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뭔가를 생각하고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을 뒤바꾸는 놀라운 능력이다. 삶에 위기와 고난이 닥칠지라도, 그 상황을 올바로 해석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위기는 기회가 되고 고난은 디딤돌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비관이 낙관으로 표정을 바꿀 게다.

인생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난해한 삶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어떻게 끌어올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양서를 읽어 생각의 힘을 배양하는 게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 줄 더없이 큰 선물이 될 게다. 그런 측면에서 독서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여기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정부 지원 아래, 좋은 책을 선별해 올바로 독서 지도를 할 수 있는 인력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한 사람의 생산성이 늘어나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이지 않은가? 고도로 전문화된 사람과 체계적인 시스템만 갖춰지면, 소수의 몇 사람이 수만 명의 몫을 감당해 내는 세상이다. 기존의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신속하게 찾아내고 계발하기 위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배치하기 위해 폭넓고 깊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요구된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세계는 상상력이 이끌어가게 될 거라고 한다. 상상력만 있으면 그것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해 낼 수 있는 기술력과 장비는 준비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극적이고 현란한 영상에 취해 활자를 기피하기 쉬운 영상 세대에게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일찍 싹 틔워 주자.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읽기와 쓰기를 배우면서 '책'에 재미를 붙이게 된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가난한 산골에서 많은 책과 접촉할 기회는 드물었지만, 읽은 책들을 반복해 읽고 또 읽으면서 책과 더불어 좋은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마음을 밝히는 좋은 책들은 어둡고 결핍된 환경에서 빗나가기 쉬운 심성을 옳게 바로 잡아 주었다. 책은 마음의 상처에 바르는 약도 돼 주었다.

5학년을 마칠 무렵, 강진읍에 위치한 초등학교로 전학하게 된 것은 더 큰 행운이었다. 강진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던 곳이며 고려청자로도 유명한 고장이다. 그런데 정말 특이하게도 이 학교에서는 월례고사를 '독서경진대회'로 대치했다. 전 과목을 평가하는 대신, 산수와 독서에 중점을 두어 시험을 치른 것이다.

아이들은 지정해 준 몇 권의 책을 읽고 주관식으로 답을 적어냈다. 이 초등학교에서는 수능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이미 논술을 준비하고 있었던 게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내가 학력고사를 치른 지 몇 해 후에야 수능이 생겨 초등학교에서 연마한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놓치고야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독서'에 중점을 두어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힌 것은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시도였던 것 같다. 덕분에 나는 1년 동안 낯선 고장에서 좋은 책들을 많이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한번은 점수가 좋아 상까지 받았다. 이때 독서 습관이 자리를 잡았던 것 같다. 아무튼 지금까지 책은 힘들 때마다 나를 북돋워 주고 일으켜 세워주는 지렛대로 작용했다. 때로는 멈춰버린 내 삶을 끌어주는 견인차로 작동했다.

요즘 영어 열풍으로 인해 우리말도 배우기 전부터 아이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몸살을 앓고 있다. 내가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독서 교육을 강화해 우리말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작업이 외국어 교육에 앞서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독서 교육 시늉만 낼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독서 지도 인력을 양성하고 어린이 전용 도서관도 단계적으로 늘려나가면서, 다음 세대 희망인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아이들 마음밭을 꿈이 자라는 땅으로 가꿔야 하지 않겠는가? 이젠 교육 마당에 모양 좋은 무늬를 꾸미기보다 알짜 내용을 채워야 할 때다.

우왕좌왕 위기의 시대에 생각의 힘으로 위기에서 기회를 건져내자. 깊이 잠든 생각을 깨울 수만 있다면, 변죽만 두들기던 가장자리 인생도 핵심을 치고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지금 사망의 어두운 골짜기를 통과하고 있는가? 웃음이 사라진 절망의 상황, 사방이 막혀 있는 처지에 놓일 지라도, 극단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밝은 생각을 퍼올릴 수 있다면 인생은 꼭 반전될 것이다. 예상을 뒤엎는 엄청난 도약으로 생의 기울기를 바꾸는 인생의 변곡점에도 접촉할 수 있을 게다.

지금 책에서 멀어진 당신! 올해는 책과 연애하지 않겠는가? '책읽기'를 통해 마음의 샘에서 지혜를 뽑아 올리는 힘, 생각의 근육을 단련해 볼 의향은 없는가? 우리 함께 인생의 난해한 문제를 풀어내는 사업에 아낌없이 투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