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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지사님! 역사의 등불로 되살아 나길"
[황인오칼럼] 김문수 경기도 지사와 나
2010년 05월 20일 (목) 15:18:44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황인오(부천시민연합 전 공동대표)

내가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처음 만난 것은 1983년 성남시에 있는 만남의 집이라는 곳이다.

지금도 김 지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포교 성프란치스코 수녀회' 이영숙 소피아 수녀님이 운영하던 노동자 쉼터였다.

   
▲ 황인오 ⓒ부천타임즈
이후 한국노협(한국 노동자 복지협의회) 창립과정과 서노련, 즉 서울노동운동연합 활동과정에서 활동 지역은 달랐지만 남다른 인연으로 뜻을 같이하며 지내왔다. 나 역시 30여 년 동안 민주화 운동 일선에서 활동하면서 만난 수많은 이들 가운데 가장 존경하는 선배의 한분으로 김문수 지사를 꼽아왔다.

적어도 얼마 전까지는. 사회변혁에 대한 자신만의 논리가 부족하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과업에 대한 열정과 부지런함, 한 마디로 헌신성에 대해서는 뒤따를 이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김 지사를 존경해 왔다.

따라서 1994년 그가 많은 논란 속에 문민정부의 소통령 김현철(김영삼 전대통령 아들) 씨를 통해 신한국당에 입당할 때에도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는 그의 변명을 충심으로 믿고 지지했다.

이후 노동법 개정 파동이나 전교조 관련법안 등에서 보인 그의 애매한 태도도 보수진영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불가피한 노릇이라고 이해하는 편이었다.

그러다가 그의 변신이 정말 젊은 날 함께 꿈꾸었던 세상, 억압과 차별, 단지 가난하기 때문이 아니라 가난을 이유로 차별받는 노동자와 농민 등 서민들이 사람대접 받으며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자신만의 출세를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된 사건이 몇 차례 있었다.

2003년 10월, 지역(부천시 소사구 괴안 역곡동)의 상대당 시의원 한 사람이 의원직을 잃게 되어 재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당시 지역 국회의원으로 공천권을 쥐고 있던 김문수 지사는 원래 그 선거구에서 시의원을 지낸 김모 씨를 제치고 김 지사와 같은 성당에 다니던 강모 씨를 공천했다.

이에 반발해 김모 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바람에 자신이 공천한 강모 씨의 당선을 자신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자 김 지사는 사실상 시의원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강모 씨의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상대후보인 김모 씨 죽이기에 나선 김 지사의 인격과 양식을 의심케 하는 무자비한 선전술이다. 상대후보 김모 씨는 초등학교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지역토박이였는데 스무 살 무렵의 젊은 시절 사소한 잘못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가 공천한 강모 씨는 방송통신대를 거쳐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변호사 사무장이었다.

"법학박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초등학교 졸업의 전과자를 선택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를 새긴 벽보와 각종 홍보물의 아이디어를 직접 고안해서 자신이 공천한 후보의 당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그에게서 가난한 이들이 사회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겪는 고통에 대해 연민하고 싸우던 모습이 남아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레미제라블에서 보는 삶의 심연에 대한 고뇌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사회지도층으로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배려와 예의도 없는 것일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초등학교 졸업으로 세상의 간난신고를 겪은 초등학교 출신의 스무 살 젊은 날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헤집어도 아무 상관없는 일일까. 비록 무신론자를 자처하다가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입교했다지만 명색이 천주교 신자로서 일말의 연민이나 고민도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2006년 김 지사가 처음으로 경기도 지사로 출마할 때의 일이다. 당시 언론에 알려지기는 한나라당내 경선을 치르면서 평소 서민적인 그의 이미지에 맞게 가장 검소한 경선을 치렀다고 알려졌고 이는 지금껏 김 지사 진영이 자랑처럼 내세우는 일이다. 한 마디로 따로 돈을 들여 캠프를 차리지 않고 국회 내의 의원 사무실에서 도지사 경선을 치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경기도 지사에 출마하기로 결정한 2005년 말부터 여의도 순복음 교회 뒤편 한서빌딩에 비밀경선 캠프를 차려놓고 차모 의원과 나중에 도지사 비서실장을 지낸 노모 씨 등 핵심참모들이 모여서 경선을 대비했고 이듬해 2006년 1월이 되어 본격적인 당내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인근 진미파라곤이라는 신축 오피스텔에 필자가 아는 것만 3곳의 사무실을 운영했다.

김 지사의 주장대로 의원 사무실과 부천 소사지역 사무실을 포함하면 모두 6곳의 사무실을 경선본부로 쓴 것이다. 일견 사소한 일이지만 거짓없는 삶과 정치역정을 강조해 온 김 지사의 주장이 모두 사실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역시 2006년 경선과정의 일로서 아마 그해 설을 앞두고 부천 소사 지구당 사무실에서 경선을 돕는 주요 인사들이 모두 참석한 회의였다. 임모 의원을 필두로 현재 도지사를 가까이에서 보좌하고 있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회의였다.

적어도 개혁의 기치를 들고 호랑이를 잡기 위해 군사독재 정당의 후신인 신한국당을 거쳐 한나라당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민주화운동 전력자들이 모인 자리라면 어떻게 하면 올바른 가치를 실현하는 선거가 될 것인가. 도지사 당선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와 내용은 무엇인가, 따라서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선거에 임하고 승리할 것인가. 뭐 이런 이야기가 오갈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시종일관 경선과 본선에서 공로를 많이 세우는 사람에서 공로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줄 것이다, 누구든 열심히 최선을 다해 표를 많이 모아와라, 그러면 그만큼 큰 상을 줄 것이다, 운운하는 이야기뿐이었다.

마치 알프스 진군을 앞둔 한니발이나 나폴레옹이 병사들에게 이 산을 넘어가면 아름다운 여자들과 금은보화가 기다린다며 선동하는 것과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아무리 군사독재의 후신 정당에 투탁했다지만 이렇게 참담하게 이익만을 탐하는 무리로 전락할 수 있을까 하는 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2003년 시의원 재선거에서 초등학교 출신의 전과자라고 그렇게 낙인찍은 김모 씨를 2006년 도지사 선거에서는 지역의 토박이 표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다시 시의원 후보로 공천 해주었다는 것이다.

오랜 동안 김문수 지사와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하고 존경했던 사람으로서 한 시절 시대를 빛내고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상으로 꼽히던 인물이 오로지 권력이라는 맘몬에 휘둘려 왜소한 모습으로 전락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김 지사 개인을 위해서도 함께 뜨거운 청춘을 불사르며 시대의 역류를 헤쳐 온 동지로서 젊은 날의 진실을 조금이라도 되찾아 진정으로 역사의 작은 등불로 되살아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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