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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수주문학상 시상식 열려
대상 상금 500만원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
2011년 10월 27일 (목) 21:41:48 양주승 webmaster@bucheontimes.com

부천타임즈:양주승 대표기자

   
▲ 제13회 수주문학상 수상자/좌로부터 류흔(우수상)- 이예미(우수상)-홍순영(대상)-금명희(우수상)ⓒ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민족시인이자 부천을 빛낸 인물 수주(樹州) 변영로(卞榮魯-1897년 5월9일~1961년 3월14일)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부천시민의 자긍심 함양과 역량 있는 문인 발굴을 위한  '제13회수주문학상' 시상식 이 27일 오후 부천 복사골문화센터 6층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김승동 수주문학상 운영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시상식에는 구자룡 수주문학상 운영위원장,민충환 수주문학제 운영위원장,고경숙 수주문학상 운영위원,김철기 부천시낭송협회장,김가배 한국문인협회부천지부 고문,부천시 문화예술과 김태산 과장,수상자 가족 등이 참석했다.

   
▲ 대상 수상자 홍순영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영예의 대상은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를 출품한 홍순영씨가 차지했다.

우수상은 금명희 (부산) '책들을 거쳐', 류흔(성남)'모란牧丹',이예미(대전)'앵두나무 밑에서 잠을 깬 개가' 3편이 각각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공모전에는 해외 3개국 포함 450명 2,500여편 응모해 30여편이 최종심사에 올랐다.대상은 상금 500만원과 상패, 우수상은  상금 100만원과 상패가 시상됐다

대상을 차지한 홍순영의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는 우산을 바라보는 치밀한 관찰력과 그것을 삶의 국면과 연결 지어 사색하는 응집력과 시상을 시의 구조에 맞게 언어로 배치하는 표현력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됐다.

홍순영 씨는 수상소감을 통해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음식준비로 분주하던 차에 수상 소식을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음식과 더불어 기쁜 소식을 차려 놓을 수 있어 더 풍성한 명절이었다"며 " 앞으로도 시의 여정속에서 거두어들인 열매에서 나날이 깊은 향기가 날 수 있도록 매순간 스스로를 돌아보며 정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사위원(문정희,이숭원)은 심사평을 통해 "어느 한 요소가 뛰어난 작품보다는 한편의 시로서 균형 있는 짜임새를 갖추고 있는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려고 노력했다"며 "수소 분자와 산소 분자가 결합하면 물이라는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듯이 관찰과 사색과 표현이 상호작용을 하면 시적인 화학 변화가 일어난다. 독창적인 예술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라며 이 독창적 예술품을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 우수상 수상자 이예미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이예미의 '앵두나무 밑에서 잠을 깬 개가'는 제목이 신선한 느낌을 주었는데, 제목과 내용이 순조롭게 연결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익명, 우기, 생사 등 한자어를 적절히 사용하여 시상의 압축성을 높인 점도 인상적이었다. 어법과 표현은 매우 뛰어났으나 대상에 대한 충실한 사색, 점착력 있는 관찰의 끈기가 부족했다. 관찰과 사색보다 표현 쪽에 역점을 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우수상 수상자 류흔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류흔의 '모란'은 '모란시장'과 '모란'의 유사어적 발상에서 시행을 출발시켰다. 시장에서 모란이 판매되는 장면을 축으로 하여 시장의 잡다하고 처절한 풍경들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표현하고, 모란을 의인화하여 자신의 내면을 충첩시켜 표현하는 시적 묘미를 충분히 구사했다. 전체적으로 새로운 구도로 설계되었는데 군데군데 거칠고 과장된 부분, 흐름에 어울리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표현의 새로움과 함께 성찰의 깊이를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 우수상 수상자 금명희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금명희의 '책들의 거처'는 책에 대한 시가 아니라 숲에 대한 시인데 숲을 책들의 거처라고 보고 시상을 전개한 착상의 신선함이 눈에 띄었다. 하나하나의 시행들은 흥미롭고 새로운데 각각의 시행을 연결하는 고리가 강고하지 못한 것이 흠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좋은 시구들이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맵시 있게 이어주지 않으면 좋은 시가 되지 못한다.

   
▲ 13회 수주문학상 수상자및 수주문학상 운영위원,참석자들과 기념촬영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 / 홍 순 영

젖기 위해 태어나는 운명도 있다
누군가는 탈출하기 위해 자신의 뼈 하나쯤 예사로 부러뜨리며,
골목에 쓰러져있기도 하지만
뾰족이 날만 세우고 좀체 펴지지 않는 고집도 있다
그런 것은 십중팔구 뼈마디에서 붉은 진물을 흘리기 마련,
정지된 시간 위로 녹슨 꽃 핀다

사람이나 동물에게만 뼈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거
기민한 종족들은 물과 돌, 쇠에도 뼈가 있음을 일찍이 알아챘다
어긋난 뼈를 문 우산, 길 위에 젖은 채 쓰러져있다
그도 내 집 담장 밑에 저처럼 누워있었다
젖는다는 것은 필연처럼 물을 부르고
눈물에, 빗물에, 국 한 그릇에 젖는 허기진 몸들
젖은 몸으로 태어난 당신과 나
살면서 몸을 말릴 수 있는 날은 의외로 적다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
출발을 재촉하는 채찍 소리 도로 위에 쏟아지면
날고 싶어 퍼덕거리는 새들 몸짓 요란하다
기낭 속으로 반달 같은 슬픔 우르르 몰려들면
둥글게 휘어지는 살들 팽팽히 끌어당기는 뼈
긴장이 도사린 새의 발목은 차갑고 매끄럽다
새의 발목을 끌어당기다 놓친 사내가 도로에 뛰어든다


