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형 박사의 발표장면 ⓒ2004 김요셉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 강의실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유창한 영어가 흘러나온다. 영어공부 모임치고는 서로 오가는 영어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렇다고 영어가 모국어인 외국인들만 모인 것도 아니다. 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 터키, 인도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영어의 달인'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다름아닌 영어 발표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청중 앞에서 '벌벌' 떨던 사람이 이 모임에 나와 익숙해지면 강단에서 청중을 압도하는 발표능력을 갖게된다.

발표에 나서는 회원들은 몸 동작부터 시간, 시선처리, 목소리 등 발표 도중 청중들에게 다가갈 모든 언어적·비언어적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발표해 나간다.

발표를 지켜보는 회원들도 가만히 앉아만 있지 않는다. 발표시간을 체크하는 'Time Keeper'를 비롯해 각 발표자에 대한 전담 평가자가 있어 발표 후 개선해야 할 점은 지적해주고 잘한 점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모임시간들을 통해 공식적인 회의를 진행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질문을 받을 때 바로 발표할 수 있는 능력, 원고가 준비된 발표 능력,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능력 등을 기르게 된다.

화제의 모임은 '대덕 토스트마스터즈 클럽(Daedeok Toastmasters Club)'.

트스트마스터즈 클럽은 회원들끼리 모여 '대중 발표'를 서로 피드백(feedback)을 주고받으며 연습하는 모임이다.

지난 1924년 10월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됐으며 현재 전세계 80개국에서 20만명에 달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대덕 토스트마스터즈 클럽'은 국내에서는 5번째, 지방에서는 유일한 공식클럽이다.

KAIST 학생들을 비롯해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LG케미칼, 쎄트렉아이 등 정부출연연구소뿐만 아니라 민간연구소와 대덕밸리 벤처기업인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클럽이 시작된 건 지난해 7월 9일. 인공위성 개발제작 전문 벤처기업 쎄트렉아이(www.satreci.com) 김도형 박사의 제안으로 결성됐다.

김 박사는 "원래 남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편치 않고, 발표 교육도 전혀 받아보지 못해 모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찰나에 이 클럽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김 박사는 '토스트마스터즈 클럽'에 대해 이미 어렸을 적부터 알고 있었다.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 국장을 역임하고 있는 그의 아버지, 김병구 원자력연구소 박사를 통해서다.

아버지가 미국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에 다녔던 시절 각종 스피치 대회에서 거머쥔 상장과 트로피들을 보고 자랐던 김 박사는 대중 발표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인 연습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이 클럽을 만들게 된 것이다.

김 박사의 주변에서도 클럽 결성을 위한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이 뻗쳐왔다. KAIST 원자력 양자공학과 김종현 교수와 쎄트렉아이 최순달 박사가 20~30년 전 미국에서 클럽활동을 하며 쓰던 자료들과, 모임을 위한 장소를 기꺼이 제공했다.

김 박사는 이미 활성화 된 서울의 종로, 강남클럽 등을 방문해 클럽 운영을 위한 조언을 구하고 지난해 7월 국내 지방으로서는 최초로 대덕 토스트마스터즈클럽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 서울 클럽들에 비해 다소 전문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성공적인 클럽을 만들기 위해 native speaker(원어민)를 많이 영입할 것"이라며 "대덕밸리에 좀 더 체계적인 대중발표 능력을 키우고 싶은 분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 groups.yahoo.com/groups/daedeoktoastmas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