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폐암환자의 생명이 우선이다. 살인적인 이레사 약가를 인하하라'

항암치료와 수술에 실패한 말기폐암환자들이 유일한 대안인 '이레사' 약가책정을 두고 제약회사와 보건복지부가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죽음을 목전에 둔 폐암환자들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나섰다. 

암환자살리기 운동본부·건강세상네트워크·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약국노조(준)는 27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 아스트라제네카(주) 앞에서 폐암 치료제인 '이레사' 약가 인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말기폐암환자들은 "2003년 6월에 이레사 시판허가가 난후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 동정적 프로그램인 'EAP'란 미국의 FDA 승인은 났지만 식약청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애서 환자들의 상황을 '동정적'으로 감안해 약을 무상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추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2003년 6월 이후에 이레사 처방을 받은 환자는 한달 평균 2백40여만원(한알당 약8만원)에 이레사를 사먹고 있다"며 "직장에 다닐 수 없고 비싼 치료비로 가족의 생계조차 위협받고 있는 말기폐암환자들이 한달 약값만 2백40여만원을 감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절규했다.

이들은 "글리벡이 백혈병치료에 있어서 기적의 신약이었지만 비싼 약가 때문에 환자에게 절망의 약이 되었듯이 말기폐암환자들은 이레사를 눈앞에 두고도 죽음을 선택해야 한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환자에게 필요한 약은 그야말로 치료효과가 있고 그것을 복용할 수 있을 때에만 치료제라고할 수 있다. 아픈 것만으로도 고통스럽고 죽음을 눈 앞에 둔 환자에게 오히려 생명을 흥정하는 아스트라제네타를 규탄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들은 "아스트라제네카가 '글리벡'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와 마찬가지로 제약회사의 이윤 때문에 환자의 목숨을 좌지우지한다면 말기폐암환자들 역사 목숨을 걸고 아스트라제네카와 싸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폐암환자들은 병이 발견되면 대부분 말기로 발견후 1년에서 짧게는 6개월안에 사망하고 있다.

'이레사'는 영국계 다국적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혁신적 신약으로 폐암환자들 중 기존의 화학요법에 실패한 비소세포성 폐암(수술 불가능 또는 재발한 경우) 치료제로 기존 치료에 실패한 비소세포성 폐암의 유일한 대체약물로 2003년 5월 미국 FDA(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고 일본에서도 2002년 7월부터 판매되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6월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의 시판허가를 받아 현재 약국에서 판매중에 있으나 정부와 약가책정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레사'의 한국 시판허가는 일본, 미국, 호주, 싱가폴, 아르헨티타에 이은 세계 6번째로 '의약품재심사를 1년동안 집중적을로 실히사여 간질성폐렴 등 심각한 이상반응의 발생율을 조사할 것과 시판허가 후 재심사기간 이내에 제3상임상시험성적에 관한 자료 제출'을 조건으로 허가됐다.

한국 아스트라제네카(주)는 식약청의 시판허가전 말기폐암환자 8백77명에게 동정적 무상공급 프로그램(,EAP)'을 실시해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2003년 6월 현재에도 3백61명의 환자가 EAP에 의해 무상으로 '이레사'를 공급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생명과 약가 책정사이의 '이레사' 딜레마
 
한국 아스트라제네카(주)는 '선진7개국의 공장출하가'를 기준으로 이레사의 약가(한정당 약 8만원)를 요구하고 있다. 1999년 한국정부가 미국 요구에 의해 선진7개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스위스)의 평균 공장출고가로 혁신신약의 약가를 결정하는 제도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말기폐암환자들은 "이레사 약가는 글리벡과 마찬가지로 한국환자들이 도저히 사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레사 약가는 우리나라보다 GDP수준히 훨씬 높은 미국과 일본의 가격을 기준으로 요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아직 이레사 약가가 결정되지 않아 협의하는 과정에 있다"며 "이레사의 약가가 낮게 결정되어도 사회보장체계가 약한 우리 사회에서 환자는 매달 약가의 20%(매달 50만원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약가 이외의 치료비용이 별도로 추가되어 환자들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강 공동대표는 "원칙적으로 약가가 내려가야 보험적용이 되더라도 환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선진국 GDP 수준과 비교해 산출한다면 OECD 국가의 30% 이하로 산출돼야 한국 환자들이 약을 사먹을 수 있다. 약가를 2만원 이하로 내려 보험적용이 돼야 환자들이 먹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덕 건강세상네트워크 환자권리부 간사는 "선진7개국 공장출하평균가로 약가를 결정한다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방침이 잘못된 것이다. 선진7개국과 개발도상국인 한국이 비교대상이 될 수 있나"라며 "경제수준, 사회복지인프라 등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고 공장도 출하가격 평균가로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선진7개국환자와 우리나라 환자들의 종합적인 차이를 간과하고 약가를 책정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99년 '혁신적 신약'이라는 문구가 생기면서 선진7개국 평균 공장출고가 약가책정방식은 다국적 제약회사, 미국 부역대표부 등 미국의 외교압력에 의해 99년 '혁신적 신약'이라는 문구가 삽입되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환자는 고려하지 않았다. 만약 국가가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환자입장에서는 당연히 저항해야 한다"고 했다.

