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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학교' 군청 직영으로 폐교 위기
천주교재단 “재계약 희망"... 군청 “하자 없지만 직영하겠다"
2004년 02월 03일 (화)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 대청호를 마주 보고 있는 충북 문의면 소재 '안중근 학교' 전경
ⓒ2004 안중근 학교
충북 청원군 문의면에서 대전 방향으로 대청호반을 달리다 보면 특이한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안중근 학교'(교장 신성국 신부, 충북 청원군 문의면 문산리)다.

'청원군청소년수련관'으로 불리던 것을 지난 2000년 신성국 신부가 부임하면서 '안중근 학교'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줘야 한다'는 신 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 이 때문에 '안중근 학교'에는 일반적인 야영, 수련 활동에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추가됐다.

학교 내부에는 안중근 의사 추모 예술관을 비롯 여순감옥 체험실, 의병 체험 등 안 의사의 삶과 국가관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밖에도 청소년 인권과 평화 만들기, 청소년 통일학교 등이 운영중이다.

지난 99년 46억원을 들여 건립된 수련관은 건립 직후 일년 동안 청원군에서 직영하다 지난 2000년부터는 민간위탁방식으로 전환해 천주교청주교구에서 2년마다 계약을 갱신, 4년 동안 운영해 왔다.

이런 '안중근 학교'가 민간위탁 운영 4년만에 '안중근 학교' 명칭을 잃어버릴 위기에 놓였다. 청원군이 위탁운영 계약 기간 만료에 맞춰 군 직영 방침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원군은 최근 안중근 학교에 보낸 공문을 통해 '위탁운영 계약이 만료된 만큼 위탁재산에 대해 원상복구 후 반환해 달라'고 밝혔다.

군이 밝히고 있는 반환 요구사유는 민간위탁 방식에서 다시 군 직영체계로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 군 관계자는 "수련관 보수 공사를 벌여 군 직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수련관 인근에 있는 문의문화재단지와 미술관을 한데 묶어 군이 직접 운영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직영운영 실패 전철 왜 다시 밟나' 99년 적자만 수천만원

   
▲ ⓒ2004 안중근 학교
군이 수련관을 직영할 당시의 운영 성적표와 민간위탁 후의 운영성적은 크게 다르다. 지난 99년 군은 한 해 동안 5700여만원의 수입금을 내는 데 그쳤다. 반면 운영비로 8000만원 지출, 수천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천주교청주교구가 운영을 맡은 2000년에는 수입액이 2억1700여 만원으로 세 배 이상 향상됐다. 2003년에는 3억3천만원으로 수입액(이용자 수 1만2천명)이 늘어났다. 안중근 학교 측은 군 지원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하계 인권캠프, 동계 통일캠프 등 다양한 청소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교 홍보에 주력해 어렵게 일궈낸 성과라고 말하고 있다.

군 관계자도 "안중근 학교 운영 과정에 별다른 하자가 없었고 민간위탁 이후 매년 수련관 이용자수와 수입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군은 '청소년들에게 안중근 학교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전통문화보급에 주력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군은 현재까지 운영 계획서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군의회에도 직영 운영계획안은 제출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련관 군 직영 방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의면 청년회 관계자는 "공무원 구조조정 차원에서 민간위탁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시설을 다시 군직영으로 바꾸려 하는 것은 퇴직공무원 내지 잉여인력 활용이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이 수련관을 직접 운영할 경우 추가 인력배치와 함께 경상관리비 등 직접 지출비만 늘어나 군 재정 압박만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이때문이다.

청년회 관계자는 "공개 입찰을 통한 민간위탁경영이 가장 효과적인 경영방식이라는 점이 안중근 학교를 통해 보여지지 않았냐"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 99년 당시 공무원 구조조정 차원에서 문화회관, 공설운동장, 위생매립장, 청소년수련관 등에 대한 행정사무를 가능한 한 민간위탁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낸 바 있다. 청원군청소년수련관도 이같은 추진 지침에 의거, 군의회 동의를 얻어 민간위탁 된 것.

자치단체 행정사무 민간위탁 지침과도 어긋나

군 직영 실패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전국 최초로 운영된 원주시의 청소년수련관은 지난 95년 직영을 하다가 실패했다. 청소년 관련 전문요원도 없는 공무원이 8명이나 파견돼 1년간 인건비와 경상관리비 3억원을 소진하고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지도 못한 채 두손을 든 것이다.

현재 원주시는 이 수련관을 순수민간위탁으로 전환,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탁을 맡은 원주YMCA는 96년 6월부터 운영을 맡아 이 수련관을 원주시 청소년문화활동의 메카로 자리매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 직영시 우려되는 또 따른 점은 청소년수련관이 본연의 목적과는 다르게 운영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 안중근 학교에는 인권, 통일 캠프 등 다양한 청소년 프로그램을 운영,해마다 이용객이 늘어나고 있다.
ⓒ2004 안중근 학교
대전YMCA 청소년 지도사 오기자씨는 "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들을 이해하고 이들과 호흡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사람들에게 민간위탁 운영을 맡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수련관 운영의 모범이라 할 수 있는 청소년기본법 제2조 ⓛ항중 '스스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본이념 조항 또한 오씨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오씨는 이어 "수련관은 관장에서부터 말단직원까지 청소년을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마음가짐이 뒤따라야 한다"며 "공무원이 청소년 수련시설을 맡다보면 전문성이 떨어지는데다 프로그램 개발 등에서 한계를 드러내 효율적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계약이 만료되는 오는 2월말부터 1억 3000여만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벌이고 이 기간 동안 수련관을 폐쇄할 것"이라며 "이후에는 군 직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군의 방침이며 이미 안중근 학교측과도 얘기가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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