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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선심입법' 보도 비난 쏟아져
인터넷 독자란 "최소한의 역사·인권의식 부재" 비판
관련단체 "3년전부터 제기...이제와서 문제제기는 정치적 의도"
2004년 01월 29일 (목) 00:00:00 시민의신문 ngotimes@ngotimes.net

27일 중앙일보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진상규명통합특별법' 관련보도에 대해 중앙일보 게시판에는 비판의 글이 쏟아졌다. 또 관련 유족단체도 왜곡보도라며 중앙일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 <중앙일보>의 '황당한 의원입법...선심법안 쏟아져'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
중앙일보에 '황당한 의원입법...선심법안 쏟아져'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 기사는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사건의피해자명예회복등에관한법률', '동학농민혁명군명예회복에관한법률',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등에관한법률',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등을 포함하는 '통합특별법'이 "1백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전쟁과 여수, 순천사건 등의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국가가 보상하자는 내용"이라며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피해자 진상규명 위주로 수정됐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기사는 "예산을 감안하지 않은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의원입법"이라며 "총선을 앞둔 선심성 법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일보 인터넷판에 실린 '독자의견'의 대부분은 기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이디 'bara99'를 쓰는 한 독자는 "특별법은 애초에 명예회복, 진상규명 중심으로 만들어진 법"이라며 "이 일을 돈 몇 푼 받는 일로 치부하다니 최소한의 역사의식과 인권의식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 'jczeus'라는 독자는 "기자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사실확인 의무조차 망각한 기사"라며 "이 기사때문에 고통받을 수많은 사람들을 한번쯤 떠올려보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독자들의 비판에 대해, 기자는 28일 오후 전화를 통해 해당기사를 작성한 정재홍 기자의 입장을 들어보려 했으나 "자리에 없다"며 연결되지 않았다.
 
중앙일보 기사와 관련,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공동대표 이해동 이이화 김영훈)는 28일 성명서를 내고 "'통합특별법'은 진상규명과 위령사업을 중심으로 한 명예회복에 초점을 맞추어 준비된 법안"이라며 "이러한 법안에 대해 역사적, 인권적 관점에서의 숙고도 없이 겨우 비용문제 운운하는 수준으로 인식하는 중앙일보가 과연 사회의 공적기제로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규탄했다. 
 
이창수 범국민위 통합특별법쟁취 위원장은 "특별법은 애초 만들어질때부터 보상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던 법"이라며 "기사에 언급된 보상은 기자의 추측일 뿐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허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미 3년전에 제출한 법안을 가지고 이제와서 문제삼는 것은 중앙일보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게다가 "발의한 의원들도 이전부터 이 문제에 함께하던 사람들"이라며 선심성입법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범대위는 △중앙일보와 정재홍기자는 유족앞에서 사죄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에 동참, 언론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 △16대 국회는 학살규명통합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중앙일보 1월 27일자 '황당한 의원입법' 기사

김원웅 의원(열린우리당) 등은 최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했다. 1백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전쟁과 여수·순천사건 등의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국가가 보상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 지급했던 1인당 평균 4천만원의 보상금을 줄 경우 40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간다. 올 예산(1백18조원)의 34%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 법안은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피해자 진상규명 위주로 수정됐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비현실적인 의원입법이 쏟아지고 있다. 의원들은 의정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증거로 의원입법을 내세우고 있으나 예산을 감안하지 않은 황당한 내용이거나 이익단체의 입장을 그대로 담은 법안이 적지 않다.
 
김태식 의원(민주당) 등 1백63명의 의원이 발의한 '동학농민혁명군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은 1894년 발생한 동학혁명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자는 내용이다.
 
을미사변(1895년) 이후의 항일 의거부터 국가유공자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의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그러나 1백년이 훨씬 지난 동학혁명의 희생자와 유족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예산이 얼마나 들지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김명섭 의원(열린우리당)이 발의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도 예산에 대한 고려없이 추진한 사례다. 개정안은 1촌 이내의 부양자가 없는 빈곤층에 대해 1백5만원(4인 가족 기준)의 최저생계비를 지급하도록 했는데, 통과되면 한해 3천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올해 예산에는 반영되지도 않았는데, 시행시기를 오는 7월 1일로 잡았다. 이 법안은 부양자 범위를 확대하고 시행시기도 2005년 7월로 늦추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이원형 의원(한나라당)이 발의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출산아 1인당 50만원을 지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1년에 50만명이 태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연 2천5백억원의 예산이 든다.
 
부부당 출산율이 1.17명에 그쳐 출산장려책이 필요하다지만 50만원으로는 자녀 양육비를 감당할 수 없어 효과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돈으로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일본 등에서는 예산이 많이 드는 법안이 넘어오면 예산결산위원회가 거르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예결위가 전문성도 없고 나눠먹기식으로 의원들을 배정해 무리한 입법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6대 국회는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었으나 다선 의원 위주로 구성된 미국의 예결위와는 달리 1년 임기로 50명씩 돌아가면서 맡도록 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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