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만화를 활용한 도시발전정책(부천시의 사례를 중심으로)

백종훈(5대 부천시의원/가톨릭대학교 콘텐츠산업과 문화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문위원)

1. 한국의 지방자치제도와 도시문화정책

2011년은 대한민국이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한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방자치제도는 주민들의 풀뿌리 민주주의 인식 향상과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참여주권의 시대를 열어주었다. 국가적으로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수도권 이외의 낙후된 지방에 대한 발전을 가져오는 명실상부한 기회가 제공되었고 지방 분권화로 인한 국가균형발전에 바람직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주민에 의한 직접선거를 통해 지자체장 및 지방의원이 선출되고 선출직 공직자들은 자신의 임기 안에 다음 선거의 당선을 위해 지역구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을 치적을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실행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곧 전시행정의 늪으로 빠져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입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축제공화국이라는 부정적인 언론 보도가 연일 계속 된 적이 있다. 당시의 행정안전부의 자료에 의하면 2009년 현재 전국적으로 937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고 이 중 78%인 728개가 지방자치이후에 신설된 것이라고 한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19개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경기 115개, 경남 112개, 강원 105개 순으로 나타났다. 축제 주관 기관은 광역시·도 58 개, 시·군·구 562개, 민간 317개로 집계됐다. 지자체가 축제에 투입하는 예산은 경기도가 514억원으로 가장 많고, 광주 422억원, 서울 400억원, 경남 359억원 등 총 3275억원으로 조사됐다.

행안부는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는 지역축제를 통폐합하기 위해 불필요하고 낭비성 축제를 정비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으나 그 결과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도시문화정책을 경쟁적으로 시행하려 하는 이유는 문화예술시설이나 서비스 및 각종 문화관련 프로그램을 도시에 집중시켜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의 향유기회 제공, 도시의 브랜드 인식 향상 및 이미지 제고, 문화발전, 관광자원개발, 부동산경기상승, 외부 투자유치, 소득상승, 고용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제와 같은 도시 문화 정책이 본래의 목적과는 전혀 다르게 선출직 공직자의 다음 선거 승리를 위한 탁월한 매력을 가진 선심성, 전시행사로 그 제물이 되고 있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역축제들은 대부분 지역의 특산물, 상징물 등을 중심으로 고유한 이름과 내용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의 지역별로 유사한 프로그램과 매년 반복되는 동일한 프로그램 그리고 먹거리 장터 중심으로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관광객은 물론 지역민조차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 주위 매서운 의혹의 눈초리 속에서 문화특별시를 대내외에 공포하고 부천국제만화축제 14회 개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15회 개최, 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발 13회 개최, 복사골예술제 27회 개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160회 개최한 배짱 좋은 도시가 있으니 그곳이 바로 이곳 문화특별시 부천, 만화의 도시 부천이다.
 
부천이 이렇게 문화특별시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타 지방자치단체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부천의 비전을 문화특별시로 명확하게 정의하고 선거를 통해 정파가 달라져도 문화특별시 부천이라는 비전에 대해서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동시에 다양한 도시문화정책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집행했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라도 각고의 노력 끝에 그 결실이 맺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 부천시 역시 정말 각고의 노력 끝에 문화특별시 부천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각고의 노력이 절실했던 이유가 있었다. 1973년 7월 1일 부천은 시로 승격되었지만 근대화로 인해 서울의 인구유입이 급증하게 되었고 인구증가로 인해 주거지역으로서의 기능이 자연스럽게 주어지면서 위성도시로서의 인구과밀지역으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80년대 후반 이후, 부동산가격 상승과 중앙정부의 1,2차 중장기 산업계획의 변경으로 중소영세기업들이 인근 수도권 공단으로 이전 하게 되고, 일자리는 줄어들게 되었고 지역산업은 점차 사양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1995년 전면적인 지방자치제도의 실시로 각 광역시도 및 각 시군구는 지방재정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고속 압축 성장의 후유증이 가져다 준 우리 사회의 부적절한 환경 속에서 부천은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부천 세도비리사건 등 부적절한 도시 이미지를 갖게 된다.
 이에 대한 극복방안으로 도시 브랜드 이미지 활성화를 위해 도시문화정책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2. 만화도시 부천의 태동
 
