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을/고 경 숙

X자 마스크 시위대들이
오전부터 앉아 있었다
창을 너무 많이 띄워놨군
시청 청원경찰은 마스크를 클릭해
계속 창을 닫았다

담쟁이덩굴 가을볕에 물든 손
갈래갈래 은밀히 담을 넘고 있는 오후였다
가을은 자꾸 화면을 확대했다
계절의 언어들은 글꼴을 바꿔가며
초고속으로 전송되었다

버그처럼 묵직한 관용차 몇 대
주차장을 오갔다
접속자수만큼
노란 은행잎이 떨어졌다
정적이 흘렀다

시위대는 차단기를 올리고
청사를 눌러 홈으로 진입하려했다
바람 몇 가닥
탐색기를 타고 흔들렸을 뿐
가을은 절대 뒤로 가지 않았다
구름이 몇 개 배너창으로 떠있었다.

 

고경숙(高慶淑) 프로필
1961년 서울 출생/ 2001년 계간 시현실로 등단/ 1999년 제 4회 하나.네띠앙 인터넷 문학상 대상/ 2000년 수주문학상 우수상/ 2008년 두레문학상 /시집 '모텔 캘리포니아'(2004), '달의 뒤편'(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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