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부천YMCA 이사)

▲ 이강인 '4대강공사중단촉구 릴레이 단식농성'21일 차/ 9월9일

'4대강공사중단촉구 릴레이 단식농성'21일 차/ 9월9일

YMCA 김기현 총장님으로부터 이번 단식농성 참여 제안을 받고 사실은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간 특별한 단체 활동없이 YMCA 이사라는 직책만으로 30명중 한명으로 선정된다는 것이 좀 어색하고, 나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잠시 망설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안을 받고 찬찬히 나를 뒤돌아보았고, 대표적인 MB정책인 4대강 사업의 진행 과정의 문제점을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늦었지만 이제는 행동해야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점점 굳혔습니다.

거의 10년만의 외출이었습니다. 2004년 제16대 총선에 출마한 이후 대인기피증(?)까지 생길 정도로 많은 고민과 번민의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시민운동 영역에서 큰 고민 없이 정치 영역으로 빠져들어, 철저히 준비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따라서 대인 관계도 시니컬해지고, 마음속 생각과는 다른 말들을 심하게 하여 가족이나 주위분들께 많은 고통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젠 변화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선뜻 그러지 못하며 어영부영 시간만 보낸 것이 아닌가 자문해 보았습니다.

10년전 천주교에 귀의하여 나름 열심히(?) 성당을 나가 신설본당의 총무까지 맞게 되어, 천주교 주교단의 4대강 사업 전면 제고를 촉구하는 활동을 제한적이나마 신자분들께 홍보하는 일은 하였지만 구체적 실천이 따르지 않는 일들이었습니다.

부천YMCA 실무자를 역임한 죄(?)로 현재 이사로 선출되어 활동 중이지만 이 또한 열심히 활동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번 농성 참여는 20대의 열정을 다시 되살리고, 부모님의 고향이며, 내가 태어나서 자란, 그리고 나의 딸과 아들이 살아갈 이곳 부천의 발전을 위해 무언가는 해야겠다는 새로운 동기를 부여해준 너무도 고마운 사건이었습니다.

나 아니라도 정말로 열심인 분들이 너무 많고, 그 분들의 활동을 미력하나마 주변에서 돕기만하면 되겠지하는 극히 소시민적 삶을 살아가고 있던 나에게 이번 단식농성 참여는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제가 태어나 자란 곳은 대장동 지역입니다. 농성 기간 중 온종일 내리는 비를 보면서 논과 밭, 집 지하실에 물이 차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게 되는 곳입니다. 이전 농성자들의 글을 보면서 고향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이곳 부천도 중동 신시가지가 조성되기 시작한 20년 전만해도 실개천이 흐르던 곳으로 오정구는 대부천에서, 원미, 소사구는 지금의 복개천에서 멱감고, 천렵을 즐기던 곳이었습니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부천지역발전과정을 직접 몸으로 체험했고, 소심한 성격인지라 부천을 떠나보지 못하고 지금껏 46년을 이곳 부천에서 살고 있습니다.

80년도 중반 한국사회의 모순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던 이곳 부천을 감히 제대로 된 도시로 만들어보겠다는 각오를 하고, 대학졸업 후 YMCA 실무자로 활동했던 그 당시의 열정을 다시한번 되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 그리고 이를 널리 시민에게 알리는 릴레이 단식 농성을 하면서 이는 등한시한 체 어찌보면 나만을 뒤돌아보게 된 것일 수도 있어 일견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천리길도 한걸음 부터'라고 그간 내면에 남아있었던 열정을 다시 이끌어내어 거대한 변화의 과정에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마련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온종일 내리는 우중에도 격려해주시기 위해 참석해 주신 YMCA 이사님들, 국제와이즈멘 부천클럽 회원님들, 중1동성당 복사단 단원분들과 사목위원님들, YMCA 실무자 분들, 부천고 동문 선후배분들, 그리고 가족 모두, 특히 조력자로서 24시간 저와 함께 했던 김동해 YMCA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4대강 사업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알려나가는 "이제는 당신의 액션이 필요합니다."란 말을 깊이깊이 새기며....

▲ 이강인 '4대강공사중단촉구 릴레이 단식농성'21일 차/ 9월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