민선시장 1기에는 영상문화도시 계획을 수립하고, 시민 및 만화가들의 의견을 청취하였으며, 1988년에는 만화문화 도시 부천기획안을 작성하였다.
 이 기획안은 부천만화산업진흥재단을 설립하여, 만화기획사업, 정보관리사업, 인재교육사업, 특수영상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한국만화가협회, 우리만화연대 등 작가단체와 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만화애니메이션학회 등 관련 단체들과의 네트워크 형성과 만화계의 현실적 욕구, 부천지역의 환경적 요구 등 제반 요소들을 담아 기획안을 작성하는 단계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부천시는 만화문화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들을 추진하여 왔다. 이를 바탕으로 부천시는 1988년에 부천만화정보센터를 설립하였으며, 제1회 부천국제만화축제를 개최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부천시는 만화열람의 기능이 있는 만화 도서관을 개관하였으며, 만화규장각 사업을 온라인에서 실시함으로써 만화자료 및 지식정보 관리체계를 구축하였다. 2001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박물관인 한국만화박물관을 설립하여 만화자료 수집 및 관리, 기획전시, 다양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등을 통하여 명실상부한 부천을 만화의 메카로 올려놓게 되었다. 2002년에는 작가 및 만화산업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하여 부천만화산업종합지원센터를 개설하고 창작지원실을 운영하였다.

부천시는 대한민국 최초로 만화산업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만화산업의 인프라스트럭처를 단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만화산업의 발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부천시는 전국 최초 만화관련부처인 만화산업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2009년부터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구 부천만화정보센터)을 약 60억원 정도의 출연금을 시로부터 보조 받아 국도비, 자비등 합쳐서 연 총100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3. 만화도시 부천의 성장

① 문화산업진흥시설지정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08년 문화산업진흥지구로 선정되었으며 이후 2011년 8월에 문화산업진흥시설로 최종 지정이 확정되었다.
 문화산업진흥시설은 문화산업 관련 사업자와 지원시설 등을 집단적으로 유치함으로써 문화산업 관련사업자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로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제21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지정된 시설물을 지칭한다.
 진흥원이 문화산업진흥시설로 지정됨에 따라 진흥원 시설의 운영에 들어가는 예산의 전부 혹은 일부를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또한「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8조에 따라 벤처기업집적시설로 지정되어 일부 지원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이번 진흥시설 지정은 연간 약 60억 규모의 출연금을 부천시가 전담해 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중앙정부와 광역단체의 지원과 참여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시의 막대한 재정부담이라는 뜨거운 감자에서 벗어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한국만화의 가치증대와 부천시민 문화향유기회 제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데 한 걸음 더 가까이 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부천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400여 명의 만화창작인력을 1,000명 수준으로 끌어올려 만화콘텐츠의 생산기지화 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경기도와 함께 추진 중인 디지털만화 유통지원 플랫폼 구축 사업에 더욱 집중해 세계의 만화가 우리의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글로벌 유통 거점을 실현하겠다는 계획도 실현가능성을 높이게 되었다는데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② 만화벽화로 꾸며진 도로

 경기 부천의 대표적인 도로로써 서울과 인천을 관통하는 경인로의 공구상가 거리를 만화 이미지를 활용하여 만화벽화거리로 재탄생 하였다. 과거 경인로 공구상가거리는 노후된 건물과 휴일 문을 닫는 상가거리의 상가별 셔터의 상태가 훼손되어 도시 이미지를 저하시키는 주범이라는 여론들이 형성되었었다. 이에 부천시는 낙후된 공구상가거리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색이 바랜 셔터의 만화 거리 조성을 위해 벽화사업 추진 TF팀을 즉시 구성하였다. 이어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함께 개발한 만화캐릭터와 모던디자인, 시와 풍경 등을 기본 콘셉트로 선정하고 디자인한 작품을 2단계에 걸쳐 추진하였다. 1단계사업 이미 마무리 되어 서울에서 인천방향 283m에 있는 69개 점포 셔터에 만화캐릭터와 풍경 등 69점의 벽화가 완성되었다. 휴일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기존의 도시의 낡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유쾌한 상상이 풍부한 만화 셔터 전시거리를 체험하는 문화도시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③ 허영만 화백의 육필원고 보관

 부천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한국박물관 수장고에 허영만 화백으로부터 기탁 받은  '타짜', '식객', '오 한강', '각시탈', '꼴' 등 인기 만화 육필 원고 15만 여장을 보관하고 있다. 이는 1974년 데뷔 이래 최근까지 낸 대부분의 작품들로서 학술적,역사적, 경제적 가치는 물론 부천시에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화도시 부천의 위상을 국내외에 다시 한 번 강화하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천 시민에게도 공개를 해서 타도시에서 경험할수 없는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며 이는 곧 시민의 도시에 대한 자긍심 고취는 물론 도시 브랜드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부천은 허영만 화백의 작업실 유치를 위해 다양한 계획을 준비 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만화도시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④ 시청에 설치된 만화카페

