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할망구하고 죽기 전에 어디 좀 댕겨보고 싶어요. 그게 내 소원이래요”

왜소증과 중풍으로 함께 고생하면서도 부부의 사랑을 잃지 않았던 상주 권경옥(72), 우산월(73)씨 노부부가, 이번 설 명절에 ‘평생의 소원’을 이루게 됐다. ‘

'왜소증’으로 불리는 작은 키 때문에 평생 설움을 겪었던 권경옥 할아버지는, 업친데 덮친 격으로 7년전에 아내 우산월 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중풍을 앓게 되자 ‘바깥 나들이’는 이제 ‘죽기 전에 마지막 소원’으로만 남았다. 이런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꿈같은 일’이 설 명절에 일어났다.

여행 가고픈 할아버지, 바다 보고 싶은 할머니

이들 부부의 애뜻한 삶의 이야기가 <평화뉴스>(지난해 12월 29일)를 통해 처음 알려진 뒤, <가톨릭신문>(지난 4일자)과 <오마이뉴스>(지난 7일자)에 잇따라 보도되면서 MBC ‘화제집중’팀에 의해 후원의 손길이 닿아 오늘 꿈에 그리던 ‘여행’에 나서게 된 것.

MBC '화제집중'의 양재용 프로듀서 일행은, 설을 맞아 지난 22일 상주시 청리면 율리 2리에 있는 권씨 부부를 찾아 살아온 이야기를 들은데 이어, 오늘 '캠핑카'로 이들 부부를 울산 앞바다까지 모시고 다녀오는 '특별 이벤트'를 마련했다.

특히, 중풍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할머니를 위해, 캠핑카에 휠체어와 화장실, 침대와 주방까지 갖춰 보다 편안한 여행이 되도록 준비했다. 이 캠핑카는, 서울에 사는 어느 세가족이 몸이 불편한 이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것인데, 권씨 부부의 이야기와 MBC측의 부탁을 받고 선뜻 후원에 나섰다고 한다.

'여행 한번 가고 싶은' 할아버지와, 유난히 ‘바다’를 보고 싶어 한 할머니의 소원이 이번 설에 이뤄지게 된 것이다.

'양아들'이 된 프로듀서, “이혼율 48%시대, 부부의 참사랑 전하고파"

권씨 부부를 취재하기 위해 상주에 머물고 있는 양재용 프로듀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삶의 너무 애뜻하고 아름다워 이들의 소원을 풀어주기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이들 노부부에게 평생 잊혀지지 않는 뜻깊은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벌써 권씨 부부의 ‘양아들’이 되기로 했다는 양재용 프로듀서는 “이혼율이 48%나 되는 요즘 시대에, 평생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이들 노부부의 삶이 ‘부부의 참사랑’으로 세상에 정말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 노부부의 삶과 여행 이야기는, 오는 26일 오후 5시 30분부터 MBC ‘화제집중’ 시간에 방송된다.

서로의 부족함이 오히려 더 큰 버팀목으로….

'작은 키'에 대한 놀림 때문에 그 유명한 ‘상주 장날’조차 제대로 가보지 못했다는 권경옥 할아버지. 평생을 남편 뒷바라에 힘쓰다 7년전부터 ‘중풍’을 앓아 혼자서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우산월 할머니.

부족함을 인정하고 오히려 고마워하며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살아가는 이들 노부부의 삶이, 작은 것에 상처받고 쉽게 헤어지는 요즘 젊은 부부와 세상에 애잔한 사랑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오늘 겨울바다 여행이 한 노부부의 ‘사연 많은 삶’에 잔잔한 위로와 행복으로 간직되길 바라고 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