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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떠난 여행 ...대포항에서
여자는 고독한 모습으로 존재할 때 아름답다
2004년 02월 11일 (수) 00:00:00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 홀로 떠난 겨울여행길에 대포항을 그린 그림 ⓒ심연
여자 홀로 기다란 머리카락을 날리면서 기차에서 내리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려오는 매력으로 느껴진다. 비행기 창가에 혼자 앉아서 책을 읽으면서 커피를 마시는 여자도 역시 아름답다.

바닷가를 혼자 걸어가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생각에 잠겨있는 여자의 모습도 그림처럼 멋지다. 이런 연출을 기대하면서 여자는 혼자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모든 여자의 영원한 꿈은 혼자 여행하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둘이하고 싶은 여행보다는 혼자서 떠나고 싶은 여행의 충동이 더 크다.

원래 여자는 고독한 모습으로 존재할 때가 아름답기 때문이다.여자의 깊은 가슴 속에는 항상 메워지지 않는 빈 자리가 있다. 부모도 형제도 사랑하는 사람도 메워줄 수 없는 자리이다.

가을이나 겨울 같은 특정한 계절이 아니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분에 따라서 여자는 영원히 혼자 떠날 수 있는 여행을 꿈꾸면서 산다.

늘 가방을 꾸리기만 한다.
혼자 태어나서 엄마의 감시를 받으면서 요조숙녀로 자라나 겨우 어른이 되어 마음대로 행동하게 되었구나 했을 때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 뒤 세월이 좀 지나면 아이들이 태어난다. 아이들은 더 작은 눈으로 짠 그물이 되어서 여자를 조인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 강하게 조여드는 결박의 끈으로 여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묶어놓고 만다.
잠시도 문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만든다. 스스로 나가지 않기도 하면서
언젠가는 못 나가는 것인지 안 나가는 것인지 그 구분이 애매할 때가 있다.

결국 아이들이 커서 모두 어른이 된 날 여자는 모든 그물에서 해방된다.
그때 자기자신을 돌아다 보면 이미 오십이 가까워진 나이가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그땐 여자가 홀로 가방을 들고 기차에서 내려도 조금도 아름답지 않고 매력있어 보이질 않는다. 청승스럽고 초라해 보일 뿐이다. 아무도그 여자한테 말을 걸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디로 가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고 싶지 않다.

말하자면 누구의 관심도 눈길도 끌 수 없는 여자가 되어버린 나이에야
겨우 모든 그물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자는 아무데에도 가고 싶어지지 않는다.
무슨 옷을 입고 나서야 남의 시선을 끌 수 있을까. 백화점에도 이름난 디자이너의 옷가게에도 몸에 맞는 옷은 없다. 마음으로는 젊어보이는 옷을 고르고 싶은데 그런 디자인의 옷은 몸에 맞는 사이즈가 없다. 좋은 옷 입고 밖으로 나가고 싶었던 시간이 다 지나가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이제부터야말로 여자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이다.
이제까지 놓친 시간이 아무리 길고 아깝다해도  건 생각하지 말기로 한다. 잊어버리기로 한다. 지워버리기로 한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가냘픈 허리에 기다란 스커트를 입고 긴 머리카락을 되는대로 틀어 올리고 기차에서 내린다. 황야를 달려온 속도없는 기차에서 내리면 그 여자는 새롭고 낯선 아프리카의 공기를 몸으로 느끼면서 주위를 살핀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그렇게 자기가 존재하고 싶은 자리에 자기자신을 놓아두는 것이다. 무엇이 나를 얽매고 있는 것인가.

 '女子가 자존심을 버린다면 그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中에서
-처음이며 아직은 마지막이였던 홀로 떠난 겨울여행길에 대포항을 그린 그림입니다.

▒ 위 수채와와 글을 올리신 분은 www.interko.net 에서 '심연'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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