모란牧丹/류 흔

1
모란시장의 명물은 누가 뭐래도 모란이다
붉은 꽃이 피는 서쪽 통로에 비명이 즐비하다

까딱,지적指摘 한 번에 태어나는 죽음들
사시사철 살아있다는 것이 무료해
목에 칼 들이는 것들

살아온 날이 초 단위로 표시되는 전자저울 위,
애완의 추억 한토막이 척 올라앉았다

손님, 한 송이만 사가세요.
방금 꺾어서 싱싱합니다.

비좁은 화단 안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생화生花들이
오전에 꺼낸 동료의 내장을 먹는다 먹어야 산다, 살아야
죽을 수 있기에,

2
통로를 지나는 사람은 모두 면식범이다
띄워쓰기없는단골들,

장수원보신탕원조호남집보신탕언니네보신탕산골흑염소문형산토끼만수건강원여수토종닭오리현대건강원여주흑염소충남닭집영남흙염소형제흙염소영광축산장흥상회백세건강원전주건강원전남건강원전남가축무등흑염소소성도흑염소모란만물상회서울건강원부안가축장수건강원태양건강원순천가축장터건강원호남건강원원조건강원고향건강원백제약초 앞을 지나며

보았다, 통째 그을린
검은 유두에서 흐르는 흰 젖을
두고 온 새끼가 파고들어도 물릴 수 없는 익어버린 젖내와
공포에 오줌 지린 비린내를

보았다, 점점이 뿌려준 꽃잎을
울혈의 포인트를,

3.
맞닥뜨린 골목에서
사람이 되돌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한쪽 다리를 들어 전봇대에 영역표시를 하던 요의尿意의 한때를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났다,컹컹

울음이 났다 쇠창살 쪼개놓은 하늘을 물고
늘어지지도 늙어지지도 못하는 시간을 어쩌나,
예절을 배웠고 복종을 알아서
길길이 날뛰지도 못하는 이 심사를 어찌하나

이제는 하늘이 내려와 물고 있는 이빨과
이빨이 물고 있는 혀를

혀에서 돋아나는 떨림을
그 정밀精密을,

4
어떤 각오가 죽음을 덮치는가
말하라,꽃이여

모란이 피기까지는*
쿵, 쿵,  떨어지는 꽃잎에 쑥대밭이 된 통로와
부서진 화단을 탈출하는 개들과
돌아온 개를 얼싸안은 주인과
되찾은 목줄과 양은밥그릇을
그릇에 수북 담기는 목 메임을

아직은 살아있으므로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먼 훗날의 일이라 생각했던 것인데

덜컹,열리는 철창 틈으로 지문指紋이 다가왔다

책들의 거처/금 명 희

책에 대해 물어 본 적이 없었네
손톱만한 어린잎들은 자라 숲이 되었네
숲 근처를 지날 때 잎사귀들은

내게 휘파람을 불어 주었네
몇몇의 잎들에게 호명을 하면
불린 이름들이 손을 흔들며 따라 나왔네

심심한 잎들에게 말을 붙였네
잎사귀들은 입을 열어
또렷한 발음으로 대답을 했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책갈피를 넘기며 말을 했네

나는 나무 냄새가 좋다고 코를 킁킁거렸네
잎사귀들이 소파에 앉아 한참 떠들었네
행간을 걸어 다니느라 부어오른 발목을
나무 그늘에 쉬게 했네

햇살을 갉아 먹은 잎들이 푸른똥을 갈겼네
먹다 남은 햇살은 냉장고에 보관 해두었다가
해동시켜 공복에 먹을 거라 했네

무성한 숲이 높은 성처럼 든든해 보였네
숲으로 들어간 마른 갈증이
밤새 또 다른 길을 내고 있었네

앵두나무 밑에서 잠을 깬 개가 /이예미

운치리* 어느쯤의 강기슭으로 나가
붉은 혀끝으로 동강 몇 방울 흘린다
한 때 나는 그 강을 닮은 한 사내를 만났었다
노을들이 강으로 이끌려가듯
나의 가슴도 그에게 끌려가 붉어진 적이 있었다

모든 게 그 강 때문이었다
나의 사랑이 그 상류 어딘가에서
물방울을 일으켜 시작되었듯
그에게 이르는 길은 끊임없는 익명이었다
몇 번의 우기가 지나쳤지만 뿌리들은 젖지 않았다

그해 가을 나는 처음으로
그에게서 모래들의 이동을 보았다
모든 세월들은
느티나무처럼 오래도록 눈에 띄어야 잊혀지는가
침묵은 곧 오후 속으로 뿔뿔이 사라졌고

그 강, 아니 그 산에
지금은 생사의 골짜기를 넘나들고 있을 사내
어쩌면 운치리 어느 쯤에서 놓아야 했을 그 사내
더는 이별할 수도 없는 그를
오월의 앵두나무 가슴에 옮겨 놓듯
커다란 느티나무 하나 땅 속 깊이 심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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