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31일 서울 여의도 윤중중학교 강당에 150여명의 교사, 학부모 등이 모여 워크샵을 진행하고 '학교도서관연대'(가칭) 창립을 준비했다. ⓒ2004 서상일

최근 학교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중·고등학교 사서 교사, 도서관 담당 교사, 어린이도서연구회, 출판인, 교육위원, 학부모, 문헌정보학과 학생을 비롯한 독서 교육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시민들이 독서교육과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지난 31일 서울 여의도 윤중중학교 강당에 모여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길 찾기' 워크샵을 열고,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전국적이고 강력한 연대 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뜻을 모았다.

이들은 학교도서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지식정보화 시대에 학교와 교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학교도서관이 학생들을 위한 탐구와 토론 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자 문화와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보여 주었다.

즉 "단지 책이 비치된 독서공간을 넘어서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가꾸고 누리는 문화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학교도서관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의 필요성과 학교도서관이 새로운 시대에 부응할 것을 환기했다.

학교도서관 활성화 운동은 낡은 교육 혁신하는 운동

이날 워크샵에서 안승문 서울시 교육위원은 '학교도서관연대'가 생기기까지의 경과를 보고하면서 "정부가 2003년부터 '학교도서관 활성화 종합 방안'을 시행하면서 학교도서관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정부 관심은 학교도서관 시설 마련이나 디지털화에 머무르는 상황"이라며 정부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현장 적합성 있는 새로운 도서관 운영 체제 구축이나 도서관 활용 수업 활성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도서관 활성화의 관건인 사서 교사 확보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한국 아동 도서운동에 큰 기여를 한 어린이도서연구회 조월례 이사 역시 "곳곳에서 학교도서관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들려오고는 있지만 아직은 외형을 갖추는 데 급급한 실정"이라며 "실제로 많은 학교는 공간 부족, 부족한 장서, 낡은 장서, 사서 미확보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학교도서관을 단순히 책을 빌려주고 빌려가는 곳이 아닌 넉넉한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아이들의 자발적인 발길을 유도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소개하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게 하는 환경 제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렸다.

그는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은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고 그들의 자발적인 발길을 유도하지 못한 안이하고 게으른 교사와 어른들의 책임일 뿐이며, 그것은 도서관 운영과 독서 지도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류주형 전교조 학교도서관 분과장은 "획일적인 교육 과정에 질려 버린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숨통을 터주는 공간으로 자유로운 지식탐구의 장으로 다양한 수업을 가능케 하는 교육지원 정보센터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학교도서관의 위상에 대해 논했다.

이어 그는 "그 동안 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묵묵히 노력해 왔던 사서 교사, 도서관 담당 교사들의 의사 소통 통로와 구심체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며 2001년 결성된 '학교도서관을 살리는 교사들'(http:cafe.daum.net/libte) 모임을 소개하고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좀 더 조직적으로 참가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이 날 워크샵에서는 안승문 서울시 교육위원의 학교도서관과 독서교육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이 주목을 끌었다.

우선 그는 학교도서관과 독서교육 활성화 운동의 방향 설정과 관련해 "단지 책읽기 운동을 넘어서서, 우리 아이들이 책을 통해 사유의 능력을 키우고 자기 생각을 정립하며 발표와 토론을 거치면서 생각과 행동의 주체로 성장하여 주체적인 문화 시민으로 자라나도록 이끌고 지원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학교도서관 활성화 운동은 낡고 오래된 체제와 원리 속에 갇힌 우리 교육을 총체적으로 혁신하는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그것은 참교육 실천 내지 교육 개혁 운동과 하나임을 역설했다.

'학교도서관연대'는 2003년 10월 경, 전교조 학교도서관 담당 교사와 사서 교사, 교육위원, 출판인 등이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면서 시작되었다. 김종성(계명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류주형(전국 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회장), 조월례(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한기호(출판평론가)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학교도서관연대는 "2004년 상반기에 전국적인 연대 결성의 열기를 모아 정부를 상대로 학교도서관과 독서교육 활성화, 모든 학교에 정규직 사서 교사 배치를 위한 획기적인 예산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