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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제동원 피해 외면하던 정부 유골 송환 추진
유족들, 정부의 일방적 유골 송환반대 …선 진상조사 촉구
일제하강제동원 피해자들, 일본현지 진상조사 최우선 과제…남북공동 진상조사 추진 절실
2004년 02월 06일 (금) 00:00:00 시민의신문 ngotimes@ngotimes.net

일제강제연행 피해자 유족들과 관련단체들이 일본에 산재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강제 연행된 조선인들의 유골송환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유족들은 외교통상부가 오는 10월께 송환을 추진하고 있는 '우천사 유골'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진상규명등에 관한 특별법제정 추진위위원회(특별법 추진위)는 5일 오전 느티나무카페에서 일제강제연행 피해자의 유골송환에 따른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2월 '강제연행과 강제노동 희생자를 생각하는 훗카이도 포럼(훗카이도 포럼)' 참가보고로 시작됐다. 지난해 3월 처음 열린 훗카이도 포럼은 '유골문제에 관한 조사위원회(조사위원회. 위원장 훗카이도 소재 일승사 도노히라 주지)'는 지기공업(토목건축회사)가 위탁해 삿포르 별원 납골당에 안치된 1백1명에 대해 회사측이 안치된 유골에 대한 본적지와 주소가 명기된 명부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유족들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은 채 납골당에 안치했다는 사실을 회사책임자인 '기무라'의 증언을 청취하고 수차례의 현장조사, 증언청취를 진행해 조사보고서를 발표, 한국민족문제학회에 협조를 구하면서 시작됐다.

   
▲ 특별법추진위원회는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유골송환과 관련, 선 진상조사와 후 유골송환을 요구했다.
1938년 이후 강제 연행된 조선인노동자는 1백50만명으로 이들중 20만명가량이 훗카이도의 탄광, 토목공사장 등지에서 강제 노역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인노동자들은 '다꼬베야(문어방)'이라고 하는 지하토굴속에 갇혀 생활했고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빈번한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사망한 조선인의 유골은 해당기업에 의해 인근 사찰에 위탁되거나 야산에 방치된 것으로 확인했다.

회사측이 1946년 재일본조선인연맹중앙총본부·재일본조선인연맹 북해도위원회의 요구에 의해 작성한 '조선인노무자순직자명부'에는 남측 주소 63명, 북측 주소 11명 등 조선인을 포함해 중국인과 일본인도 포함되어 있다.

특별법 추진위는 지난 2회 훗카이도 포럼에서 강제동원 조선인노동자 고 김익중씨 유족을 찾아 2회 훗카이도 포럼에 함께 참여해 유골을 대면하고 방치상황을 직접 돌아보고 일본 시민단체와 유골송환 경과를 논의했다.

훗카이도 포럼에 참가해 '삿포르 별원과 훗카이도 미츠비시 비바이 탄광' 현장확인을 하고 온 정혜경(특별법 추진위 조사연구실장,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박사는 "삿포르 별원에 있는 한국인 명단 중 유족이 없어 직접적인 책임추궁과 진상조사가 부족했는데 유족 찾아 같이 가서 행사를 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며 "유골이 발견되고 유족이 나서게 되면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삿포르 사찰 한 곳에 국한된 게 아니라 일본 전역에 유골이 있을 것이고 유족도 찾아야 진상조사도 착수할 수 있다"고 했다.

