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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봄, 그대를 많이 기다렸습니다
<포토에세이> 수줍은 듯 피어난 매화(梅花)와 홍매화(紅梅花)
2004년 02월 06일 (금)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 ⓒ2004 김민수

'입춘(立春)'입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입니다.

올 겨울은 봄이 가장 먼저 오는 곳인 이곳 남녘 땅 제주도 육지 못지 않게 유난히 추운 날이 많았고, 눈도 많이 내렸습니다. 입춘인 오늘도 새벽바람이 찹니다. 봄맞이를 하느라 겨우내 바람을 막아주던 문풍지를 따스해지는가 해서 거둬냈더니 문틈 새로 바람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파고 들어옵니다.

그래도 봄은 봄입니다.

   
▲ ⓒ2004 김민수

'봄'은 '보다'의 명사형입니다. 뭔가 볼 것이 많은 계절이니 '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것입니다.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의 구분이 모호할 때도 있는 겨울이 차츰 봄에게 자리를 내어줄 때면 저 깊은 대지에서부터 푸른빛들이 올라오고, 그 푸른빛보다도 먼저 더 깊은 곳으로부터 가녀린 뿌리들이 퍼 올린 물방울이 형형색색의 빛깔로 피어납니다.

단조로운 흑백의 색감에서 다채로운 수채화 같은 계절이 되니 볼거리가 많은 계절입니다. 그런데 그 볼거리는 모두가 겨울을 이겨낸 아름다운 것들입니다. 대지에서 피어나는 꽃도 그렇고, 겨우내 꽃눈을 품고 있다가 연한 새싹을 내는 나무도 그렇고, 이파리보다 꽃을 먼저 내는 매화같은 꽃의 향기도 그렇습니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그 볼거리 중에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봄보다 겨울의 흔적이 많다가도 이내 봄으로 물들어 가는 자연을 보면서 우리 속에 있는 아주 작은 희망의 흔적이라도 그것을 기쁘게 여기며 점점 크게 만들어가야겠지요.

이제 막 사온 예쁜 수채화물감과 하얀 도화지를 바라보며 느끼는 설렘과도 같은 기쁨을 주는 봄, 그 화사한 봄을 가득 담아 매화가 인사를 합니다.

   
▲ ⓒ2004 김민수

오는 봄을 막을 수 없고 가는 겨울을 붙잡을 수 없는 것이겠지요.

'겨울'은 서민들에게는 참으로 힘든 계절입니다. 한 예로 청명한 가을이나 따스한 봄날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연료비만 해도 서민들의 가계를 주름지게 합니다.

봄이 오면 서민들의 주름진 가계도 조금 가벼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 활짝 핀 매화같은 얼굴이면 좋겠습니다.

서민들은 아주 작은 것에도 민감합니다. 웃고 우는 일이 아주 작은 것에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들에게 아주 소중한 그 작은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가진 자들이죠.

아주 작은 것에도 감동할 줄 알고, 행복해 할 수 있는 이들 모두에게 '입춘대길(立春大吉)'의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2004 김민수

절기상으로는 입춘이지만 아직 피어있는 매화보다는 필 준비를 하고 있는 몽우리들이 더 많습니다. 그 작은 송이들 모두가 예쁜 꿈들만 같습니다. 그 꿈들이 하나 둘 피어나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을 하는 일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무릇 꿈이란 이래야 되는 것 아닐까요?

자기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꿈, 남이야 어찌되었든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이들의 꿈, 땀 흘리지 않고 일확천금을 얻고 싶어하는 허망한 꿈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꿈이죠.

입춘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꿈을 꾸시는 모든 분들의 꿈은 아름다운 꿈들이길, 그래서 '입춘대길(立春大吉)'하시길 바랍니다.

   
▲ ⓒ2004 김민수

 이제 홍매화를 만나 보실까요?

입춘지절(立春之節)에 사군자(四君子) 중에서도 가장 앞자리에 선 매화(梅花), 그 중에서도 붉게 타는 듯한 홍매화를 보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마치 봄처녀가 나폴거리는 분홍색치마를 입고 꽃바구니를 끼고 봄나물을 하러 나온 형상입니다. 참으로 흥겹습니다. 봄나물 냉이와 달래에 곁들여 이렇게 예쁜 홍매화를 바구니에 살짝 얹어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울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입니다.

땀흘려 수고하는 이들 모두에게 홍매화의 풍성한 꽃술만큼, 화사한 색깔 만큼의 좋은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2004 김민수

이렇게 아름다운 꽃은 천천히 보는 것이 제 맛입니다.

빨리 휙하니 지나치면 무슨 꽃이 피었는지도 모르고 지나치게 되는 것이니, 홍매화 앞에서 가장 적당한 속도는 '아주 천천히'입니다.

'아주 천천히'라는 애매한 말 외에는 그 속도를 수치로 나타내기가 힘듭니다. '느릿느릿'을 말하니 어떤 분들은 '게으르게 살자는 것이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조금씩 생각은 다르겠지만 저에게 있어서 '느릿느릿'은 '저에게 가장 알맞은 속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느릿느릿' 가기 때문에 '빨리' 가게 되는 때도 있고 결코 남들보다 느리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의 발걸음이 선한 일에는 부지런히, 악한 일에는 게으름을 떨며 더디간다면 이것 역시도 느릿느릿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 ⓒ2004 김민수
   
▲ ⓒ2004 김민수

그리고 다른 예를 들면 이런 것이죠. 천천히 가다 보니 이전에 안 보이던 꽃이 보인 겁니다. 그냥 꽃이려니 지나치지 않고 천천히 보다보니 그 안에 들어있는 다른 세계를 보게 되었고, 다시 한번 돌아가서 꽃을 보니 이름도 알게 되었고, 꽃말도 알게 되었고, 전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오다 어느 사이에 수많은 꽃들을 누구보다도 빨리, 많이 만나게 되었죠. 분명히 천천히 왔는데 남들보다 빨리 온 것이죠.

어쩌면 '빨리빨리'는 누군가에게 강제적으로 쫓기는 것이지만, '느릿느릿'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좇아가는 것이니까 당장에는 느린 것 같지만 결국 인생의 큰 목적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것에는 더 빨리 도달하게 되는 것이 아닐런지요.

천천히 살다보니까 빨리 살아가는 이들이 '아차!'하고 후회하는 그 순간에 '아,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정도를 어렴풋이나마 깨달을 수 있다면 그 걸음걸이가 그리 느린 것만은 아닌 것이죠.

요즘에는 '얼짱', '몸짱'이라는 말이 유행을 합니다. 이 시골에 사는 팔순이 넘으신 분들도 '얼짱', '몸짱'이 뭐냐고 물으실 정도니 그 유행이 실감납니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그 '짱짱'하는 말에 '짱'나는 부류에 속합니다.

왜냐구요? 단지 샘이 나서가 아니라 하도 짱짱하니까 짱이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무 것도 아닌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짱이 아닌 모든 모습을 부정하게 만드는 짱문화, 이젠 좀 수그러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홍매화, 그들이 진정 아름다운 이유는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내에 품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 ⓒ2004 김민수

입춘입니다. 봄이라는 문턱으로 들어섰으니 이제 겨우내 웅크렸던 마음들, 꽁꽁 언 마음들에도 봄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드디어 봄입니다. 그대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입춘대길(立春大吉)'입니다. 


김민수 기자는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 있는 종달교회를 섬기는 목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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