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부근 정액든 콘돔.체모 발견..피살추정
지난해 11월 학교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다 연락이 끊긴 엄모(15.포천 D중 2년)양이 실종 96일만에 집에서 6㎞ 가량 떨어진 식당 앞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천 초등생 2명의 피살사건처럼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이 초동수사를 허술하게 해 실종된 지 석달만에 시체를 발견하는 등 경찰의 실종자 수사가 또다시 큰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 사체발견

실종 96일만인 8일 오전 10시15분께 집에서 직선거리로 6㎞가량 떨어진 포천시 소흘읍 이동교5리 축석낚시터 맞은편 옹달샘 가든 앞 배수로에서 엄양이 벌거벗겨진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엄양 사체를 발견한 포천경찰서 남부지구대 이모 경장은 "실종자 수색을 하는데 배수로에 사람의 발바닥이 보여 가까이 가보니 옷이 벗겨진 여자 변사체가 반듯이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사체가 발견된 곳은 엄양 집에서 직선거리로 6㎞, 의정부에서 포천으로 넘어가는 축석검문소로 부터 광릉수목원 방향으로 500ｍ떨어진 곳으로 왕복 2차선 도로에서 20ｍ안으로 들어간 곳이다.

엄양의 사체는 지름 60㎝, 길이 7.6ｍ의 콘크리트 배수관 안으로 발바닥을 밖으로 향한 상태로 반듯이 누워있었다.

양손은 얼굴쪽으로 모아지고 다리는 배쪽으로 웅크린 자세였으며 옷은 모두 벗겨져 있었다.

얼굴에서 가슴까지 부패된 것처럼 훼손이 심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결박이나 목졸림 등의 외상흔적은 일단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시체를 검안한 경찰이 전했다.

경찰은 사체가 발견된 곳에서 야산 쪽으로 6ｍ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정액이 들어있는 콘돔 1개와 체모가 붙어 있는 휴지를 발견, 국과수에 유전자감식을 의뢰했다.

엄양의 부모는 엄양의 오른쪽 팔뚝에 남아 있는 화상자국과 맹장수술 흔적을 통해 엄양임을 확인했으며 엄양 사체는 소흘읍 송우리 우리병원에 안치됐다.

◇ 경찰수사

경찰은 2년 개근상을 받을 정도로 성실하고 친구관계도 원만했던데다 엄양의 유류품이 의정부에서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엄양이 납치, 살해된 뒤 유기된 것으로 보고 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정밀부검을 실시키로 했다.

경찰은 사체 발견장소 주변에서 정액이 들어있는 콘돔과 체모가 붙어 있는 휴지를 발견, 국과수에 보내 유전자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사건발생 시간대 엄양과 같은 곳을 걸어왔다는 주민과 초등생을 상대로 최면수사를 벌여 실종현장 주변에 카니발 승용차와 스타렉스 승합차가 서 있었다는 것을 확인, 소유주 등을 상대로 수사중이다.

한편 경찰은 실종신고 접수 50여일이 지나 엄양 유류품이 발견된 후에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 엄양 사체가 발견된 지점을 중심으로 수차례 수색작업을 폈으나 엄양 사체 발견에 실패하는 등 초동수사 및 수색작업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 실종 및 유류품 발견

지난해 11월 5일 오후 6시20분께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 추산초등학교 후문 경덕학원 뒷길에서 학교수업을 마치고 통일대 군인아파트 쪽으로 귀가중이던 엄양은 친구와 헤어진 뒤 연락이 끊겼다.

엄양은 실종되기 전 어머니(42)에게 "곧 집에 들어간다"며 휴대전화를 걸었다.

엄양 어머니는 "학교에서 집까지 불과 10분 거리(800여ｍ)인데도 전화를 한 이후 밤 9시가 넘도록 돌아오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엄 양은 실종당시 단발머리를 뒤로 묶고 있었으며 교복과 흰색 운동화, 분홍띠를 착용하고 있었다.

엄양이 실종된 지 23일이 지난 11월 28일 엄양 집에서 7.4㎞가량 떨어진 의정부시 자일동 도로확장공사 현장 인근 계곡의 쓰레기 더미에서 엄 양의 휴대전화가 공사 관계자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휴대폰이 발견된 인근을 수색, 민락동과 낙양동 일대에서 엄양의 가방과 신발, 양말, 교복 넥타이, 노트, 털실장갑 등 유류품 13점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