정 박사는 "삿포로별원 납골당에는 3개의 단지에 101명 유골이 담겨있어 상당부분의 유골이 버려졌을 것으로 본다"면서 전승렬씨의 부친 경우도 44년에 사망했는데 사망신고만 해주었지 유골에 대해 통보되지 않았다. 합장 이후에도 유족에게 전혀 통보되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삿포로 별원 이외에 다른 유사사례가 많다. 비바이 탄광 가스폭발사건으로 사망한 조선인노동자들의 시신 일부는 아직도 사고현장에 매몰되어 있다"면서 "사망자 명단에 이름만 나와있지 본적이 기재되지 않은 것도 많기 때문에 유족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정 박사가 삿포르 별원 납공당에 방치된 1백1명의 유골이 3개의 단지에 섞여 보관되고 있는 사실을 사진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조선인노동자들의 유골송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유족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는 인식하에 언론의 협조를 구한 정 박사는 "명부는 일본전역에 매우 많지만 개인이나 일본-한국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고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에 요청해야 명부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현재 정부문서기록보관소에 강제연행 사망자  48만명분의 명부가 보관되어 있는데 이것도 노태우 정권시절 한국정부가 요청해서 들어온 것이다. 유골이 일본현지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삿포르 별원 납골당에서 숙부인 고 김익중씨의 유골을 확인한 유족 김경수씨는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고 김익중(당시22세)은 본인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와 해당 기업은 숙부의 유골을 저희 가족에게 보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식으로 사죄와 보상도 하지 않은 채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걱정 속에서 지내게 했다"면서 "반세기가 넘게 김익중의 행방을 찾고 있었던 우리 유족에게 알려진 것은 이미 유골이 다른 희생자들의 유골과 '합장'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감행된 조선인의 강제연행은 당시 일본정부의 책임하에서 실시된 것으로 강제연행, 강제노동 및 그 결과에 대해서는 일본정부가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제동원정책에 따라 우리 동포들을 연행하고 사역시킨 해당 기업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지금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한국정부도 신속하고 납득할만한 조처를 취해달라"며 정부차원에서 일본정부에 진상규명을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강제연행 피해자 유족들은 외통부가 유족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골송환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2월 3일 도쿄 '우천사'에 방치되어 있는 일제강제연행 피해자 유골을 오는 10월께 송환할 방침이며 우천사 유골 송환이 완료되면 일본과 중국 해남도 등 태평양전쟁 격전지에 산재한 민간차원의 보관 유골들에 대한 이송작업도 조속히 추진하겠다. 이를 위해 민관합동실태조사단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골송환을 반세기가 넘게 고대해온 유족들은 정부의 '우천사' 유골 송환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정부가 유골을 송환하면서 유족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승렬(우키시마마루 폭침사건 원고단장)씨는 강제동원된 부친이 45년 8월 24일 일본해군선 우키시마마루 폭침사건으로 아버지 사망, 우천사에 유골이 안치됐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유골은 10월께 국내 송환될 예정이다.

전승렬씨는 "유족 81명은 정부와 외교부의 도움없이 92년 8월 23일 교토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해 3백만엔 지급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냈으나 일본정부의 항소로 2003년 5월 30일 '65년 한일협정으로 조선인에 대한 피해보상은 완료되었다'며 기각 당해 현재 대법원에 상고중"이라며 "정부는 65년 한일협정문서를 공개하지 않고 잘못된 역사 뭍어버리는 일본정부 상대로 유골 송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5백24명이 사망한 폭침사건에 대한 단 한차례의  진상조사도 없었는데 우천사 유골함 명부가 유골자체에 맞지 확신할 수도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이 전제되어야 하고 65년 한일협정문서를 공개하고 만약, 한일협정으로 보상이 완료되었다면 외통부가 유골을 송환해 진상조사와 보상문제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유골송환문제에 대해 유족들의 소리를 듣지 않고 정부측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국적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절규했다.

특히 그는 "외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우천사' 유골송환을 전면적으로 반대한다"며 "일본정부도 재판도중인 2001년 유골만은 돌려주겠다는 제안도 반대했다. 유족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진행한 10여년간의 재판과정에서 정부는 한마디 위로의 말조차 없다가 이제와 유골을  송환하려는 것은 한일정부가 65년 한일협정을 숨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흑막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최봉태(변호사) 특별법추진위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60년 가까이 하지 않던 일을 하려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일본 전역에 흩어져 있는 유골의 송환의지는 좋으나 국가가 유골에 대한 권한을 전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국가가 유골조차 국가 구성물처럼 간주하고 유족들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10월내 송환하겠다는 것은 유족에게 또한번 상처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집행위원장은 "유골 송환의 전제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일본전역에 흩어져 있는 유골의 상황을 파악하고 사망자 명단도 일본정부에 요청해야 한다"면서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에 명단을 요구하면 지지체, 사찰에서 유골 자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정부가 회수할 수 있다. 지금도 일본은 전세계를 상대로 자국민의 유골을 찾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요청하면 도와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유골 송환에 앞서 유족을 찾아와 유족입장을 듣고 이에 따라 향후 정부 태도를 밝혀야 한다"며 "일본정부가 일제하강제동원문제에 대한 사죄를 못하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유골 송환 할 수 없다. 유골조사와 관련해 본적지나 유가족이 남측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측과 힘을 합쳐 진상조사에 나서기를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박은희 특별법추진위 사무국장은 "외통부측에 유족들의 의사를 들어보라고 요구했는데 거절했다.

정혜경 박사는 "본질적 책임은 일본정부가 전쟁수행을 위한 '인력동원정책'으로 강제연행자들을 사기업에 할당했기 때문에 일본정부에 책임이 있다"면서 "남북한-일본 공동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차원에서 진상조사와 유골송환을 추진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유족들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제강제동원된 조선인의 유골송환을 위한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한 유족과 강제동원 피해자관련 단체들은 향후 △남북한을 대상으로 한 유족 찾기 △삿포르별원 사례같은 유사사례 발굴 △정부차원의 조사 △후생연금 등 희생자와 관련한 추가자료 발굴 등의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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