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농구연맹(KBL) 드래프트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 결코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었다. 33명의 지원자 중 17명만이 지명을 받았다는 외형적인 상황도 그랬지만 실제로 대학 무대에서 뛰던 선수들 중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는 가능성 있는 선수들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1순위로 지명된 양동근 역시 훌룡한 재목이지만 예년 같았으면 4~5순위로 지명될 선수였다. 대부분 구단들이 2라운드 후반부터 지명권을 포기한 것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말해준다.

1순위 양동근은 누구?

양동근(한양대)은 일찍감히 1순위로 꼽히던 재목이었다. 연세대의 이정석 정도가 우선 지명을 놓고 다툴 선수였을 뿐 전체적인 흉년 속에서도 유독 눈길이 가는 선수였다. 이는 대학 시절의 성적이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농구대잔치에서 평균 득점 17.5점에 5.5 튄공잡기 3.4 도움주기를 기록했다. 포인트 가드로서 다재다능함이 보이는 대표적인 선수다.

특히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일가견이 있다는 점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대학 시절 그는 활발한 공격과 철거머리 수비로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골밑 돌파 능력, 화려한 개인기는 물론이고 공격이 안 풀리면 직접 일선에 나설 수 있는 득점력도 겸비했다. 원주 TG 양경민 선수의 사촌 동생이기도 하다.

포인트 가드는 무조건 잡아라

대학 시절까지 무명이나 다름 없던 김승현의 성공시대 이후 각 팀에 포인트 가드 확보는 거의 전쟁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당장 프로에서도 이상민, 김승현 등 특급 포인트 가드는 손에 꼽힐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번 드래프트 역시 그런 현실이 그대로 반영됐다. 1순위 양동근을 비롯해 2순위 이정석 3순위 임효성(성균관대) 모두 포인트 가드다.

이는 용병이 골밑을 주름잡고 있는 한국 프로농구의 특성을 이해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포인트 가드를 용병으로 채울 경우 골밑 수비에 대한 부담감을 국내 선수가 쉽게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공수의 시작인 포인트 가드의 특성상 팀 전체를 꿰뚫는 눈이 필요한데 용병이 이런 임무를 소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용병에게는 무리다.

이항범, 고졸 신화를 만들 것인가

올해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명된 양동근과 함께 크게 주목을 받는 선수가 있었다. 17명의 지명자 중 유일하게 대학 무대를 거치지 않은 이항범이 그 주인공이다. 착실히 고교, 대학 시절을 거친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홍대부고 졸업 이후 5년 동안 혼자 농구공을 튀겨왔다. 3년 전 드래프트에 실패한 뒤 길거리 농구로 기량을 유지해 끝내 프로 유니폼을 입는데 성공했다.

사실 그에게 날고 기는 선수들만 나서는 드래프트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혼자 농구를 해왔다는 점도 그랬지만 1m 68cm의 키로 프로 무대에 덤빈다는 자체가 무모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는 끝내 2라운드 4순위로 울산 모비스의 지명을 받았다. 이항범은 모비스와 KCC가 신인 선수를 맞바꾸기로 계약했기 때문에 내년 시즌부터 고교 선배 이상민이 버티고 있는 KCC에서 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