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시민연대가 5일 발표한 낙천대상자 명단은 비리 혐의가 있거나 '철새' 논란, 5∼6공 전력의 현역의원들을 대거 망라했다.

낙천대상자 66명을 제외하고 불출마 및 정계은퇴, 피선거권 제한 등으로 출마 길이 봉쇄돼 명단에서 자동 제외된 전현직 의원들의 수는 49명. 그러나 이들을 제외하고도 명단에 들어갔을 만한 일부 의원들이 누락돼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김기식 총선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2차 낙천대상자 발표(10일) 때에는 오늘 발표되지 않은 현역의원 상당수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사안들에 대해서는 추가 낙천대상자로 선정해 발표할 수 있다"고 말해 일부의원들의 추가 가능성을 시사했다.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2002년 대선당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10억원을 직접 건네받은 혐의로 구속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대선자금 건으로 구속됐고, 이번에 낙천대상에 오른 김영일 전 사무총장과 비교해도 명단 누락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구 안기부자금 전용 의혹사건과 관련해 96년 신한국당 사무총장이었던 강삼재 의원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하면서 낙천 명단에서 제외된 반면, 역시 '안풍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덕룡 의원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이 작년 4월 검거한 전 민자당 재정국장 등을 조사한 결과, 95년 지방선거 당시 김기섭 전 안기부 기조실장이 김 의원에게 275억원의 안기부 예산을 선거자금으로 지원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김 의원은 '검찰의 표적수사'라며 검찰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2000년 9∼10월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로 있으면서 증인선정 과정에서 현대그룹으로부터 정몽헌 당시 회장을 제외시켜달라는 부탁과 함께 2천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임진출 의원도 1차명단에서는 일단 제외됐다.

지난달 29일 첫 재판을 받은 임 의원은 "정무위 간사에게는 증인을 채택할 권한이 없으며, 정 회장은 증인으로 신청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현역의원 4명도 썬앤문 그룹으로부터 1000∼200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아 구설수에 올라있지만, 검찰이 자금의 불법성을 최종적으로 판단하지 않아 1차 명단에는 올라가지 않은 상태이다.

이번 총선 출마여부는 불분명하나 2000년 총선당시 30억원대의 현금을 공천헌금으로 내고 민국당 전국구 1번을 배정받은 강숙자 의원도 '구태정치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인물이다.

'철새' 행적이 문제가 돼 상당수 의원들이 낙천대상에 지목됐지만,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일부 의원들이 명단에서 누락된 것도 형평성 논란을 부르는 대목이다.

2002년 대선 때까지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원했다가 선거에서 진 후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둥지를 옮긴 '독수리 5형제'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이부영, 이우재 의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이들의 행적을 놓고 소속당과 정치적 노선이 전혀 다른 우리당으로 슬그머니 옮긴 것에 대해 충분한 소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강성구, 이근진 의원의 경우 대선 직전 민주당에서 탈당해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낙천대상자 명단에 올랐다.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긴 강창희 송광호, 2000년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 민국당 전국구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2002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당선된 김상현 의원도 철새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인물들.

"한일합섬 공장이 목포나 광주에 있었으면 문을 닫았겠냐"는 지역감정 조장 발언이 문제가 된 한나라당 김호일 의원이 낙천 명단에 포함된 반면, 지난 총선 합동유세에서 같은 류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같은당 허태열 의원은 제외됐다.

허 의원은 2000년 4월5일 합동유세에서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분은 손을 들어보라"고 한 뒤 한 시민이 손을 들자 "혹시 전라도에서 오신 것 아니냐"고 비꼬았고, 2002년 12월1일 부산에서 열린 대선유세에서는 "민주당은 노 후보 하나만 경상도고, 나머지는 다 전라도다"라는 발언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유권자들의 정치염증을 유발시키는 '네거티브 폭로전'의 주인공 상당수도 명단에서 빠졌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가 최규선씨로부터 20만 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가 작년 12월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낙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작년 대선 이후 정권을 상대로 무차별 폭로전을 주도해온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두 K의원도 주장의 신빙성에 대한 검찰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 명단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