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Post)'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는 과연 누가 될까. 이는 국내 야구팬들의 최고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BK' 김병현(보스턴 레드삭스)이 작년 선발로 보직 변경한 뒤 박찬호의 뒤를 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김병현은 언더핸드 투수로 정통파 딜리버리를 보유한 투수는 아니라는 점에서 불같은 광속구로 타자들을 돌려세울 수 있는 '마늘먹는' 파이어볼러(Fireballer)의 출현을 국내팬들은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

물론 경남고 재학시절 150km/h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구사했던 송승준(몬트리얼 엑스포스)도 박찬호의 대를 이을 재목감으로 촉망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2002년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더블A 트렌턴 시절 당한 우측 팔꿈치 부상 이후 변화구 구사비율이 상대적으로 올라간 상태. 아쉽게도 송승준의 주무기였던 위력적인 포심 패스트볼의 추억을 아직은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분명 시카고 컵스 산하 더블A 웨스트 테네시 다이아몬드 잭스에서 활약중인 류제국(20)은 그 대안으로 주목받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의 직구 스피드인 시속 98마일에 이르는 강속구를 이미 구사하는 류제국이기에 '제2의 박찬호'의 탄생은 어쩌면 시간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것.

류제국은 야구 외적인 문제로 2003시즌 큰 상처를 입었다. 데이토나 컵스에 소속되었을 당시 보호조류로 지정된 물수리를 공으로 맞추는 사건을 일으켰기 때문. 이 사건으로 류제국은 하위 싱글A 랜싱 럭너츠로 강등되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이후 다시 마음을 다잡은 류제국은 한 동안의 마음고생을 극복하고 더블A 다이아몬드 잭스까지 진출, 더블A 시즌 성적 2승 5패 방어율 5.43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표면적인 성적으로는 그리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류제국이 거둔 2승이 5연패 이후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2004시즌의 장밋빛 전망을 가능케 한다.

류제국의 스터프(Stuff)는 역시 시속 98마일에 달하는 묵직한 직구. 직구와 더불어 덕수정보산업고 시절 사용했던 슬라이더에다 마이너리그에서 스플리터와 체인지업을 옵션으로 장착했다. 이 정도로 화려한 메뉴판이 마련되었다면 메이저리그 정복도 가능한 일. 하지만, 류제국에게 필요한 것은 메뉴를 자신의 것으로 '체화(體化)'시키는 작업과 평상심을 유지시키는 마인드 컨트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올 시즌 더블A에서 시작할 류제국이 시즌 중 트리플A를 거쳐 9월 엔트리 확장 때는 빅리그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현재로선 상당히 크다. 하지만, 류제국이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필드의 마운드에 서기 위해선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 존재한다.

'케리 우드-마크 프라이어-카를로스 삼브라노-맷 클레멘트'로 구성된 컵스의 영건 로테이션이 그것. 이들이 류제국의 미래 경쟁자라면 현재 류제국이 넘어서야 할 경쟁자는 따로 있다.

바로 시컵스 최고의 '톱 프로스펙트(Top Prospect)'로 인정받는 앙헬 구스만(22). 올 시즌 류제국과 웨스트 테네시에서 활약한 후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우완 정통파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출신인 구스만은 2003시즌 내내 류제국과의 선발경쟁에서 항상 한발 앞선 성적을 보였다.

같은 정통파 딜리버리를 보유한 관계로 류제국은 구스만과의 팀내 라이벌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입장. 류제국이 2004년 이후 컵스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구스만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구스만에 이어 류제국이 극복해야 할 또 다른 벽은 우완투수 프란시스 벨트란(24)이다. 2002년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인 퓨처스게임에 선발돼 그 해 빅리그 무대를 밟았던 유망주 벨트란이 2003시즌에는 트리플A 아이오와에서 선발과 클로저 수업에 나서 6승 2패 4세이브 완전자책(完全自責) 2.96을 기록했다.

불펜이나 선발 어떤 경우라도 빅리그 입성을 목전에 둔 류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우완투수들인 구스만과 벨트란의 존재는 류제국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포스트 박찬호' 류제국이 혜성처럼 빅리그에 등장하기 위해선 일단 구스만과 벨트란의 현실적인 벽을 넘어서야 한다. 류제국의 2004시즌은 이들과의 선의의 경쟁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새 봄 그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