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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례 "같은 무늬를 가진 당신에게"
2011년 06월 05일 (일) 09:15:06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류미례(영화감독)

   

첫애 하은이를 낳고서 식당에 간 적이 있다. 아기를 보느라 남편과 교대로 밥을 먹고 있는데 옆자리 아주머니가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요즘 애기엄마들은 참 대단해. 어떻게 저런 어린 애를 데리고 식당엘 오냐? 애가 다 클 때까지 참아야지~!"

농사일 때문에 아이를 묶어놓고 들일을 나갔다거나, 자는 아이를 두고 시장을 보고 왔다는 엄마나 언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확실히 우리 세대의 육아는 윗세대보다는 편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애 보기 힘들다는 얘기를 하려다가도 슬그머니 입을 다문다.

   
▲ 일과 육아를 동시에 잘 할 수 있을까? 당시 나는 하은이를 업고 다니며 일을 했다ⓒ류미례
훨씬 더 어려운 시간을 지나온 윗세대 엄마들한테는 젊은 엄마들의 말이 공감보다는 반감을 생기게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입을 다물다 보니 나중에는 말이 가슴 밑바닥에 고인 채 굳어가는 듯했다. 선배엄마들한테는 "그게 무슨 고생이라고?"라는 말을 들을까 봐, 결혼하지 않은 후배들한테는 "아기 얘기 좀 그만해"라는 말을 들을까 봐, 하고 싶은 말이 가슴 가득 고여 있는데도 말을 아꼈다.

그러다 영화 <엄마…>를 만들었고, 또 <아이들>을 만들었다. 내가 딸을 둔 엄마가 되어 우리 엄마를 바라보는 <엄마…>나, 세 아이와 함께 지내온 10년간의 육아일기인 <아이들>은 사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평범한 내가 그 시간들을 카메라에 담아 영화를 만들자,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자신들의 기억을 불러내었다. <아이들>을 보고 나서 어떤 관객이 썼던 "나도, 그도, 우리 모두 지나온, 기억할 수 없지만 존재했던 시기의 애틋함"이라는 문구처럼, 나는 내 영화가 기억의 문을 여는 문고리가 되길 바란다.

생활의 격랑에 밀려서 당신이 흘려보냈던 그 모든 시간은 고스란히 마음 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나의 영화가 당신의 그 반짝거리는 기억들을 불러낼 수 있다면, 그 기억의 문을 여는 작은 문고리가 될 수 있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이고, 또한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나와 같은 무늬를 가진 당신, 나의 손을 잡아주길 바란다. 

류미례 감독▒출생  1971년▒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졸업▒수상-2002년 제27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중편우수상/2004년 서울여성영화제 본상▒ 연출 -<친구>(2001), <엄마…>(2004), <아이들>(2010) 등

<이 기사는 (재)부천문화재단 뉴스레터 5월호에 실렸으며 문화재단 동의하에 실은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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