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양주승 대표기자

▲ "도대체 우리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청소년 토론회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아~씨 ☓ 담탱이가 지랄이야", "와! 이거 개맛있어","너 오늘 깔맞춰입고, 스타일 죽인다","까도남 현빈 앓이 돋네", "꿀벅지 유이","존1나,븅신,개간년,엄친아,본좌, 악플러,얼빵,얼짱,훈남,훈여,IBM,DB····"

남학생 여학생 고학년 저학년을 가리지 않고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폭력적이고 외계어 같은 말들을 늘어놓곤 한다. 인터넷 댓글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욕설과 비속어의 사용, 신조어의 범람, 외래어의 남용으로 변질되어 가는 청소년들의 언어 이대로 괜찮은가?

청소년의 언어문화 "도대체 우리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9월3일(토) 오전 10시  부천시청 3층 소통마당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올해로 7회째 맞이하는 청소년공개토론축제는 부천시, 부천예총이 주최하고 복사골청소년예술제운영위원회(회장 권예지)가 주관했다.

▲ 뒤줄 좌로부터 권예지-김정환 부천예총회장-토론자 박현지-토론자 김소연/ 앞줄 좌로부터 김혜정 교사-토론자 김진수-사회자 이샛별-발제자 김종록-발제자 강지혜-토론자 학부모 최명심ⓒ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청소년 언어도 시대를 반영하는 방언으로 존중되어야 한다▲새로운 언어의 형성에 있어서 좋은 점은 발전시켜야 한다.▲한류 열풍으로 외국인들이 우리말에 대한 관심도 늘어가고 있는데 다양성과 품격을 갖춘 국어 보급과 순화가 절실한 시점이다▲비속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신조어 ,비속어등을 제한하는 것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방송 언어에서 거친 표현들이 난무하는 현실도 시정돼야 한다 ▲정부는 국어 정책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펴나갈 필요가 있다 등 다양한 의견이 토론자와 객석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샛별(이화여대1년)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강지혜(상원고등학교교사), 김종록(경희대산업디자인과)의 발제에 이어 김혜정(경기국제통상고교사),최명심(학부모),김진수(원곡고2),김소연(중원고1년),박현지(중원고2년) 등 6명이 지정토론자로 나섰으며 300여명의 고교생들이 참관했다.

권예지 복사골청소년예술제 청소년 운영위원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청소년들의 언어문화에 대하여 청소년 문화의 주체인 청소년들의 다양한 생각을 이야기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정환 부천예총 회장은 축사를 통해 "무분별한 인터넷문화와 공교육이 무너지는 교실문화의 개선방안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청소년 언어문화는 어른들이나 전문가가 아닌 우리 청소년이 직접 풀고 심층 논의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사이버 공간이 욕설, 비속어, 폭력적 언어사용으로 나타나

▲ 도대체 우리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청소년 토론회/ 발제자 강지혜 교사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강지혜 상원고 교사는 "청소년들의 사이버 여가활동은 생산적인 활동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대부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게임과 채팅, 댓글의 형태로 이뤄진다"며 "이 때 사이버 공간은 나를 완전히 노출시키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그동안 억압된 감정을 쉽게 거리낌 없이 표출하며, 표출된 감정은 폭력적 언어사용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강지혜 교사는 "청소년들은 사이버 통신상에서 '쩐다', '존나' 등 저속한 비속어 표현과 함께 '새끼','ㅅ ㅂ ' , '애자' 등  자신의 화를 표출하거나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는 폭력적 언어사용이 사이버 공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교사는 한국교총이 2009년 초·중·고 교사 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학생들의 대화에서 쓰는 문장 중 욕설·비속어가 들어간 것이 절반은 된다"며 "욕설·비속어의 사용빈도가 높아진 이유로 응답자의 88%가 인터넷, 영화 방송매체의 영향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강 교사는 "욕설과 비속어의 사용은 스트레스를 풀거나 또래 집단의 동질감을 유지하기 위해 자주 쓰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나친 남용은 언어습관을 해치고 정서불안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조어의 범람에 대해 강 교사는 "컴퓨터 통신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신조어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며 "신조어 중 일부는 표준어로 인정되어 이후 사전에 등재되기도 했지만 휴행이 지나면 사용되지 않아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꿀벅지 유이, 까도남 현빈 앓이 돋네 등의 신조어 등은 흔히 대세라는 말과 함께 각종 언론과 방송에서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또한 10대들이 따라하면서 훨씬 더 자극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양산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사가 밝힌 신조어의 유형은 '이뭐병(이거 뭐 병신도 아니고)', '듣보잡(듣지도 보도 못한 잡놈)', '훈남(훈훈하게 정이가는 남자)','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갠소(개인소장)', '냉무(인터넷게시물에 내용이 없음)', '아웃오브안중(관심이 없다)', '빠이염(헤어질 때 인사)', '레알(영어의 Real을 그대로 읽은 말로 의미를 강조할 때 쓰임)'등이다.

