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광고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광고 대행 제도, 서울보증보험이 독점하고 있는 신원보증보험 독점판매제,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 의무편성 제도 등 경쟁 제한적 규제가 앞으로 대폭 손질될 전망이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26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규제개혁이 지속돼 왔으나 아직 경쟁 제한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들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며 "올해 정부 경제정책의 목표인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특히 "올해는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에 의한 불공정성을 바로 잡아 시장기능이 원활히 작동되도록 하는 데 공정위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가격규제, 시장진입 제한, 사업활동 제한과 관련된 경쟁제한적 규제를 우선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적 규제의 예로 △증권 수수료 차별 금지제도 △신원보증보험 독점판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광고 독점대행제도 △100병상 이상 병원의 의약품 구매제도 △병행수입 금지제도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 의무편성제도 등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산업별 시장개선대책 추진, 법령협의와 민원처리 과정에서 23개 부처 소관 111개 법령상 174개 경쟁제한적 제도를 발굴, 전문가 연구용역을 의뢰한 바 있다. 그 결과 전체 55%에 해당하는 95개 제도를 폐지하고, 57개 제도(33%)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나머지 22개 규제는 경쟁제한적 요소가 있지만 규제의 필요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과제로 분류됐다.

특히 증권수수료의 고객간 할인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증권 수수료 차별 금지제도'는 증권회사간 가격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하고 있고, 서울보증보험이 신원보증보험 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것도 수수료 가격이 고정되고 고객서비스이 질 저하 우려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TV와 라디오 방송국의 광고시가 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현행 방식도 광고판매시장에서의 방송사간 경쟁을 원천봉쇄하고 있다고 지적됐고, 100병상 종합병원은 도매상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토록 의무화한 의약품 구매제도도 도매상과의 담합 가능성과 유동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부조리가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상표권의 국내 전용사용권자가 국내에서 제조·판매만 하는 경우 병행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제도도 상표권리자에게 과도한 독점이윤을 보장하고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방송사업자에게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의 일정비율 이상 방영을 의무화하고 있는 의무편성제도 역시도 방송사의 상품개발 인센티브를 위축시켜 경쟁력를 떨어뜨리고, 방송사의 경영 자율성을 제약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경쟁 제한적 폐해가 큰 규제를 선별·목록화해 지속적으로 개혁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관련부처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 정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폐자 등이 필요한 과제는 일괄정리법 제정 등을 통해 정비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강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174개 과제는 연구용역 결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관계부처, 규제개혁위원회 등과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며, 폐지가 필요한 과제는 카르텔 일괄정리법 제정 등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올해 기업정책 방향에 대해 "출자총액규제 개편안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상반기중에 내놓을 예정"이라며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를 공개하는 방안과 지배구조 평가 등에 대한 실시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