 많이 모을 생각입니다. ⓒ2004 김규환

며칠 전 여동생이 "은행잎 남은 게 없느냐?"고 한다. 이미 그 효과를 우리 집에서 보았기 때문에 찾았지만 이미 말라 비틀어져 삭은지라 도와주질 못했다.

그 오랜 시절 같이 살아남았던 바퀴벌레와 은행나무. 바퀴벌레에도 천적이 있음에 새삼 놀랍다. 그 뒤론 우린 바퀴 걱정 안하며 편안히 잘 자고 있다. 나는 그날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은행 알 몇 개 주워서 아이들에게 먹이니 기관지 좋아지고 바퀴까지 물리치는 전과를 올린 것이다.

은행잎도 청소부에겐 귀찮은 존재지만 이 하찮은 낙엽이 다 제 몫하며 쓰임새를 갖고 있다. 하여튼 이 나무에 대한 약리작용부터 방충제, 살충제 등 연구는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누구든 그 몹쓸 벌레를 만나거든 꼭 잊지 말고 올 가을에 시도해봄직하다. 조금 여유가 있거든 바둑판도 값비싼 피나무보다 은행나무로 만들어 놓아두면 행여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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