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점포기제’논란

2004년도 새 학기 개강을 한 달여 앞두고 몇몇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은 ‘학점포기제’ 시행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학점포기제’는 교과목 성적이 확정된 후, 학점을 스스로 포기할 수 있는 제도로 성적이 낮은 교과목의 학점을 취소해 졸업 성적에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평점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학점포기제’는 각 학교별로 정해진 학사내규에 따라 제각기 다르지만, 서울 경기지역의 10여개 대학과 일부 지방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들은 대개 4학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재수강이 불가능한 과목에 한해 6학점 이하의 학점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점포기제’도입을 요구하는 학생들은 “학생들이 기대했던 학점을 받지 못한 경우, 학점포기의 기회를 줘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점포기제’는 교육과정의 변경 등으로 폐강된 과목의 경우 성적 상승 기회가 없는 재수강 제도의 한계를 보완해 주고 있다.

한편, ‘학점포기제’ 도입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이런 제도 도입으로 인하여 학생 스스로 공부에 무책임해 질 수 있다. 학점포기제가 단순히 학점상승의 기회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2. ‘수강신청포기제도’ 논란

또 다른 논란은‘수강신청포기제도’에 관한 논란이다. 이 제도는 학생들 사이에 일명 ‘드롭(Drop)제도’라 불리고 있는 제도로, 이미 많은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다.

‘수강신청포기제도’는 한 학기 강의 중 절반 정도를 들은 중간고사 무렵, 수강신청을 포기함으로써 중간고사 무렵 이후의 강의를 듣지 않고 성적에도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이다.

‘수강신청포기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들은 대개 6학점 이내에서 수강신청을 포기해도, 한 학기 최소 수강신청학점 이상을 듣는 학생들에 한하여 수강신청 포기를 허용하고 있다.

‘수강신청포기제도’를 찬성하는 학생들은 “수강신청 변경 기간에 강의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한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이다”라고 옹호하고 있는 반면, 반대하는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학점을 높이기 위한 제도에 불과하다. 포기를 하는 학생들로 인하여 다른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강신청포기제도’가 도입된 이래 대학가에는 재미있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의 모대학의 경우, ‘수강신청포기제도’를 못마땅히 여기는 일부 교수나 강사진들이 수강신청 포기기간에 해당 강의를 예고없이 휴강, 이 제도를 이용하려 했던 학생들이 곤란을 겪기도 했다. 수강신청포기의 경우, 수강신청포기기간에 해당 교수로부터 사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효성 있는 제도인가

‘학점포기제’와 ‘수강신청변경제도’는 일부 학사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그러나 이들 제도들이 단순히 학점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이용됨으로써 두 가지 제도의 도입 단계나 시행을 하는 단계에서 많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기업의 채용담당 관계자들은 이런 제도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 관계자는“학교별로 학점을 낮게 주는 대학이 있고, 높게 주는 대학이 있다. 사원 채용을 담당하면서 이런 점들은 이미 다 파악하고 있고, 그런 점들을 사원 채용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히고,“학점포기제나 수강신청변경제도는 학점을 인플레 현상만을 초래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청년 실업이 40만을 넘어 50만에 육박하는 이 때에~’라는 한 시트콤의 대사가 지난 해 유행어로 부상했을 만큼, 취업에 직결된 학점은 대학가의 논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습권의 보호 그리고 교수들의 교수권의 보호, 둘 중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대학의 관계자들은 새 학기를 앞두고 난감해하고 있다. ‘학점 인정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이 존재하지만, ‘학점포기제’등 제도의 시행은 각 대학이 정하는‘학사내규’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이들 제도의 시행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학교만을 향하고 있으며, 이들 제도의 시행을 두고 설왕설래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