강 교사는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들은 줄임말의 형태가 많다"며 "인터넷뿐 만아니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은 제한된 바이트(byte) 내에 많은 표현을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축약어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교사는 "예전에는 신조어가 전문분야나 엑스세대, 와이세대 등 세대를 지칭하는 몇 개의 말에 불과했지만 최근 등장하는 신조어의 범람은 단순히 새로운 언어의 생산보다는 언어파괴, 한글 왜곡의 위험수위에 치닫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회의 관심, 국가의 자원과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통신언어 형성은 경제적, 표현적, 동질감 유대강화, 심리적 해방동기

▲ 도대체 우리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청소년 토론회/ 발제자 김종록 청소년특별회의 추진단 기횏홍보팀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종록(경희대산업디자인과/청소년특별위원회 추진단)씨는 "청소년 통신언어 순화에 대한 논의 및 제언”을 통해 “청소년 언어 행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 특히 매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록 씨는 통신언어 형성의 동기에 대해 경제적 동기, 표현적 동기, 동질감을 통한 유대강화, 심리적 해방동기 등을 꼽았다.

경제적 동기-통신언어 사용에는 글자입력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에 대처하기 위해 소리나는데로 적거나 음절을 줄이고 붙여 적고 문장성문이나 조사를 줄이는 현상이 확산되었다.

표현적 동기-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글자로 전달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얼굴표정을 그림이나 기호로 바꾸어 전달하면서 의사표현을 충실히 하려는 신세대들의 자기 표현력과 창의성에서 나온 것이다.

심리적 해방동기-익명성이 보장되는 통신환경에서 규칙적인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마음상태를 느끼기 위해 자신의 의사를 마음껏 표현하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행방구로 인식되어졌다.

"첫째 바람직한 통신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신사이트 운영자는 바른언어 사용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올바른 언어사용에 관한 홍보와 함께 토론공간이나 게시판에 통신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정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또한 심한 욕설 등의 비속어나 은어 등 외래어를 사용할 경우 일부 게임프로그램에서 사용하고 있는 장치로 <이 말은 잘못된 표기 또는 오자입니다><바른말 고운 말을 사용합시다> 등의 문구가 나타나도록 하는 것"

 "모든 사물이 그렇듯 신조어 역시 생성-진화-소멸의 단계를 거친다"

▲ 도대체 우리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청소년 토론회/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혜정 교사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혜정(소설가, 경기국제통상고등학교-구·부명정보산업고- 교사)교사는 청소년 언어문화 특히 신조어에 대해  "신조어는 사회발전과정 중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모든 사물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는 만큼 사물의 단점은 제거하고 장점은 살려 흡수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와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사는 "신조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우리의 취약한 언어구조가 더 흔들릴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렇다하여 무조건 신조어 창조와 사용을 나쁘게 보고 강제로 사용을 금지시키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사는 "모든 사물이 그렇듯 신조어 역시 생성-진화-소멸의 단계를 거친다"면서 "주로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생성하고, 방송 등 매체에 의해 퍼지고 비슷한 신조어들로 확장되면서 진화하다가 새로운 '신상'(신상품)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소멸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사는 "지금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7080 시대에 유행했던 아더메치유(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고 유치하고)란 줄임말은 잊혀진 추억의 말이지만 20,30면 전 당시에는 세대를 초월해 통용되던 유행어였다. 옥떨매(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도 비슷한 사례이다. 이에 비하면 요즘 청소년들이 만들어내는 신조어는 가히 창조에 가깝다. 모양도 기묘하고 조어방식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청소년의 욕설, 아이들만 탓할 수 없다"는 김 교사는 "욕설은 다른 심각한 비행의 관문 역할을 하며 언어는 인격 형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므로 청소년의 언어 사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욕설 사용이 과연 청소년만의 책임일까?"되짚어 봐야 한다"며 "아이들을 탓하기보다 먼저 아이들을 방치하는 사회에 우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교사는 "영어경진대회는 많지만 순우리말 경진대회는 거의 없는 실정으로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  올바른 청소년 언어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언어교육과 인성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문학 교육을 통한 언어교육이 절실한 시점이다. 청소년 스스로가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아름다운 우리말 우리글로 쓰여진 문학작품을 읽을 것"을 권했다.

김혜정 교사는 2010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우수 청소년 저작상 수상작. <복어가 배를 부풀리는 까닭은>, <바람의 집>,<독립 명랑 소녀>를 쓴 작가이며 경기국제통상고등학교(구·부명정보산업고)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지정 토론자로 나선 학부모 최명심(부천여성문학회장)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학부모 대표로 나온 최명심(부천여성문학회장)씨는 신문,방송매체에 우리말 바로쓰기, 우리말 겨루기 등 우리말 관련 프로그램 등이 있지만 이를 더욱더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가정에서 부모들이 올바를 언어를 사용함으로서 자녀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와 지정토론이 끝난 후 객석에서는 다양한 학생들의 질문과 의견이 표출됐다.

한 학생은 뜨거운 감자(hot potato)도 처음엔 비속어 이었지만 지금은 사회현상이나 정치상황을 빗대 표현하는 언어로 자리 잡았다며 비속어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욕설,이해하기 힘든 말 등 극단적인 표현은 사용해서는 안되겠지만 신조어 등을 제한하는 것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부천시 김태산 문화예술과장과 고경숙 시인이 토론회를 참관하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 김정환 부천예총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 도대체 우리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청소년 토론회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 도대체 우리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청소년 토론회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 도대체 우리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청소년 토론회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 도대체 우리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청소년 토론회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