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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담을 넘다","그래서? 닥치고 공부해!"
박만용(부천역곡중학교 교사/전국미술교과모임 회장)
2010년 09월 21일 (화) 12:15:22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박만용(부천역곡중학교 교사/전국미술교과모임 회장)

올해도 일제고사는 강행되고 나는 또다시 힘겨운 몸으로 피켓 한 장 들고는 교문 앞에 선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반가이 인사를 해주거나 아니면 애써 못 본 척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가진 철학과 교사의 양심으로 교문 앞 피켓 팅이나마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저항이 없다.

   
▲ 박만용 교사 ⓒ부천타임즈
오늘도 학교장에게 동원된 학부모들 몇이 몰려와 있다. 어? 오늘은 교장, 교감, 축구부 감독과 레슬링 코치까지 몰려 나왔다. 제대로 한판 붙나 보다. 아이들 앞에서 참 볼썽사나운 일이다. 무엇이 이렇게 만든 것일까? 아이들은 그 와중에도 교문 안에 벌서고 있거나 이름 적히고 있다. 정말 변하지 않는 학교 앞 풍경이다. 어찌 학교 앞만 이러할까...

우리학교는 축구부가 있으며 인조잔디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학생들은 방과 후에는 운동장을 이용하지 못한다. 휴일에도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의 장악으로 운동장은 학생들 것이 아니다.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는 운동장은 정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운동장이 학생들의 것이 아닌 관리되어져야 하는 대상이거나 특별한 학생(축구부)들 만의 것이다.
 
운동장뿐만 아니라 학교 공간 또한 마음대로 사용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급 단합대회를 위해 사전에 허가를 받았더라도 학교 건물의 관리와 운영 문제 때문에 해가 지고 나면 쫓겨나야 한다. 물론, 학교를 계속 개방해 둘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간과 시설을 관리, 운영하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걸어 잠그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현실적이면서도 학생과 학교관리 주체가 함께 합의하고 동의할 수 있는 만큼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대책 없이 공간을 개방해 달라는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며, 지금처럼 걸어 잠근다고 될 일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가 마치 감옥처럼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열리고 참여하는 공간으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시설과 운영의 문제만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사회가 가진 학교에 대한 요구가 학교라기보다는 입시와 관리, 통제의 기관으로만 치우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도 사람이다

등교하면서부터 감시당하고 검열 당하는 학생들. 신선한 아침 바람 맞으며 상쾌한 걸음으로 시작하는 등교가 아니라 아침부터 교문에서 걸려 다짜고짜 혼이 나거나 벌을 서는 경우. 또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등교해야 하는 학생들...
 
학생과 교사가 서로의 관심사를 이야기 하거나 고민을 나누는 대상이 아니라 학생은 교사를 피하고, 교사는 학생을 감시하는 공간과 시간의 연속이다. 개인적 특성과 성향, 하고픈 일이나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관심은 없다. 오직 석차와 진학을 위한 색깔과 개성이 아닌, 강제와 억압. 암기와 반복만 있을 뿐이다.

가르치는 자에게는 40명이나 되는 학생들 개개인과 소통하기에는 너무도 벅찬 일이며, 시간마다 바뀌어 만나는 아이들과 끝도 없이 이어지는 잡무 속에서 교사가 만나는 학생은 마치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똑같은 제품이 연속적으로 동일하게 찍혀 나오는 모양과 같다.
 
이런 환경에서 배우는 학생은 어디다 정 붙이고 하소연 할 곳도 마땅치 않다. 공부는 진학의 도구로만 사용되어져 명문 학교 진학을 위한 몇몇 학생의 것이 되어 버린 듯 하고, 공부 외에는 어떤 것도 인정받거나 이해받기 힘든 구조에서 남과 달라서는 안 되는 잘 다듬어진 잔디밭의 잔디가 되어 가고 있다.
 
결국, 소수의 교사는 다수의 학생을 감동과 자발적 동의 없이 끌고 가야하는 압박감에 강제하고 억압하게 되며, 이런 교사를 저주하는 다수의 학생들은 감히 거부하지는 못하고 속앓이를 하거나 생각과 마음을 점점 잊어버리며 '꼭 같은 무엇'이 되어가고 있다.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은 제도와 사회의 문제임에도 정작 맞부딪히는 것은 교사와 학생이다.
 
교사를 신뢰하거나 존경하지 않는 학생을 양산하는 구조속에서의 그 존재감을 잃어가는 가르치는 자와 끊임없이 통제와 강제 속에서만 위치 지어지는 학생들은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는 쌍방의 희생자들이진 않을까.

몇 년 전 프랑스 고교생들이 파업(수업거부)을 하고는 길거리로 뛰쳐 나온 적이 국내 뉴스에 소개 된 적이 있었다. 학생들이 수업까지 거부하며 요구한 것은 놀랍게도 국가 예산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학급당 인원을 6~8명 기준에서 10명 기준으로 올리겠다고 해서였다.

수업시간에 한명의 교사가 10명이나 되는 학생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뉴스는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우리는 아직도 40명이나 되는 학생과 (기적적으로) 수업을 하며, 담당 교과의 교수-학습만 아니라 담임교사로의 상담과 지도, 관리의 임무까지 맡고 있다. 여기다가 각종 행정처리를 공문서와 잡무들까지...

렇다.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교사와 학생에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활하는 학교라는 환경에 있었다. 결코 인간적인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는, 개별적인 학습과 학생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줄 수 없는 학교 환경인 것이다. 어찌 한명의 교사가 30~40명의 학생들의 요구와 상황, 생각과 수준을 맞추어 가르치거나 공부하거나 대화 나눌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닥치고 공부해!"

학교의 환경 문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물리적 공간과 인적 환경만큼이나 중요한 또 다른 환경이 문제이다. 앞서 말한바 있는, 학교가 정상적인 학교로의 활동을 못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입시와 경쟁이다. 

개개인과 소통하며 이해하며 성장하는 방식의 학교가 아니라 오직 타인을 밟고 일어서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학교. 그것이 정상적인 학교.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학교 본질의 활동과 목표는 말로만 남아있고, 실제적으로는 성적과 기록만으로만 평가되어 버리는 학교. 그러니 인간적인 관계가 아닌 수직적이고 지배적이며 강제적이고 폭압적인 기재들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은 이 한마디로 마무리 되겠지. "그래서? 닥치고 공부해!"

※이 글은 지난 9월 4일 열린 복사골청소년포럼 페스티벌에 발제자로 출연한 부천역곡중학교 박만용 교사의 발제문 "닫힌 교문을 열다 혼난 선생나부랭이가 던지는 말" 일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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