박용담(말기폐암환자. 43)씨는 "약은 환자를 살리자고 만든 것이니 제약회사가 호의적인 입장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복지부가 보험적용을 20%한다면 예정가로 책정된 약가를 받고 그 안(약가결정이전)에 공급해줘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약가 결정이전에 예정가로 이레사를 공급한다 하더라도 제약회사의 이미지 홍보 광고 비용에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일선(가명. 말기폐암환자 가족)씨는 "암환자 가족들은 정신적으로 힘든 고통이고 이 자리(집회)에  나온다는 것 쉽지 않다"면서도 "암환자, 가족들이 발벗고 나서 올 한해 힘들지만 투쟁하다보면 주위분들도 한분씩 모여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환자들과 보건의료단체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후 한국 아스트라제네카(주)를 방문해 현재 시판되는 이레사(한알당 8만원, 비보험) 약가의 인하를 요구했다. 제약회사는 약가책정은 한국정부의 권한으로 한국도 특허신약 약가책정을 선진7개국 평균 공장출고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 즉답을 회피했다.

이승우 한국 아스트라제네카(주) 사장은 "전반적인 의료제도 모순점을 알고 있다. 하루아침에 고칠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다같이 노력해 더 많은 환자들이 획기적인 치료 해택을 받기 원한다"면서도 " 기존 항암치료 비용은 폐암치료를 위해 한달에 2백만원(약값, 입원비용 등)가량이 든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책임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합리적인 요구와 결정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환자들과 제약회사간의 '약가산정방식' 적합성 여부에 대한 입장차이만 확인한 강 주성 공동대표는 "아무리 법이라도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국민이 나서서 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도 백혈병환자인 그는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은 2년 6개월동안의 투쟁으로 약가인하와 보험적용을 받고 있다"면서 "이런 성과를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약자와의 연대감을 상실하게 된다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것"이라고 연대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박용담(43. 말기폐암환자)씨는 "암환자 평균수명은 1년을 못넘긴다. 저도 2년째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데 환자들이 이런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힘들다"면서 "1년에 2백40만원이 드는 약을 돈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먹을 수 있겠나, 나도 작년에 이레사를 먹었지만 돈이 없어 중단한 상태다. 작년 한해동안만 투병생활하며 2천만원이 소요되었다"고 말했다.

한국 아스트라제네카(주) 관계자는 "한국에서의 이레사 약가 결정에 따라 세계 약가가 결정되는 측면도 작용한다"며 EAP는 지난해 6월 13일 식약청 허가가 난 후에도 지속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허가때 중단했어야 하지만 갑자기 끊을  수없어 EAP 지원을 안고가면서 신규는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강주성 대표는 "미국, 유럽, 일본, 한국이 전세계 약가 소득의 80%를 차지하고 한국이 개발도상국임에도 신약이 비교적 빨리 들어오고 국가 수준은 낮은데도 약가도 고가로 책정되어 있다. 만약 한국에서 약가정책이 실패하면 중국 등 제3세계 국가에서 약가정책이 실패하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약가산정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개발도상국임에도 불구하고 신약이 비교적 빠르게 들어오는 나라로 한국에서 약가정책이 실패할 경우 중국 등 제3세계에서의 고가의 약가를 지정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이 취약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진7개국의 약가를 고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의 주장대로 EAP를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EAP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제3상임상실험까지 의무적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제약회사가 비용을 별도로 들여야 한다. 그러나 EAP를 실시할 경우 대상 그룹들이 자동적으로 임상실험군으로 묶이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 또한 글리벡의 경우 약가가 결정되기 전까지 노바티스사의 경우 EAP를 지속적으로 시행했고 신규적응증 환자들에게 적용한 사례와 비교해 볼 때 형평성에서도 어긋난다는 소지가 있다.

또한 WTO/TRIPs협상에 따르면 의약품에 대한 독점적 특허권을 20년간 보장하도록 되어 있어 약가결정권한은 개발제약회사에게 있고 개발비용은 독점적 특허권 인정기간내 충분히 환수할 수 있고 이윤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한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은 내달 2월 10일경 회의를 개최해 한국 아스트라제네카(주)에서 시판하고 있는 이레사(한정당 8만원가량) 약가를 6만5천원에서 6만6천원선에서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건정심 약가전문평가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지 못했다"면서 "심의가 끝나면 고시절차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