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민주당 중앙상임위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앞두고,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도시 지역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한·칠레 FTA 부결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추 의원은 8일 오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소한 과수농가에 대한 대책도 없는 한·칠레 FTA는 당연히 부결되어야 한다"며 "한·칠레 FTA가 비준되면 2∼3년 내에 우리 과수농가는 전멸될 것이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 정부가 내놓은 과수농가 대책을 보면 오히려 과수농가의 포기를 재촉할 뿐이기에 정부는 아주 솔직하게 (한·칠레 FTA 비준이) 국내 과수농을 포기한다는 것임을 시인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며 "이를 감추고 마치 FTA를 반대하는 것이 시대흐름에 반하는 것으로 몰아붙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한·칠레 FTA 비준안의 표결 방법도 무기명이 아닌 기명 방식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기명 비밀투표는 국회법 제112조 제2항에 규정된 예외적 표결방법"이라며 "한·칠레 FTA처럼 중요한 정책에 있어서 국회의원들이 자기의 이름조차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익명의 장막 속에 숨는 비겁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합리적인 검토나 충분한 토론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한·칠레 FTA 비준 반대 주장이 마치 농촌 지역구 의원들의 선거구를 의식한 행동으로 매도된 채 일방적으로 매를 맞고 있다"며 "이같은 여론을 환기시키기 전에는 한·칠레 FTA 비준 반대를 당론화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추 의원은 9일 오전 박관용 국회의장을 만나 기명투표로 처리해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이같은 자신의 주장을 본회의 때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밝힐 것을 검토중이다.

다음은 이날 추미애 의원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한·칠레 FTA 부결되어야 한다

한·칠레 FTA는 기명 투표해야 한다. 언론들이 마치 농촌출신 의원들만 한·칠레 FTA를 반대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한·칠레 FTA는 우리나라 농업의 장래와 농민의 이해와 관련되어 있으며 국가의 정책 기조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하는가를 국민들에게 밝히고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대해 역사와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국회법 제112조 제1항에서도 이러한 취지에서 표결방법으로 전자투표에 의한 기명표결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국회는 한·칠레 FTA를 무기명으로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 무기명 비밀투표는 국회법 제112조 제2항에 규정된 예외적 표결방법이다. 게다가 한·칠레 FTA처럼 중요한 정책에 있어서 국회의원들이 자기의 이름조차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어느 정당의 국회의원이든 미래에 영향을 주는 현재의 결정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또한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해주는 차원에서도 기명투표 방식으로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

대책 없는 한·칠레 FTA는 부결되어야 한다. 최소한 과수농가에 대한 대책도 없는 한·칠레 FTA는 당연히 부결되어야 한다. 한·칠레 FTA가 비준되면 2,3년 내에 우리 과수농가는 전멸될 것이 명확하다.

우리 정부가 내놓은 과수농가 대책을 보면 오히려 과수농가의 포기를 재촉할 뿐이다. 정부는 아주 솔직하게 국내 과수농을 포기한다는 것임을 시인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이를 감추고 마치 FTA를 반대하는 것이 시대흐름에 반하는 것으로 몰아붙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우리정부는 한·칠레 FTA가 사과, 배, 감귤 등을 제외시켰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포도, 복숭아, 키위, 오렌지, 자몽, 레몬 등 수입과일이 늘어날수록 사과와 배는 물론 우리 과실의 소비가 감소할 것이다. 더구나 저장가공기술의 발달로 값싼 열대과일이 연중 수입 유통될 것이고 국내과일은 사과, 배, 감귤 등은 물론 다른 과일도 설 땅이 없다.

사과, 배, 감귤 등의 경우 간접피해품목이라고 해서 포도, 복숭아, 키위농가처럼 소득보전이나 폐원지원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묘목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망해가고 있는 과수농가에게 묘목이나 지원해주겠다는 것은 망해 가는 과수농가에 망해 가는 것을 도와주는 것일 뿐,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것은 물론 아니고, 오히려 과잉생산으로 인해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뿐이다.

정부의 이번 지원대책은 한·칠레 FTA의 주요 피해자인 포도, 복숭아, 키위농가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다른 과수농에 대해서는 WTO협상 이후로 미루고 있다.

마치 개방이 되어야 지원하겠다는 사후대책만 있을 뿐 개방이 되기 전에 경쟁력을 강화하는 사전 대책이 부족하다. 머지않아 WTO DDA를 통해 개방될 품목에 대한 대책도 지금 제시되어야 한다.

정부는 정부의 잘못된 지원정책이 농업경쟁력을 제고시키기는커녕 농가부채만 증가시켰던 역사적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칠레 FTA에 대해서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신중히 재검토하기 바란다.

2004. 2. 8. 국회의원 추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