시청 1층 로비에는 인기만화캐릭터인 둘리와 함께 하는 포토존과 동시에 만화카페가 개설되어 있다. 이로 인해 딱딱한 청사 이미지를 버리고 만화도시 부천으로서의 정체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34.3㎡의 아담한 공간에 1천500여권의 국내 유명 만화가의 만화가 비치돼 만화도시 부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만화카페에 방문하는 시민들의 수도 일평균 200명 정도로 만화의 저변확대에 기여를 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만화도시 부천의 심장부인 시청 한가운데에 만화카페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부천시의 공직자들의 만화사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볼 수 있는 한 단면이라 할 수 있겠다.

⑤ 만화캐릭터 버스 운행

 시청 소속인 공용버스 6대를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비즈니스센터에 입주업체에서 만들어진 인기있는 캐릭터들을 활용 만화캐릭터 랩핑버스로 변화시켜 운행시키고 있다. 움직이는 만화전시판이 되어 도시 곳곳을 누비며 시민들에게 유쾌하고 활기찬 만화 도시 이미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⑥ 2011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성공적 개최

 올해로 14회째인 부천국제만화축제는 개최 전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한국만화박물관을 중심으로 개최된다는 점, 처음으로 축제 대행사를 통해 보다 전문적인 축제 프로그램 준비와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등 으로 인해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고 시작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전시분야에서는 참여하고 체험하는 전시, 21세기 디지털 전시를 통해 만화전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마켓분야에서는 페어 기능 강화로 산업전으로써의 내실을 다지고 글로벌 만화비즈니스 중심기지 구축했다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또한 세계 최초로  ‘세계어린이만화가대회’를 개최하여 전세계 어린이의 동심을 하나로 묶고 부천을 ‘어린이만화UN본부’로 포지셔닝하는 성과를 가져왔다. 만화축제를 통한 시민·애호가·만화인의 대폭적인 참여와 소통의 한마당 연출로 관람 및 행사인원이 8만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하였다.

4. 만화도시 부천의 미래

 만화도시 부천의 미래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극복해야 할 점들이 있다.
 첫 번째로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안정적인 재정확보이다. 한국만화가치증대가 미션인 진흥원에게 기초지방자치단체인 부천시가 총 예산의 절반이 넘는 예산을 계속 지원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부천시가 대한민국의 만화를 책임지겠다는 것을 부천 시민들에게 설득하기에는 충분히 논리적이지 못 하다. 결국은 중앙정부로부터의 안정적인 예산지원과 경영합리화를 통한 내실있는 경영으로 자기부담비율을 높이는 방법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한국의 만화 중심기지로서 왜 부천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들이 필요하며, 공공기관의 특성 상 다소 방만하게 운영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전략적인 경영목표를 수립하고 수익원을 적극 발굴하여 효율적인 경영으로 부천시의 예산부담비율을 점차 줄여나가야만 할 것이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시 되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여 진흥원 역시 적극적으로 기업들과 접촉하여 후원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이다. 만화도시 부천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시민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판단될 지라도 시민들의 지지가 없으면 결국은 예산만 낭비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만화에 대한 정책결정과정에 과감하게 시민들을 참여시켜서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즐길 수 있는 생활밀착형 만화정책들이 쏟아져 나와야만 한다. 또한 시민들이 직접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함으로 인해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

과 지원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만화를 주제로 하는 행사 개최가 필요할 것이며, 평범한 생활 속에서 만화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시책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시에 운영하는 중앙도서관 및 각 지역 거점 도서관 그리고 생활밀착형 작은도서관등에서도 만화관련 특별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보다 많은 만화책을 소장하여 시민들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 만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폭 넓게 제공해야만 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부천국제만화축제의 국제행사 승인이다.  정부로부터 국제행사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국제행사심의위원회를 통해야 한다. 자격요건은 5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100명 이상의 외국인이 참여하고 10억원 이상의 국비 지원을 요청한 행사이어야 한다.

정부로부터 국제행사로 승인을 받게 받게 되면 정부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은 물론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유일무이한 국제만화행사가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타 지자체의 국제행사 승인 과정을 벤치마킹하고 국제행사에 걸맞는 프로그램운영등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여 국제행사승인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