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치타스 홈페이지에 밝힌 연고지 이전 관련 입장 표명 ⓒ2004 LG치타스

안양 LG 프로축구단이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한다고 공식 발표하자 축구팬들의 항의와 비난이 LG치타스 홈페이지뿐 아니라 프로축구연맹 등 관련 홈페이지에 빗발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치타스 홈페이지와 공식 팬클럽 레드서포터즈 홈페이지 사이의 연결을 끊어놓은 것으로 확인돼 팬들의 분노를 더하고 있다.

안양 LG치타스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2002년 월드컵 이후 국내 구단 중 가장 열악한 홈구장 시설을 사용하고 있으며 구단 발전에 한계를 절감해 왔다"며 "상암 월드컵경기장 활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로의 연고지 복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특히 LG는 “기존팀의 연고 이전이 신생팀 창단의 걸림돌이 된다는 논리는 기우에 불과하다”며 신생팀 창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기존팀의 연고지 서울 입성으로 축구 열기를 확산시키고 축구 붐을 형성할 경우 신생 팀 창단을 가속화시킬 것이며 나아가 타 구단 운영에 전환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생팀 창단이 불발된 만큼 서울연고팀의 출범이 급선무"라고 강조한 뒤 "서울 연고 복귀를 계기로 국내 최대 시장인 서울에서의 축구붐 조성을 통해 프로축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기존의 기업 구단 이미지에서 탈피해 서울 시민과 함께 하는 한국형 시민 구단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안양 LG는 "지난 8년간 우리와 함께 해온 안양 지역의 축구 발전을 위한 노력과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안양 지역 축구팬들을 서울로 적극 흡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LG의 연고지 서울 이전 소식이 언론을 통해 발표되자 안양LG치타스, 프로축구연맹, 서울시 안양시, 레드서포터즈 홈페이지에는 안양LG와 서울시를 비난하고 규탄하는 글과 함께, 연고지 이전 결정권을 갖고 있는 프로축구연맹 이사회는 연고지 이전을 불허하라는 글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안양LG 공식 팬클럽인 레드서포터즈의 김정현 회장은 "LG축구단은 1만의 레드 팬들과 60만 안양시민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고 말하고 "일단은 LG치타스 홈페이지에서 우리 레드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금일 중으로 내려주길 바란다"며 요구하고 "이제 레드는 LG의 서포터즈가 아닌 적으로서 존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 네티즌은 "안양FC의 역사는 오늘 부로 끝이며, 2004년 2월 2일은 한국 축구사가 믿고 있던 대기업에 의해 유린당한 치욕의 날로 기억되리라. 얼마 되지도 않는 지원 가지고 당신들이 2개월간 안겨준 고통을 무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라는 내용의 글을 끝으로 LG치타스 팬 탈퇴를 선언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 안양운동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서포터즈의 응원 ⓒ2004 레드서포터즈

안양LG가 연고지 이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서울시가 신생팀 공모가 무산되자 지난 달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안에 서울구단을 출범시키기 위해 연고지 이전신청을 받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나 안양 레드서포터즈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이미 2003년 초부터 이전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양LG는 그룹차원에서 별도의 추진부서를 마련하고 구단 도안과 팀명 교체 등 새로운 C.I. 작업을 진행해 오는 등 내부적으로 제2의 창단을 위한 준비를 진행해 오면서도 안양시는 물론 공식팬 클럽인 서포터즈의 공식입장 표명 요구조차 외면한 채 언론을 통한 이전설만 흘리는 등 치밀하게 진행해 왔다고 레드서포터즈는 분석했다.

한편 LG측으로부터 연고지 이전을 밝히는 공문을 접수한 안양시는 관계부서 대책회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조만간 안양시의 공식 입장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LG구단의 이전 반대를 외쳐 온 안양시민과 서포터즈들은 LG상품 불매운동 등 LG그룹을 상대로 한 규탄운동까지 벌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LG치타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 온 지역 축구계 인사들은 "최근 안양LG가 지역에서 펼쳐 온 과정들을 살펴볼 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말하고 "다시 돌아온다 해도 이젠 받아들일 수 없는 분위기"라며 지난 8년간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온 안양LG의 이전 선언에 분노를 나타냈다.

이에 앞서 안양 레드서포터즈의 청소년회원 130여명은 지난 1일 오후 1시 30분 안양역 광장에 집결해 안양1번가-만안구청-전파연구소-범계역-중앙공원-안양시청으로 이어지는 LG 연고지 이전 반대 가두 행진을 펼쳤으며 오후 5시 최종 목적지인 종합운동장에서 해산하면서 앞으로 서포터즈 전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거리행진을 펼치기로 했다.

이날 LG 이전 반대 거리 행진은 레드 서포터즈에 참여하고 있는 초·중·고교생들이 온라인 공지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여 열린 것으로 특히 초등학생들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소풍 가듯이 가족 단위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으며 안양1번가 시내를 통과하면서 일요일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특히 청소년 회원들은 안양LG 경기 때 항상 나부꼈던 레드 서포터즈의 대행 응원깃발을 앞세우고 "엄마 아빠 서울시가 우리 구단 뺏어가요", "안양LG 축구단 연고 이전 결사반대", "서울시와 LG는 60만 안양시민을 우롱하지 마라" 등이 적힌 10여개의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행진에 나서 지나가는 시민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안양LG는 럭키금성 시절인 지난 1983년 말 창단해 충남북을 연고지로 하다가 1990년도에 광역연고제에서 도시연고제로 전환되며 서울로 연고지를 옮겼고, 1991년 팀 이름을 럭키금성에서 LG치타스로 바꾸었으며 프로연맹이 '지역연고 정착의 기틀을 마련한다'라는 명목 아래 서울 연고를 배제하자 1996년 1월 1일 안양을 연고지로 택해 지난 8년간 안양시민과 함께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