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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국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2010년 03월 22일 (월) 09:59:43 윤병국 g120416@hanmail.net

윤병국 의정일기(부천시의원)

   
▲ 윤병국 시의원

지난주에 부천시의회 159회 임시회가 끝났습니다. 4월에 또 한번의 회기가 있습니다만 이번이 사실상 선거 전 마지막 의회였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4월에는 다들 선거운동하느라 바쁠테니까요.

5대 의원으로서의 사실상 마지막이었던 이번 임시회는 최악이었습니다. 며칠 전에 시민단체가 <임기 말에 선성성 조례와 선심성 예산을 남발한 의회>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야합과 선심이 판치는 안건이 즐비한 것은 여태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그 중 대표적인 사례 2가지를 제가 속한 행정복지위원회에서 다루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야 했기에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시민단체가 지적한 선심성 조례와 예산의 사례는 ▲새마을단체 지원조례 ▲아파트 단지 내 가로등 전기료를 지원해주자는 내용의 주택조례 개정안 ▲참전유공자들에게 정부지원금 외에 매달 3만원씩을 지급하자는 참전유공자 지원조례 ▲택시기사들을 위한 복지회관을 지어주자는 조례, 그리고 지난해 말에 예산낭비사례로 지적돼 삭감됐던 ▲소나무거리 조성 사업비 7억원 ▲학교운동장 인조잔디 조성 사업비 2억5천만원 등입니다.

시민단체의 성명에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지만, 이 글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 안건들이 왜 문제인지 간단하게 설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새마을 조례는 너무도 노골적이라 별도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파렴치한 것입니다. 17억원의 예산을 들여 새마을 회관을 사준 것이 불과 6년전입니다. 별도 지원조례가 없어도 단체 사무원 인건비, 운영비, 사업비, 심지어는 단합대회 비용까지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지원조례가 아니라 지원을 제한하는 조례가 필요할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의원발의로 조례가 발의됐고 해당 단체가 의원 개개인에게 공을 들여 결국 통과 시켰습니다.

아파트단지 가로등 전기료를 지원하자는 조례는 어떻습니까? 무슨 입주자대표연합회라는 단체가 시장 면담에서 주장했다는 내용입니다만, 시 예산 4억원이 넘게 들어가는 일이지만 가구당 월 285원의 혜택 밖에 돌아가지 않는 일입니다. 실익은 없는 일이지만 단체의 영향력을 확인하자는 사업에 의원들이 덩달아 앞장선 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놓고서는 마치 큰일을 한 것처럼 공보물에 적어 넣으려 했을텐데, 유감스럽게도 급하게 서두르느라 앞 뒤 조문에 모순이 생긴 것도 발견하지 못해서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인조잔디 운동장 사업은 3월 19일 환경부 조사에서도 조사한 50개 학교 중 8개 학교에서 납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을 정도로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일입니다. 끝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사실을 알려줘도 그들에게는 잘 모르는 학부모들에게 생색낼 건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소나무거리 조성 사업은 지난 해 이미 4억원을 투입했지만 비난을 받고, 의회도 이에 공감하여 추가예산을 삭감한 사업인데 이번에 다시 편성되면서 살아났습니다.

결국 시민단체가 문제 삼은 안건들 중 예산안을 제외한 조례안들은 모두 의원발의였고, 자체 모순이 생겨서 처리하지 못한 두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통과됐습니다. 이 중 새마을 조례와 인조잔디운동장 예산은 제가 속한 상임위에서 원안의결 되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일이 정의롭게 처리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짐작은 해왔고 또 그런 일을 무수히 겪기도 했습니다. 지난 4대 의회에서도 마지막 해에 이번과 비슷한 선심조례 몇가지가 통과되는 것도 봤습니다. 그런 일을 없애려고 의회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직접 가보니 자세한 뒷이야기조차 시원하게 털어놓기 힘든 상황이 되고 말아 버렸습니다. 모든 일은 ‘정회 중’에 속기도 없이 의원들만 앉아서 이루어지는데, 그 상황을 속속들이 전하기 껄끄러운 점이 많습니다. 그 속에서는 너 나 없이 오직 다음 선거의 '표'밖에 관심이 없었다는 이야기만 전합니다.

본 회의장에서 반대 토론을 할 기회는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문제되는 예산과 조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표결을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대토론을 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새벽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발언신청을 하지 않고 회의장을 나와 버렸습니다.

맹목적인 악선전으로 괴롭힐 해당 단체의 '표'한 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당당하게 반대에 기립하지 못하고 굴욕적으로 앉아 있어야 하는 일부 동료 의원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습니다. 정의의 편에 서는 사람에게 표가 간다는 진리가 통하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새벽에 잠을 깼을 때 떠오르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 소리를 떠올리며 반대토론을 준비했는데…. 또 한 번 부끄러웠습니다.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줬던 저희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였습니다.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뤄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노무현, 2002년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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