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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럼 많은 시대, 윤동주가 그립다
연극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004년 01월 29일 (목)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20세기의 가장 훌륭한 시는?

   
▲ 윤동주의 생애를 다룬 연극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포스터. ⓒ2004 극단 갖가지

한 박사논문에서 조사된 바에 따르면 그 정답은 윤동주였고, 또 윤동주의 <서시>였다. 그밖에도 윤동주와 <서시>는 '사회변혁에 가장 영향을 준' 시인과 시로 꼽히기도 했다.

일제 식민지 시대 일본 형무소에서 옥사한 저항시인 윤동주. <서시>는 연희전문대를 다니던 윤동주가 1941년 11월 고국에서 쓴 마지막 시다. 그리고 그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 말을 남기고 일본으로 떠났다.

'조선어'로 쓰여진 <서시>가 나올 당시 조선은 일본어가 상용어였고, <매일신보>가 유일한 한글사용 언론이었던 폭압적인 일제의 조선어 말살정책이 한창이던 때. 윤동주는 모국어로 시를 썼다. 윤동주는 자신의 시 18편을 묶어 출판하고 싶었지만, 시국을 염두한 그의 지인들은 만류했다.

그리고 윤동주는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떠났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미래의 어떤 결단을 암시하며. 하지만 그의 미래는 불과 3년도 안돼 끝나버렸다. 민족해방을 6개월 앞두고 28살의 윤동주는 고문후유증을 견디지 못해 옥중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어갔다.

윤동주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식민체제는 끝났는가

별을 사랑한 시인, 그러다 별이 되어버린 시인 윤동주. 그 윤동주가 연극으로 되살아났다. 윤동주의 생애를 다룬 연극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연출 표재순/작품 조한신)가 오늘 29일부터 2월 1일까지 대학로 문예진흥원 대강당에서 공연된다. 극단 갖가지가 제작한 이 공연은 <오마이뉴스> 창간 4주년 기념공연이기도 하다.

극단 갖가지는 "우리 민족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별과 희망을 노래했던 윤동주의 삶을 되짚어 봄으로써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사적 위치와 사회적 책임감을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짤리고 깎인' 친일진상규명법을 보노라면, 식민지 지식인으로 고뇌했던 윤동주가 '과연 식민체제는 끝났는가' 질문을 던지는 듯해 등이 오싹하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그의 양심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번 연극은 윤동주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단지 시대순의 위인전기는 아니다. 그가 실제 살았던 '삶'과 그가 몸으로 부딪쳤던 '시대'를 교차해 보여준다. 시인의 내면세계와 그의 내면세계를 만들어낸 역사적 사실을 결합시키기 위해 다양한 연극기법이 동원된다.

전통적인 연극기법과 스틸, 영상의 다큐멘터리 기법이 혼합되고, 여기에 무용과 빛이 동원되면서 무대는 보다 역동적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 방송과 연극을 오가며 150편 가량의 드라마와 연극 작품을 남긴 표재순씨가 이번 연극의 연출을 맡았다. ⓒ2004 극단 갖가지

 연극의 구성은 윤동주가 살았던 시간과 공간이 '하늘' '바람' '별'로 상징화돼 짜여졌다.

하늘-먼저 윤동주가 생애 절반인 14년을 살았던 북간도. '하늘'로 명명되는 윤동주의 북간도 시절은 그가 외지의 땅에서 일본의 사슬에 매여 있는 조국을 바라보며, 조국 독립의 열망을 불태우는 시절도 그려진다. 그에게 북간도는 자신의 꿈을 그릴 수 있는 거대한 하늘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바람-한반도 서울. '바람'처럼 윤동주는 질곡의 역사 속에서 현실과 충돌한다. 시인의 생명인 조국의 말과 글이 점차 빼앗기는 강탈의 시대. 살아 남기 위해 자신의 영혼도 팔아야 하는 배반의 시대를 윤동주는 서울에서 보낸다. 어둠을 물리치려 하지만, 그의 양심은 역사의 바람에 계속 흔들린다.

별-1942년 일본으로 건너간 윤동주.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을 가르쳐 주는 '별'을 바라보듯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바라보며, 시인은 필사적인 구원의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을 보며, 별을 노래하며 아침을 기다린다. 그러나 1943년 7월 13일 일경에 의해 체포된다.

'하늘'에 꿈을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다 '별'로 사라진 시인

이번 공연의 연출은 PD출신으로 SBS프로덕션 사장을 지낸 표재순 교수(68·연세대 영상대학원)가 맡았다. 그는 방송과 연극을 오가며 <집념> <파국> <간양록> <대원군> 등 1백여 편의 드라마와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열대어> <대한국인 안중근>등 30여 편의 연극을 선보인 한국의 대표적인 연출가다.

윤동주 역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열연한 조승연씨가 맡았고, 이밖에도 유인촌, 임동진, 기정수, 임흥식 등 중견배우들이 참여해 극의 무게를 더해준다.

한편 공연기간 동안 문예진흥원 예술회관 대강당 로비에서는 윤동주기념사업회가 제공한 윤동주 시인의 사진과 육필원고 사본, 소장도서 등이 전시된다.

*공연시간: 1월 29일(목)·30일(금)-7시30분. 1월31일(토)·2월1일(일)-오후 3시·7시.
*관람료: 1만2천원/2만원/3만원/5만원.
*문의: 02-742-9881(<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공연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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