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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4년 뒤엔 자민련 꼴... 총선서 잘해야 100석
"한나라당에 들어와서 막상 해보니 싹수가 노랗다. 절망적이다"
2004년 01월 29일 (목)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한나라당이 침몰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자폭하고 싶은 기분이다. 총선에서 100석도 못건질 것 같다. 그래도 여기 사람들은 1당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80석이나 85석 정도 건져서 1당 해봐야 4년 뒤에 가면 자민련 꼴 날 것이다."

   
▲ 이문열씨

한나라당 외부 공천심사위원인 소설가 이문열씨는 28일 작심한 듯 공천심사에 대한 실망감을 적나라하게 토로했다.

이씨는 이날 일부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산업화의 그늘과 냉전논리의 부담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게 바로 한나라당의 정체성"이라며 "이런 정체성을 당당하게 인정하며 시대와 조화시키려 하지 않고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섣불리 다 폐기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공천심사위가 확실히 (사람을) 바꾸지도 못하면서 개혁공천이라는 명분만 붙잡고 뭘 잘하고 있다고 지나치게 확신하고 있다"고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을 겨냥한 뒤 "정작 당이 지향할 가치와 안 맞는, 당 정체성의 마지노선을 넘는 사람까지 단수공천을 정해놓고도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산업화 그늘과 냉전논리 부담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게 한나라당"

이씨는 '당 정체성의 마지노선을 넘는 사람이 누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익이라는 이념과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구체적인 전력이 문제"라며 사실상 인권탄압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는 정형근 의원을 겨냥했다.

이씨는 "밖에서 막연하게 '저 사람은 안돼 잘라야지' 생각했는데 현역의원들은 동료들에 대한 온정주의가 있고 우리처럼 외부에서 들어온 인사들은 정보가 없다 보니 기존 정치권 논리에 설득돼 버린다"며 "지금까지의 17대 총선 공천심사결과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혀 제가 생각했던 물갈이의 선을 지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자신의 한계를 '고백'했다.

이씨는 "한국 보수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 한나라당 지도부만 이 위기감을 못 느끼고 있다"며 "나치즘의 준동을 미리 막지 못한 독일 지식인처럼 후회하지 않기 위해 공천심사위에 참여했으나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 20세기 초반 독일 남부도시 뮌헨에서 히틀러라는 끈 떨어진 하사관이 나치당을 조직했을 때 독일의 모든 지식인들이 비웃이기만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어땠나. 나는 그런 독일 지식인들의 우를 다시 범하고 싶지 않았고 역사의 대세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썬앤문 연루 고흥길·정병국·황우려·박원홍 공천심사 보류"

또한 이씨는 "썬앤문 비리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고흥길·정병국·황우려·박원홍 의원에 대해서는 일단 공천심사에서 보류했다"고 밝혀 공천심사를 둘러싼 당내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씨는 이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경합지역은 50% 미만"이라고 말해 사실상 단독추천지역(비경합지역)이 50% 이상임을 강력 시사했다. 그는 "인천에서는 이경재·이윤성 의원이 단독으로 추천됐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공천심사위원들 중 상당수는 말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전국구를 내심 바라고 있는 것 같더라"라며 "사실 제일 웃긴 게 작가가 자기작품 심사하는 건데 말도 안된다"고 내부 공천심사위원들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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